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삶에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키워드는 ‘에코’(ECO: 자연ㆍ환경ㆍ생태 등의 뜻을 가진 에콜로지(Ecology)의 준말)입니다. 지금껏 방치하거나 무관심했던 환경문제들이 이제는 생존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각자가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자는 2살 난 딸아이 은설이를 키우며 에코라이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정수경(31) 주부를 만났습니다. 그는 “연이어 터지고 있는 먹을거리 파동에 각종 환경호르몬 피해까지 이젠 더 이상 남 일이 아니잖아요. 아이가 커가면서 오염된 환경에 노출될 텐데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겠더라고요. 하지만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려 해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요”라고 말합니다.
정씨의 말대로 당장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일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들 또한 많습니다. 이달부터 ‘여성동아’와 은설이네가 함께 에코라이프 도전을 시작합니다. 친환경 에코 가족으로 변화돼가는 은설이네를 거울 삼아 함께 친환경 생활을 실천해보세요. 첫 번째 과제는 ‘가족의 먹을거리 되돌아보기’로 자주 구입하는 식재료부터 아이의 간식까지 꼼꼼히 살펴본 뒤 가족 건강과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았습니다.
결혼한지 이제 3년차, 2살 난 은설이가 자라면서 가족들의 건강과 안전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정수경 주부. 1년 전 이사를 하면서 벽에 친환경 페인트도 칠하고 친환경 가구를 들여놓는 등 여러모로 신경을 썼지만, 아직까지도 많이 부족하다 여겨 ‘여성동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집안 환경은 물론 먹을거리, 입을거리까지 꼼꼼하게 챙겨 진정한 에코맘이 되고 싶은 것의 그의 바람이다.
▼ 안전한 먹을거리 준비하기
우리집 밥상을 되돌아보다
요즘 먹을거리 파동이 잦아 보다 안전한 것을 고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남편이 좋아하는 나물이나 호박·우엉 등의 반찬거리는 국산 제품이 많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구입하고, 무나 배추 등 김장거리는 주말농장을 다니고 계신 친정 부모님께 받아먹는다. MSG(화학 식품첨가물)가 들어가 있는 조미료가 몸에 안 좋다는 사실은 알고 있던 터라, 멸치와 새우 말린 것을 섞어 갈아 사용하기 시작한 지도 꽤 됐다. 심심한 맛이 나긴 하지만 국물 요리는 오히려 더 시원해져 남편이 좋아한다. 아이에게도 처음부터 조미료 없는 음식만을 먹였더니, 좀 자극적이다 싶은 음식은 입에 잘 대지 않는다.
그래도 바꿔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 주방 서랍 속에 고이 쌓아둔 라면이며 통조림과 햄. 아직 아이에게 먹인 적은 없지만 남편과 내가 자주 먹다보면 아이도 자연스레 같이 먹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안전성이 염려되는 포일이나 비닐랩, 비닐팩, 키친타월도 찬장 한켠에 나란히 쌓여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되도록이면 뚝배기나 스테인리스 냄비ㆍ프라이팬을 쓰면서 남은 음식은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유리용기에 담아 보관한다는 것.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받아 온 플라스틱컵들도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일부러 모아둔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게 가장 쉬운 에코라이프 실천방법이니까.
하지만 우리 집 먹을거리의 큰 문제는 바로 아이 간식. 소문난 와이프로거들처럼 맛있는 수제 간식을 먹여주고 싶지만, 요리엔 영 소질이 없는 것을 어쩌겠는가. 나름대로 여러 과일을 섞어 갈아주거나 단호박ㆍ고구마 등을 쪄서 먹이기도 하는데, 은설이는 엄마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 들어 자꾸 사탕이나 캐러멜을 찾는다. 요즘 멜라민이다 뭐다 해서 불안한데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가공식품은 없는 걸까?
1 보리차나 칡차 등 몸에 좋은 물에 입맛을 들여놓아 시판 음료를 잘 찾지 않는다는 은설이.
2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모았다가 재사용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3 4 싱크대 서랍속에 인스턴트 식품이 들어있다. 인스턴트 식품을 친환경 먹거리로 모두 바꿀 생각이다.
건강한 가족 밥상을 위한 장보기에 나서다
집 근처에 있었지만 비쌀 거라는 생각에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유기농 전문점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유기농 식재료와 가공식품, 친환경 생활자재들이 모여 있다고 하니 한번쯤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을 나서면서는 촌스럽다고 신발장에 모셔두기만 했던 장바구니도 챙겼다. 환경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라 나중에 짐을 들고 돌아올 일이 걱정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에 충동구매는 하지 않을 것 같아 안심이다.
드디어 유기농 전문점에 도착. 신선한 채소와 과일들엔 하나같이 ‘친환경 인증마크’라는 것이 붙어 있다. 따로 비치돼 있는 안내서를 보니, 유기농산물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것이고 무농약 농산물은 농약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1/3 이내로 사용한 것, 저농약 농산물은 농약은 안전사용기준의 1/2이하ㆍ화학비료는 권장량의 1/2 이내로 사용하며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고 잔류농약이 식약청 허용기준의 1/2이하인 농산물이라고 돼 있다. 아이가 자주 먹는 사과와 단호박, 남편이 좋아하는 우엉과 두부 등을 고르면서 어떤 마크가 달려 있는지, 생산지는 어딘지 꼼꼼히 보며 장바구니에 담았다. 은설이가 좋아하는 사과와 키위는 껍질을 깎아먹으니 저농약으로 고르고, 껍질이 없는 우엉이나 생으로 먹는 파프리카는 무농약 혹은 유기농산물로 골랐다. 유제품 코너를 지나는데 갑자기 은설이가 우유를 집어 드는 바람에 살펴보니 산지 농장에서 직송된 제품이라고 씌어 있다. 아이 간식과 함께 먹이면 좋을 것 같아 이것도 장바구니 속으로!
매장 안쪽으로는 각종 유기농 과자들과 가공 식품들이 진열돼 있었는데, 일반 과자들과 별반 달라 보이는 게 없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했다. 그중 유아용으로 먹기 좋게 만들어진 과자와 캐러멜을 발견, 시험 삼아 먹어보기로 했다. 과자 코너를 돌자 친환경 생활자재들이 한가득 눈에 들어왔다. 종이로 만든 포일, 참숯으로 만든 비닐랩과 비닐팩, 친환경 행주와 수세미까지 없는 것 없이 조르르 늘어서 있다. 다 떨어져가는 비닐랩·키친타월 대신 사용할 참숯 비닐팩과 친환경 행주를 집어 드는 것으로 아쉽지만 장보기를 마쳤다.
1 2 3 매장을 돌아다니며 꼼꼼히 살펴보고 먹거리를 고르는 정수경 주부. 파프리카, 브로콜리 등 아이가 자주 먹는 채소들은 친환경 인증마크를 확인하고 골랐다.
은설이 엄마, 구입한 친환경 제품을 평가하다
우유 깔끔히 정제한 듯한 일반 우유와는 다른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일반 우유보다 비싸지만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만족스럽다. 남편과 아이 모두 맛있다며 칭찬!
단호박 이유식으로 자주 먹였던 터라 호박의 단맛에 익숙해져 있던 은설이. 일반 단호박보다 단맛이 덜했지만 아이가 잘 먹었다. 껍질 없이 깔끔하게 잘려 있는데다 양도 적당해 음식물 쓰레기가 남지 않는 것이 맘에 든다.
사과 껍질을 깎아 먹는 과일은 꼭 무농약이 아니어도 된다고 해서 저농약으로 구입했다. 겉보기엔 작고 투박하지만 껍질을 벗기면 사과 향이 진하다. 전엔 싼값에 여러 개 파는 것만 골라 사곤 했는데, 결국 다 먹지 못한 채 물러져 버렸던 걸 생각하면 먹을 만큼만 소량씩 사는 게 더 경제적인 것 같다.
비스킷 과자치고는 좀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짜지도 달지도 않아 남편은 “이게 무슨 맛인가 싶다”며 투덜댔지만 은설이와 나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던 제품. 먹으면 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게 은근히 매력적이었다.
캐러멜 캔디 과자가 심심한 맛이라 캐러멜 캔디도 그럴까 싶어, 이미 일반 캐러멜 맛에 적응돼 있는 아이가 안 먹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다. 하지만 제법 단맛이 있는데다 캐러멜과 사탕을 한데 섞어놓은 듯 적당히 딱딱해 아이가 연신 손을 내밀며 잘 먹었다.
유기농 면 행주 ‘행주가 왜 이렇게 비싸’ 하고 살까말까 고심했지만, 얼마 전 TV에서 본 새하얀 일반 행주와 키친타월에 비친 형광물질의 모습이 떠올라 안 살 수가 없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온 가족 건강의 출발점인 주방의 위생을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안심! 겉으로 보기에 일반 행주와 별다른 차이점은 없었다.
참숯 비닐팩 참숯 때문인지 비닐팩이 연한 회색을 띤다. 일반 비닐팩보다 정전기가 많이 나는 것 같지만 사용하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음식으로 배어 나올 환경호르몬에 대한 걱정도 없고 미생물 분해도도 높아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는데, 정전기 따위가 문제가 될까 싶다.(그래도 되도록이면 사용횟수를 줄이고 용기 사용을 늘리는 게 환경을 지키는 지름길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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