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태균(35)과 아들 재원이(3)의 모습은 멀리서도 한눈에 부자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닮아 있었다. 김태균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자 재원이도 아빠를 따라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이들 부자의 모습을 바라보던 아내 이지영씨(32)는 “재원이가 오랜만에 아침부터 아빠와 함께 나간다며 무척 좋아했다”고 말한다.
94년 MBC 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태균은 정찬우와 함께 ‘컬투’라는 팀으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데뷔 초 자신이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던 이씨를 처음 만났다. 하지만 그땐 함께 일하면서 알게 된 친한 오빠 동생 사이에 불과했다고. 그 후 이씨는 패션 공부를 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두 사람은 2002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됐다고 한다. 이씨는 김태균과 3년간 사귀면서 ‘이 사람이라면 나만 바라보고 지켜줄 것 같다’란 느낌을 갖게 됐고, 두 사람은 2005년 웨딩마치를 울렸다. 김태균은 이씨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연예계 데뷔 후 바쁘게 살면서 ‘꼭 결혼을 해야 하나’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아내를 만났는데 늘 제 바쁜 상황을 이해하고 격려해줘서 마음이 편안했어요. 또 결혼 전 처가를 찾았을 때 느꼈던 화목한 집안 분위기도 좋았고요. 이런 집에서 자란 아내와 함께라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죠.”
아이는 세상이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고 말하는 부부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아이가 생겨 신혼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쉬웠다는 김태균 부부. 하지만 두 사람은 막상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아이야말로 세상이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재원이는 항상 웃는 얼굴이에요. 놀다가 다쳐도 잘 울지 않고, 낯도 가리지 않아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공연 때는 아빠 혼자 단독으로 공연하고 있는 무대로 재원이가 혼자 성큼성큼 걸어간 적이 있어요. 수많은 관객이 아이를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데 재원이는 아빠 품에 안겨 환하게 웃기만 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요(웃음).”
이씨는 아이를 낳은 후 1년 동안 모유수유를 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재원이는 병치레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아직은 아이가 어려 놀이방에 보내지 않고 있으며, 특별히 가르치는 것도 없다고 한다. 대신 김태균이 틈날 때마다 아이와 놀아주려 노력한다고.
인터뷰 도중 김태균은 평소 재원이와 노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정체불명의 언어로 아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재원이는 아빠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며 ‘꺄르륵’ 웃었다. 이씨는 이런 부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고.
김태균은 평소 일을 마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아이와 놀아주고, 아이가 잠이 든 뒤에는 아내와 야식을 먹으면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남편은 TV에서 보이는 모습과 실제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과 대화하면서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거든요.”
김태균은 오는 10월 아이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바로 재원이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써온 태교일기를 묶어 책으로 펴낼 생각이라는 것. 그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썼다. 그래서 솔직히 술 마신 날 쓴 일기는 글씨도 엉망이고 내용도 이상해 그 페이지를 볼 때마다 아내와 마주 보고 웃는다”고 말했다.
“아내의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가슴이 벅차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내가 병원에서 받은 산모일기를 제가 대신 쓰기로 했죠.”
그가 태교일기를 쓰게 된 데는 바쁜 스케줄 때문에 아이에게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할 것 같은 미안함도 한몫했다고 한다. 그는 매일 밤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좋은 글들을 짤막하게 일기장에 적어놓았고 다음 날 아침, 아내는 그것을 배 속의 아이에게 읽어줬다고. 그는 특히 일기에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끼어들지 말고 끝까지 들어라’ ‘질문과 대답은 항상 간결하게 말해라’ 등 말에 대한 격언을 많이 적었다고 한다. 말을 하는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사람에게 말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아이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사람으로 크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에요. 모르면 모른다고 자신 있게 말해야 그것을 받아들이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아이가 커서 재미있다고 박수칠 수 있는 공연 만들고 싶어
그는 또한 아들 재원이가 어떤 일이든 자신감을 갖고 부딪치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고 한다.
“전 ‘결심만 하는 건 바보다’라는 말을 항상 마음에 담고 살아요. 어떤 일이든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요. 개그맨 시험을 볼 때도 ‘난 해낼 수 있을 거야, 일단 해보자’란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저 자신에게 용기를 줬어요.”
데뷔 후 대학로 개그 공연무대를 거쳐 SBS 개그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인기를 얻은 그는 단지 개그맨으로만 머무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개그계 후배들을 양성하기 위해 정찬우와 함께 연예기획사를 차렸고, 영어회화 책을 쓰는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온 것. 지난 2006년에는 뮤지컬 ‘찰리 브라운’에서 주연을 맡아 뮤지컬 배우로도 데뷔했다.
“남편은 100% 노력파예요. 뮤지컬 무대에 오를 때도 다른 배우와 관객들에게 누가 돼선 안 된다면서 공연을 앞두고 며칠 동안 노래 연습만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남편이 얼마나 열정적인 사람인지 새삼 알게 됐죠.”
김태균은 아내 대신 쓴 태교일기장에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좋은 글들을 적어 놓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새로운 일을 또 하나 시작했다. 최근 아내 이씨와 함께 유아복 쇼핑몰을 오픈한 것. 스타일리스트로 일한 이씨의 감각을 살려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아내가 재원이 옷 고르는 걸 지켜보니 예쁜 옷보다는 활동하기 편한 옷을 선택하더라고요. 그렇게 아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지혜를 다른 주부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쇼핑몰을 운영하기로 했죠.”
그는 “아내와 늘 손발이 착착 맞는다”며 “함께 일하는 건 처음이지만 어렵지는 않다”고 웃으며 말한다.
“어디서 들으니까 남자 AB형과 여자 B형이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아내와 전 결혼해서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아무래도 서로에 대해 잘 아니까 그만큼 잘 이해하고, 혹시 마음 상하는 일이 생겨도 대화를 하다 보면 금세 풀리거든요(웃음).”
김태균 가족은 얼마 전 여름휴가차 가까운 계곡으로 물놀이를 다녀왔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렇게 나들이를 다녀오면 아이와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 좋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자주 놀러 다니면서 추억을 많이 쌓아야 하는데 바쁘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워요. 지난해 재원이 첫돌 무렵 바닷가에서 찍은 비디오를 보니까 재원이가 그새 많이 컸더라고요.”
그는 점점 자라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아이에게 더욱 당당한 아빠가 되기 위해 자신의 일에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오랫동안 공연한 ‘컬투쇼’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간을 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다녀오려고 해요. 새로운 것을 보고 배워야 더 좋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거든요. 나중에 재원이가 커서 재미있다고 박수칠 수 있는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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