정용진 신세계 부회장(42)은 재계 CEO 가운데 비교적 친숙한 이미지다. 비단 톱스타 고현정과의 드라마틱한 결혼과 이혼 때문만은 아니다. 할인점·백화점 등 유통을 주축으로 하는 업체 특성상 대중의 욕구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정 부회장은 탁월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고급화, 이마트와 스타벅스의 성공 등이 모두 그의 손으로 이룬 성과들이다.
그가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말 그룹 총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정용진 부회장은 앞으로 구학서 회장의 도움을 받아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어가게 된다. 지난 95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 기획조정실 상무, 경영지원실 부사장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은 지 15년 만이다.
따뜻한 리더십으로 임직원을 아우르고 소비자의 욕구를 한발 앞서 읽어내는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외조부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의 감성 리더십을 이어받은 것이다. 정 부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외할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탁월한 감성이 없으면 보통의 경영자는 될 수 있어도 위대한 경영자는 될 수 없다’고 강조하셨다”고 회고했다.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한 외조부의 가르침대로 덕망 있는 경영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그의 다짐. 이명희 회장은 부친 고 이병철 회장의 감성 리더십을 아들 정 부회장에게 전하며 “기업은 결국 사람이다. 정말 반해서 미치도록 따르는 사람 없이는 큰일을 할 수가 없다. 또 인간적인 매력이 없다면 아랫사람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이명희 회장이 정 부회장에게 강조한 또 하나의 주문은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라는 것. 트렌드에 앞서가기 위해서는 경영자 자신이 많은 것을 경험하고 그 가운데 최고를 식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이 회장의 주문이 빛을 본 것이 바로 스타벅스. 미국 브라운대 유학시절 처음 접한 스타벅스 커피 맛에 반한 그는 97년 미국 스타벅스와 1대 1로 출자해 스타벅스코리아를 설립했다. 스타벅스는 현재 3백여 개 매장을 보유한 국내 최대 커피전문점으로 성장했다. 그는 요즘도 하루에 스타벅스 아이스커피를 ‘그란데 사이즈’로 두 잔 이상 마신다.
신세계 희망 장난감 개소식에서 한 어린이와 퍼즐을 맞추며 놀아주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
소탈하고 열정적인 CEO, 집에선 자상한 아빠
2006년 부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그의 시야는 더 넓어졌다. 영국 테스코 등 글로벌 유통기업의 매장을 방문해 인테리어부터 화장실 구석구석까지 살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듯 꼼꼼한 성격이지만 까탈스러운 편은 아니라고 한다. 직원들과 수시로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등 허물없이 지낸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정 부회장은 무엇이든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2004년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뒤 매일 2시간씩 매달린 끝에 지금은 탄탄한 근육질의 몸을 만들었다. 이혼 후 한때 교제하는 여성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아직 재혼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최근 즐기는 취미생활은 피아노 연주. 클래식 감상을 즐기다 3년 전 문득‘직접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레슨을 받기 시작, 짧은 시간 내에 모차르트와 쇼팽의 소나타곡들을 연주할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쌓았다. 바쁜 중에도 틈틈이 초등생 남매와 놀아주고 중증 장애아동시설이나 독거노인요양원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등 부드러운 면모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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