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개혁을 주도한 공민왕이 동성애자였다?! 이런 독특한 설정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쌍화점’은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극중 고려왕으로 등장하는 주진모(35)와 그를 호위하는 무사 홍림(조인성)이 성별을 뛰어넘어 특별한 사랑을 나눈다는 스토리 때문이다. 주진모는 “강인하면서도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왕을 연기하는 게 무척 어려웠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정통 사극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다른 캐릭터라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흰색 도화지 앞에 앉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감독님이 ‘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관객은 즐거워할 것’이라며 인물 분석을 많이 하라는 조언을 하셨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웃음). 촬영 내내 고민할 수밖에 없었죠.”
이번 영화에서 그는 매력적인 왕의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몸무게를 10kg 감량해 날렵한 턱선을 드러냈다. 또한 6개월간 액션스쿨에서 검술 연습을 했고, 고려가요 ‘쌍화점’을 연주하는 장면을 위해 거문고 수업을 받았다. 영화 ‘무사’, 드라마 ‘비천무’에 이어 사극 출연이 세 번째인 그는 “이번 영화는 유난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사극에 출연하는 인성이와 지효가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데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지금껏 제가 출연한 사극 모두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정통 사극이라기보다 감독님의 상상력에 의해 재창조된 작품이었기 때문에 연기를 할 때마다 생소했거든요. 그래서 ‘나도 처음 시작하는 너희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말했죠(웃음). 다만 감정 표현을 실감나게 하기 위해 두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덕분인지 영화가 만족스럽게 잘 나온 것 같아요.”
“데뷔 10년째, 이제야 연기를 조금 알 것 같아요”
지난 98년 영화 ‘댄스댄스’로 데뷔한 이후 영화 ‘해피 엔드’ ‘와니와 준하’ ‘미녀는 괴로워’, 드라마 ‘패션 70s’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다진 주진모는 “이제야 연기에 대해 조금 알겠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예전에는 희로애락을 표정과 몸짓으로 드러내야 연기를 제대로 하는 거라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부분에 욕심을 버렸더니 오히려 감정이 살더라고요. 극중 후사를 얻기 위해 사랑하는 홍림을 왕후와 합궁시키고 가슴 아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왕의 심정을 이해하고 감정을 삭이며 슬픔을 표현하려 애썼죠.”
그는 후배 조인성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도 괘념치 않는 눈치였다. 자신(180cm)보다 키가 큰 조인성(186cm)과 검술 훈련을 하는 장면에 대해 “인성이가 나보다 신체구조가 훌륭해 칼을 어떻게 휘둘러도 멋지더라”며 칭찬했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더 여유로워져요.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관계없이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거든요. 말을 타고, 검을 휘두르고, 거문고를 타는 것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해요. 정말 중요한 건 인물의 마음이죠. 시간이 지나고 연기 경력이 쌓이면서 저도 감정을 전달할 줄 아는 배우가 돼가는 것 같아 뿌듯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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