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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영광의 주인공

제40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 장정옥

글·김수정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8. 05. 23

제40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서 ‘스무 살의 축제’로 당선된 장정옥씨. “독자들의 반응에 두려워하지 않고 거침없는 필력으로 문학의 중심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힌 장씨의 시상식 현장을 지상중계한다.

제40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 장정옥

“끊임없이 문전을 기웃거렸는데 이제야 그 문이 비로소 열렸네요. 오늘의 이 상은 세상이 온통 상처로 얼룩졌다고 생각했던 제게 한줄기 빛이 됐습니다. 어떤 일이든 모두 이뤄질 것 같은 이 행복한 기분…. 앞으로‘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미리 걱정하지 않고 거침없는 필력으로 문학의 중심을 향해 걸어가겠습니다.”
박완서·윤명혜·우애령·송은일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작가를 배출해온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가 마흔 번째 당선자를 배출했다. 영광의 주인공은 ‘스무 살의 축제’를 응모한 장정옥씨(51). 지난 4월4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9층에서 열린 제40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시상식에서 장씨는 차분하면서도 당당하게 수상소감을 말했다. 또한 이날 시상식에서 받은 2천만원의 상금에 감격의 키스를 하며 기쁨을 표현해 그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시상식장을 찾은 동아일보 김학준 회장과 황의봉 출판국장 등 회사 관계자, 심사위원 송은일·하응백씨, 박완서·윤명혜씨를 포함한 역대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출신 작가 등 50여 명의 내빈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장씨는 30대 후반 대구지역 문학소식지인 ‘반월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뒤늦게 문학의 길에 들어선 늦깎이 작가. 97년 대구지역 일간지 매일신문 신춘문예 공모에 ‘해무’가 당선되면서 등단한 그는 ‘달의 지평선’ ‘거대한 농담’ 등 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10여 년간 기성작가로 활동했지만 자신이 가진 연륜을 깊이 발휘할 수 있는 장편소설을 쓰고 싶어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고 한다.
수상작 ‘스무 살의 축제’는 아버지가 죽은 뒤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스무 살 여성의 삶을 그린 성장소설. 이혼한 부모와 따로 사는 여주인공 유리는 남자친구와 이별한 직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뜻밖의 연락을 받는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를 사람이 오직 자신뿐인 상황에서 유리는 장례대행업소를 찾고 가짜 문상객도 구하기로 한다. 유리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D시를 방문하는데, 마침 그곳에서는 ‘나비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살해됐을지도 모를 아버지의 주검에 대한 부검이 진행되는 동안 유리는 우연히 만난 남자와 축제의 한 부분인 ‘롤플레잉 게임’을 즐긴다.

“앞으로 다양한 작품 쓰면서 한국 문단의 지평 넓히고 싶어요”
제40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 장정옥

장정옥씨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내빈들. 심사위원 하응백·송은일씨, 당선자 장정옥씨, 박완서 작가, 동아일보 김학준 회장(왼쪽부터).


본심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하응백씨(46)는 “당선작을 처음 읽었을 때 작가가 30대 중반의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묘사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문체가 젊고 신선했기 때문”이라며 “젊은이들의 문화코드 중 하나인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소재를 작품에 끌어들이면서도 현 시대의 담론인 ‘해체된 가족의 복원’을 근원적으로 풀어내려는 작가의 의지가 돋보였다”고 격려했다.
김학준 회장은 치사를 통해 “‘스무 살의 축제’가 여성동아 출신 선배 작가인 박완서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근미님의 ‘17세’ 등 성장소설의 연장선상에 있어 반가웠다”며 “‘스무 살의 축제’가 장정옥 작가에게 큰 축제가, 나아가 한국 문단의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이 사회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지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가르침을 주는 작품을 써달라”고 말했다.
답사에 나선 장씨는 “스무 살을 지나고 있는, 혹은 지나야 할 세상의 모든 젊은이에게 이 기쁨을 전하고 싶다”며 “사실 처음에는 길 잃은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그리고 싶었는데, 당혹스러워하는 아이의 심리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구원을 믿지도 않고 미래에 대한 어떤 기대도 가지지 않는 스무 살로 나이를 조정했는데 뜻밖에 이런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제 작가인생의 첫 번째 결과물인 이 책을 책장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오늘의 기쁨을 기억할 거예요. 앞으로 작품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아 한 권, 두 권 결과물을 늘려나가고 한국 문단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장정옥씨의 당선작 ‘스무 살의 축제’는 지난 3월 초 동아일보 출판팀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한편 ‘여성동아’에서는 올 10월31일까지 역량 있는 여성작가 발굴을 위해 ‘제41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를 한다. 여성이면 누구나 응모가 가능하며, 분량은 2백자 원고지 1천2백장 내외이고, 발표되지 않은 창작소설이어야 한다. 예심과 본심을 거친 당선작은 ‘여성동아’ 2009년 2월호에 발표할 예정이다. 문의 02-361-0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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