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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버지의 이름으로

중견 연기자 연규진 가족 이야기

글·최숙영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08. 11. 19

39년 동안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탤런트 연규진. 그는 아들 연정훈이 연기자로 데뷔하고 한가인을 며느리로 맞으며 ‘배우 가족’을 이뤘다. 그의 연기인생 & 가족 이야기.

중견 연기자 연규진 가족 이야기

69년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 39년 동안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연규진(63)의 이름 앞에 언제부턴가 ‘연정훈의 아버지’ ‘한가인의 시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중순 SBS 드라마 ‘가문의 영광’ 촬영장에서 만난 연규진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보다 아들과 며느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더 좋아했다. ‘가문의 영광’에서 졸부 이천갑으로 출연 중인 그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정답이 없지만 아들과 며느리에 대해서는 자식 이야기니까 한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연기자는 변신을 할 줄 알아야 돼요. 자기 것이 강하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가 없어요. 끊임없이 자신을 비우는 작업을 하고 연구도 많이 해야 되죠.”
연규진은 그동안 해온 수많은 드라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TBC의 ‘형사’와 ‘야 곰례야’, 지난해 막을 내린 KBS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라고 한다. ‘형사’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는 10년 넘게 한 드라마이고 ‘야 곰례야’는 연기 변신에 성공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야 곰례야’를 잊을 수가 없어요. 지금 방영되고 있는 ‘에덴의 동쪽’을 쓴 나연숙 작가의 작품인데 이 드라마로 인해 제 연기인생이 달라졌거든요. 그전까지는 무거운 역할만 하다가 주방장 역을 맡아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이미지를 심어줬으니까요.”
나연숙 작가와의 인연은 그 후에도 계속됐다. 최근에는 아들 연정훈이 나 작가가 집필 중인 ‘에덴의 동쪽’에 출연하고 있다. 그는 “아들이 배역 제의를 받고 망설였을 때 나연숙 작가의 작품이라면 출연해볼 만하다”며 적극 권했다고 한다.
중견 연기자 연규진 가족 이야기

한 집에서 아들 내외와 불편함 없이 알콩달콩 살고 있는 연규진.


“항상 싹싹하고 명랑한 며느리, 착하고 예뻐서 좋아요”
“하지만 정훈이에게 연기 지도를 해준 적은 없어요. 연기라는 게 누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아들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볼 때면 아버지로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제가 배우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표정 연기 하나만 봐도 아들의 기분 상태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거든요. 정훈이는 연기를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너무 빨리 스타가 되는 바람에 슬럼프를 겪을 틈도 없었지만, 설령 슬럼프가 온다 해도 저는 지금처럼 모른 척할 겁니다. 스스로 좌절을 이겨내야 좋은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연정훈이 한가인과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도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그는 아들에 대해 “부모 앞에서 얼굴 한번 찡그린 적 없고 뭘 물어봐도 항상 밝은 표정으로 경쾌하게 대답하는 착한 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결혼할 당시 분가를 시킬 생각이었으나 며느리 한가인이 시부모와 같이 살겠다고 우겨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한다.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결혼할 무렵 같이 살 집을 지었는데 아래위층에서 따로 살다 보니 별로 불편한 점은 못 느낀다”고 답했다. 1층엔 그의 내외가 살고 2층은 공동구역으로 함께 쓰며 3층엔 연정훈과 한가인이 사는데, 2층에서는 주로 밥을 먹거나 TV를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고.
“며느리가 잘해요. 어린 나이에 시집와 시부모와 함께 살기 쉽지 않을 텐데도 뚱한 표정 한번 지은 적이 없어요. 항상 명랑하고 싹싹하죠. 아내와 얘기도 잘하고 아들하고도 다투는 걸 못 봤어요. 우리 며느리는 착하고 똑똑하고 예뻐서 좋아요.”
그는 “지금 신고 있는 이 신발도 며느리가 사준 것”이라며 자랑했다.
“저는 우리 가인이를 며느리라고 생각 안 해요. 딸같이 생각하죠. 어서 손자를 보고 싶은데 아들 내외가 효자다 보니 저를 빨리 할아버지로 만들어주질 않네요. 며느리가 똑똑하니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만, 아이는 둘 정도 낳으면 좋겠어요. 손녀도 있으면 좋겠고요(웃음).”
그는 아들과 며느리가 반짝 떴다 사라지는 ‘스타’이기보다는 ‘좋은 연기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스타는 이미지 메이킹에 따라 쉽게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연기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가 우리 아들 내외한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배우는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는 거죠. 아이들이 배우로서 자존심을 잃지 않고 품위를 지키면서 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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