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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행복한 그녀

세계적인 명품업체 한국지사장과 결혼하는 파티플래너 지미기

글·김수정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메리엘웨딩 제공

2008. 03. 21

모델 출신 ‘국내 1호 파티플래너’ 지미기가 2월 말 세계적인 명품업체의 한국지사장 제임스 페이튼씨와 웨딩마치를 울린다. 그를 만나 남다른 러브스토리를 들었다.

세계적인 명품업체 한국지사장과 결혼하는 파티플래너 지미기

지미기는 “결혼 후에는 일보다 가정생활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델 출신 ‘국내 1호 파티플래너’ 지미기(32)는 올겨울 “지미기만의 파티”를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2월23일 세계적 명품업체 한국지사장 제임스 페이튼씨와 웨딩마치를 울리기 때문. 지미기의 마음을 사로잡은 페이튼씨는 루이비통, 마크 제이콥스, 크리스찬 디올 등 60여 개 최고급 패션 브랜드를 소유한 세계적 명품업체 LVMH 계열인 모엣헤네시 코리아의 대표이사. 세계적인 주류를 수입·판매하는 모엣헤네시는 한국 샴페인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보통 연말부터 화이트데이가 있는 3월까지는 각종 이벤트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하지만 결혼을 앞둔 올해는 1천여 명의 하객에게 청첩장 돌리고 신혼생활을 준비하고, 또 이렇게 인터뷰를 하느라 정신이 없죠(웃음).”
파티플래너인 그의 결혼식은 화려한 파티 형식으로 꾸며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의 대답은 “NO”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성당에서 조용하고 엄숙하게 치를 거예요. 대신 결혼식이 끝난 뒤 하객들을 위해 조촐한 디너파티를 열 예정이고요. 지적이면서도 섹시한 스타일로 꾸밀 생각인데 자세한 건 비밀이에요(웃음).”

세계적인 명품업체 한국지사장과 결혼하는 파티플래너 지미기

함께 등산하고 자전거 타며 사랑 키워

두 사람은 4년 전 일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여러 파티를 준비하면서 그 회사의 샴페인을 많이 쓰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졌어요(웃음). 주류 협찬을 받은 인연으로 모엣헤네시 론칭 행사나 사내 이벤트 때 주로 제가 파티를 진행했고요. 높은 직책에 있지만 항상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남편의 매너가 마음에 들었죠.”
하지만 페이튼씨를 이성으로 느낀 것은 아니라고 한다. 평소 생각했던 이상형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지미기는 지금도 가끔 페이튼씨에게 “내가 왜 당신을 사랑할까” 하고 농담 삼아 묻는다고 한다.
“첫눈에 반한 건 아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찌릿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특히 외국생활을 오래한 저와 사고방식이 너무나 똑같았어요. 남편은 솔직담백한 성격과 예술적인 교양을 갖춘 완벽한 남자예요.”
두 사람은 2007년 초부터 정식으로 사귀었다고 한다. 결혼식 다음 날인 2월24일은 그들이 교제한 지 정확히 1년째 되는 날이라고.
“하지만 제가 파티플래너 일 말고도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데이트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저는 매일 새벽 2~3시까지 일하는 ‘일 중독자’였거든요. 그런 제 모습을 본 남편이 어느 날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일이 더 즐겁고 삶이 행복해진다’고 충고하더라고요. 사랑보다 일이 우선이었던 제가 달라진 건 그때부터였죠.”
지미기는 페이튼씨를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언제부턴가 패스트라이프(Fast Life) 속에 매몰됐던 자신을 슬로라이프(Slow Life)로 이끌어줬기 때문. 그는 이후 페이튼씨와 등산을 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사랑을 키웠다고 말했다.
“둘 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주로 땀 냄새를 풍겨가며 데이트했죠(웃음). 남편이 명품업체 대표이사라는 게 알려졌을 때 ‘얼마나 화려한 데이트를 했을까’라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의외로 저희는 소박하고 평범하게 데이트를 즐겼어요.”
연인을 위해 이벤트를 해주는 쪽도 지미기가 아닌 페이튼씨. 지미기는 “남편을 위해 이벤트를 연 적도, 선물을 사본 적도 없다”며 겸연쩍은 듯 웃었다. 파티플래너로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주는 것에 익숙한 그이지만 남편에게는 받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다고.
“‘중도 제 머리 못 깎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잖아요. 제가 그런 것 같아요. 생일선물도 제대로 사준 적이 없거든요(웃음). 늘 바쁘다는 핑계를 둘러댔는데, 고맙게도 남편은 그런 일로 한 번도 투정 부리지 않았어요.”
그는 페이튼씨에게 처음 받은 선물을 잊지 않고 있다. 보통의 연인들이 초콜릿이나 반지, 꽃다발을 선물하는 것과 달리 페이튼씨는 지미기에게 하트 모양으로 된 페이퍼웨이트(Paper Weight·서진)를 선물했다고. 지미기는 “남편은 그후에도 고가의 명품보다는 자신의 진심이 담긴 선물을 사줬다. 소박하지만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생각하는 센스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을까. 하지만 지미기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없었어요.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기왕이면 외국인과 결혼하라’는 말을 자주 하셨어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가 한국남자와 결혼하면 문화적 충돌을 느낄 것이라는 게 그 이유셨죠. 제가 성인이 된 후에는 더 이상 그 말씀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사윗감을 외국인으로 정해두신 것 같았어요. 남편을 보자마자 부모님이 너무나 반기셨거든요.”

세계적인 명품업체 한국지사장과 결혼하는 파티플래너 지미기

아직 한국어가 서툰 페이튼씨는 지미기의 부모에게 웃음을 주는 존재라고 한다. 신랑 신부를 거꾸로 칭하는가 하면 장인어른, 장모님이라는 말 대신 ‘아빠’ ‘엄마’로 부르기 때문. 그러면서도 가능하면 한국어를 쓰려고 노력하는 사위를 보며 지미기의 부모는 “막내아들이 생긴 것 같다”고 흐뭇해한다고.
페이튼씨는 얼마 전부터 지미기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저와 있을 때는 주로 영어로 대화하지만,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는 한국어를 쓸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부쩍 더 열심히 배우고 있죠. 제가 잘못 쓰는 표현이나 문장을 바로잡아주면 금세 잘 따라 해요.”

“막내아들이 생긴 것 같다”며 외국인 사위를 반겨준 부모
지미기는 지난해 10월 페이튼씨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았다. 언제든지 프러포즈를 받을 마음의 준비가 돼 있던 터라 크게 놀라진 않았다고. 하지만 정작 페이튼씨는 프러포즈를 하기까지 며칠간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당시 저희 부모님이 해외여행 중이셨는데 아마 남편은 부모님이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제게 프러포즈를 한 뒤 ‘결혼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부모님께 하고 싶었나봐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제가 그때 너무 바빠 하루도 만나지 못했어요. 결국 공항으로 부모님을 마중 나가기 직전 남편이 급히 반지를 껴주며 프러포즈를 했죠.”
그의 왼쪽 약손가락에는 그날 받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반지였는데, 조심스레 반지를 쓰다듬는 그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중순 웨딩촬영을 했다. 하지만 촬영을 위해 직접 웨딩슈즈를 구입하고 러블리한 콘셉트의 부케와 화관을 준비한 지미기와 달리, 페이튼씨는 “꼭 찍어야 해?” 하며 조금 부담스러워했다고.
“외국에서는 웨딩드레스·턱시도를 사서 결혼식 날 온종일 입고 그 차림으로 파티까지 열기 때문에 굳이 웨딩사진을 따로 찍지 않아요. 하지만 한국은 보통 2시간 안에 예식이 끝나는데다 피로연 때는 웨딩드레스가 아닌 다른 옷을 입잖아요. ‘그날 다 못 찍을까봐 이렇게 미리 찍어두는 거야’ 하면서 남편을 이해시키느라 혼났어요(웃음).”
요리를 즐겨 하는 편이라는 그는 특별히 신부수업을 받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주위 사람들에게 축하인사를 받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조언을 듣느라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고.
그는 결혼 후에는 일보다 가정생활에 더 힘쓸 것이라고 한다. 일을 당장 그만두지는 않겠지만 필요하다면 조금 줄일 생각이라고. 그는 “남편에게 내조를 잘하는 충실한 배우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결혼하고 나면 지금처럼 일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시간을 쪼개 일하겠지만 일과 남편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면 저는 무조건 남편을 택할 거거든요. 만약 한국지사 임기가 만료돼 남편이 다른 나라로 떠난다면 언제든지 남편을 따를 생각이에요. 연애할 때 미처 해주지 못한 게 있다면 결혼한 뒤 꼭 해주고 싶어요.”
그는 되도록 아이를 빨리 가질 생각이다.
“아이를 무척 좋아해요. 외국에서 결혼은 안 하고 홀로 아이만 키우는 여자들을 보면서 늘 ‘부럽다. 나도 어서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둘 다 나이가 많으니까 결혼하면 아이부터 낳을 생각이에요.”
결혼식을 올린 뒤에는 페이튼씨의 홀어머니가 살고 있는 영국으로 가 정식으로 인사를 드릴 계획이라고.
“시어머니께서 몸이 안 좋아 결혼식 날 한국에 못 오시거든요. 잠시 시집에 머물면서 결혼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어머니 건강도 돌봐드릴 생각이에요. 시집 식구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든 뒤 신혼집으로 돌아와 처음 남편의 식사를 차려줄 때 비로소 결혼했다는 실감이 날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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