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생후 11개월 된 딸 주니를 키우는 개그우먼 김지혜(29)는 얼핏 보기엔 철부지 엄마 같아도 육아를 즐길 줄 아는 ‘씩씩한’ 엄마다. 아이의 옹알이 소리만 들어도 배가 부르고 행복하다는 그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이 자랑을 늘어놓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제가 철이 좀 덜 들었어도 아이는 잘 봐요(웃음).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좋아해 조카나 친척 동생들을 많이 봐줬거든요. 힘들때도 많지만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다 기억해 두고 싶을 정도로 주니가 제 인생 최고의 보물로 느껴져요.”
그는 주니를 키우는 동안 여자로서, 연예인으로서의 자신은 잠시 잊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자신의 이름 앞에 ‘아이 엄마’라는 타이틀이 앞서지만 주니를 키우면서 조금씩 성숙해지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오히려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아이 낳고 무게감이 생긴 것 같아 좋다”며 밝게 웃었다.
오는 3월 첫 돌을 맞는 주니는 빠르면 올해 동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사실 예전에는 제 캐릭터가 애매했어요. 예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생긴 것도 아니라 개그를 하기에도 어색하고 연기자로 변신하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았죠. 하지만 이제는 주니 덕분에 ‘아줌마’라는 명확한 캐릭터를 얻었잖아요. 앞으로 제 모습이 더욱 기대되고 연기를 할 때도 예쁜 척 하지 않고 실감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KBS ‘비타민’에만 고정패널로 출연 중인 그는 본격적인 연예활동은 둘째를 낳고 난 뒤로 미뤘다. 하지만 그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봄 둘째를 임신해 겨울에 낳을 예정인 것. 당초에는 둘째를 천천히 가질 생각이었으나 주니를 낳고 아이 욕심이 부쩍 생기면서 둘째도 빨리 낳아 한번에 키우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아이는 둘 이상 낳을 생각인데 이왕 키우는 거 한꺼번에 키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야 저도 빨리 방송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산부인과에서 날을 받아 계획임신을 하더라고요. 저희도 며칠 전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조만간 둘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이 들릴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는 첫째가 딸이다 보니 이왕이면 둘째는 아들이길 바라지만 딸이어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둘째도 딸이면 셋째까지 낳을 마음의 준비(?)가 돼 있기 때문. 그는 “셋째까지 딸이어도 상관없다. 주변을 봐도 딸 많은 집이 화목하더라”며 털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둘째가 태어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들뜨지만 한편으로 주니 낳을 때 고생한 게 떠올라 두려움도 밀려온다고 털어놓았다. 산기가 있기 전 양수가 먼저 터져 어려움을 겪은 것. 하지만 그는 출산 당일의 정황을 설명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듯 흥분된 어조로 손뼉까지 쳐가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날 누군가가 ‘아이를 잘 낳으려면 삼겹살을 먹으라’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 친구와 연탄 구이집에서 삼겹살을 먹었어요. 밤 10시까지 친구 집에서 수다를 떨고 놀다가 집에 돌아와 살짝 잠이 들었죠. 그런데 갑자기 몸에서 ‘뽀록’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양수가 터졌어요. 깜짝 놀라 자고 있던 남편을 깨우고 병원에 전화를 걸어 난리법석을 떨었죠. 병원에서는 상태를 보고 좀 더 있다 와도 된다고 했는데 남편이 어디서 얘기를 듣고 왔는지 양수가 터지면 그 길로 감염이 될 수 있으니 빨리 병원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저는 삼겹살 냄새가 가득 밴 상태에서 머리도 못 감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어요(웃음).”
하지만 아이는 꼬박 하루가 지나도록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자궁이 열리는 주사를 맞았는데도 24시간 동안 자궁이 1cm밖에 열리지 않아 결국 제왕절개를 했다고. 그가 수술실에 누워 있는 동안 남편 박준형(33)은 그에게 끊임없이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남편이 보낸 메시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사고 싶은 것 있으면 마음대로 사라’는 거였다고 한다. 그는 “그 많은 문자들을 증거물로 보관해두지 않은 게 안타깝다”며 찡긋 웃었다.
“처음에는 아이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젖을 물리는 순간 진한 감동이 밀려왔어요”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아이는 마취에서 깨어난 뒤에야 볼 수 있었다. 그는 아이와 첫 대면하던 순간 ‘예쁘다’는 생각보다 낯설고 묘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고 한다.
“‘이 아이가 정말 내 뱃속에서 나온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분만을 하면 엄마와 아이가 함께 고생을 하기 때문에 더욱 애틋하고 감정이 복받친다고 하는데, 저는 솔직히 아이가 참 낯설더라고요. 남편도 탯줄을 자르러 수술실에 들어왔을 때 아이보다 마취에 취해 쓰러져 있는 제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와 그렇게 눈물이 나더래요. 하지만 역시 모성애는 숨길 수 없는 본능인가 봐요. 처음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순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거든요.”
임신 중 입덧 한번 하지 않았다는 그는 아이 낳고도 젖이 잘 돌고 금세 회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술 후 일주일 만에 뜻하지 않은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산후조리원에 있으면서 빈혈 증세가 생겨 검사를 받았더니 염증지수가 보통 사람에 비해 몇 배나 높게 나온 것. 수술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않아 염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오는 3월 돌을 앞두고 있는 주니는 벌써부터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잘 먹고 잘 노는 건 물론이고 밤에 잠이 들면 아침까지 깨지 않아 가족들 모두 평온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것. 주니는 갓난아기였을 때도 젖만 물리면 칭얼대지 않고 이내 잠이 들어 엄마 아빠가 잠을 못자 고생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요즘에는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해 하루에도 몇 번씩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예전에는 제가 손뼉을 쳐주면 아이가 따라서 손뼉을 쳤는데 요즘은 말로만 ‘박수’라고 해도 아이가 손뼉을 쳐요. 책을 볼 때도 ‘곰돌이한테 뽀뽀해줘’라고 말하면 그림에다 입을 갖다대고요. 행동 하나하나가 신기할 뿐이죠. 모든 엄마들 눈에는 제 자식이 가장 똑똑해 보인다는데 저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웃음).”
박준형도 주니에 대한 사랑이 끔찍하다고 한다. “둘째가 태어나도 영원히 주니만을 사랑할거야”하고 농담을 할 정도. 하지만 바쁜 방송스케줄 때문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 늘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한다. 김지혜는 그런 남편에게 “아이가 이렇게 예쁜 건 한 순간이니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기도 한다고.
“아이가 생기니까 부부 사이의 애틋함은 조금 줄어드는 것 같아요. 주니의 엄마 아빠로서 대하게 되고, 대화의 90% 이상이 아이 얘기죠. 그래도 가끔은 연애할 때처럼 분위기를 내려고 해요. 아이를 시어머니께 맡기고 둘만 영화를 보러간다거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요. 물론 그럴 때도 아이 얘기를 주로 하지만요(웃음).”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운 뒤 당당한 ‘워킹맘’으로 서고 싶어요”
요즘 그는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엄마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육아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매달 셋째주 월요일에 만나 점심 식사를 하는데 그가 모임을 만들었고, 총 인원은 여섯 명이라고 한다. 그는 “똑똑한 엄마들 덕분에 아이 키우는 데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요. 분유, 기저귀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교육 문제까지 많은 정보를 나누는데, 지난주 모임에서는 아직 말도 못하는 아이들을 두고 초등학교 보내는 얘기까지 나왔어요(웃음). 또 몇 달 전에는 멤버 전원을 저희 집에 초대해 파티를 벌이기도 했고요.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노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또 신기하게도 여섯 명의 아이가 다 비슷한 시간에 잠이 들고, 우유도 먹더라고요(웃음). 오랫동안 모임이 잘 운영되면 좋겠어요.”
계획대로라면 김지혜는 올 겨울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첫째 때도 그랬듯이 둘째를 낳고 한동안 육아에 전념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는 워킹맘 대열에 합류한 뒤에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기로 결심했다. 본인 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당당한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예전에 박미선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아이에게 엄마가 일하는 것에 대해 절대 미안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요. 자꾸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 훗날 아이는 정말로 ‘엄마가 나한테 미안한 일을 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대요. 그러니 아이들에게 ‘엄마는 너를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거야’라고 설명을 해주라고 하더군요. 저도 나중에는 아이들에게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어깨를 두드려 달라고 말할 거예요(웃음).”
그가 지난해 문 연 인터넷 쇼핑몰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창립 1주년을 맞아 직원들과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서 회식도 했다고. 그는 쇼핑몰의 모델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 임신 중에도 자신의 몸에 맞는 임부복을 직접 디자인해 남다른 패션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내년에는 사무실 겸 카페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마련하는 게 최대 목표라고 한다.
2008년은 그에게 여러모로 뜻 깊은 한해가 될 게 분명하다. 먼저 오는 3월 주니의 돌잔치가 있고, 10월에는 시어머니의 칠순 잔치가 있으며 연말에는 (계획대로라면) 또 한명의 새 식구를 맞이한다. 행복한 엄마, 김지혜는 “올해 토종비결도 환상이더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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