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 MC, 트로트 가수 등으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조영구(40)가 드디어 노총각 딱지를 뗀다. 내년 1월22일 서울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에서 11세 연하 쇼호스트 신재은씨(29)와 웨딩마치를 울리는 것. 교육자 집안의 장녀로 태어난 신씨는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2005년부터 현대홈쇼핑에 근무하고 있다.
결혼을 두 달 앞두고 지난 11월 중순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결혼을 발표한 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데이트할 수 있어 마음 편하다”면서 서로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둘이 마음 놓고 데이트한 지 얼마 안됐어요.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슬쩍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으면 사람들이 어김없이 나타나 ‘조영구다!’라고 외쳤거든요. 그럴 때마다 깜짝 놀라 꼭 죄지은 사람처럼 재은이 손을 뿌리치고 아무 사이도 아닌 척하며 20m쯤 앞서 걸어가곤 했죠. 재은이가 언론에 노출되는 걸 부담스러워할까봐 그런 건데 한번은 ‘오빠, 이렇게까지 해야 돼?’ 하면서 훌쩍거리더라고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해요.”
조영구는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설이 터졌다. 제대로 연애를 해보기도 전에 주위에 알려져 한때 헤어질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오히려 그게 전화위복이 돼 결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는 꽤 심각한 상황이었어요. 재은이 얼굴과 신상이 인터넷상에 공개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따님 결혼 축하한다’라는 인사를 받은 장인이 화가 나셨거든요. ‘대체 얼마나 행동을 경솔하게 했으면 그런 소문이 나느냐. 부모 허락 없이 하는 결혼은 인정할 수 없다’며 헤어지라고 하셨죠.”
양가 부모에게 교제 허락받기 전 결혼설 터져 마음고생
요즘 한창 결혼 준비에 바쁜 두 사람은 몰디브나 푸껫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현재 조영구가 살고 있는 집에 신접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4월 초. 평소 친분이 두터운 가수 현숙의 소개로 신씨를 만난 조영구는 그의 단아한 외모와 조곤조곤한 말투에 반했다고 한다. 신씨 역시 유머감각 있고 소탈한 조영구가 마음에 들었다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현숙 언니가 처음 오빠를 만나보라고 했을 때는 연예인이라는 점 때문에 달갑지 않았어요(웃음). 만나기 전에 전화통화를 먼저 했는데 제가 몇 번 만나는 날을 미뤘더니 ‘저도 바쁜 사람입니다. 무조건 목요일 오후 7시에 봅시다’ 하고 끊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무례하게 들리지 않더군요. 오히려 남자답고 솔직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애써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 순수한 시골총각 같은 모습에 매력을 느꼈고요.”
첫 만남 후 조영구는 매일 아침 신씨에게 “길 조심하라” “우산 챙겨라”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신씨는 하루라도 문자메시지가 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걱정하게 될 만큼 그의 배려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차차 마음이 열리면서 언제부턴가 더 이상 그가 연예인이라는 점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그런데 오빠와 사귀는 사실을 단짝 친구에게 말했더니 ‘방송가에서 알아주는 짠돌이라더라. 고생할 게 뻔하니 만나지 말라’며 펄쩍 뛰더라고요(웃음). 연애 초기에는 그런 부분 때문에 솔직히 힘들었어요. 알뜰한 편인 저도 오빠에 비하면 씀씀이가 헤픈 여자가 되더라고요. 물건을 살 때마다 ‘계획했던 게 아니면 사지 말라’고 하는데 잔소리 같아 듣기 싫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빠가 대학 졸업 후 처음 서울에 올라와 막노동, 행사도우미, 바람잡이 등을 하며 어렵게 산 얘기를 듣고 나니 왜 그렇게 절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죠. 자신에게는 인색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감동했고요.”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면서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했다고 한다. 빡빡한 방송 스케줄 때문에 데이트를 자주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던 조영구는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신씨를 데리고 가곤 했다고. 때로는 왕복 10시간 이상 걸리는 지방에 간 적도 있지만 신씨는 한번도 투정부리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무대에 올라 노래 부르고 춤추는 조영구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그러나 조영구는 “여자친구가 응원을 해준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자나 전화로 데이트를 대신하는 것도 미안한데, 가끔 만날 때조차 고생만 시켰으니 얼마나 미안해요. 한번쯤 ‘왜 이런 곳까지 데려왔냐’고 화낼 법도 한데 재은이는 ‘나도 방송일을 해봐서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일하라’며 격려해줬어요. 하루는 차 안에서 저를 기다리다 잠이 든 재은이를 보면서 ‘이 여자에게 평생 이런 고생을 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마음씨 고운 여자를 감히 어떻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무렵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신씨의 부모가 교제를 완강하게 반대하면서 두 사람은 헤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터넷상에 “신씨가 조영구의 30억대 재산을 보고 결혼한다더라”와 같은 소문이 돌아 신씨가 마음에 큰 상처를 받기도 했다.
“오빠를 사랑한 뒤 조건 같은 건 생각한 적이 없는데 그런 오해를 받아 속상했어요. 제 학벌과 자라온 환경, 오빠의 과거 등을 언급하며 ‘둘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에 잠시 흔들리기도 했죠. 부모님마저 교제를 반대해 안팎으로 지친 저는 결국 오빠에게 잠시 떨어져 지내자고 했어요.”
이런 두 사람을 다시 맺어준 사람은 현숙이었다. 신씨의 부모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는 조영구를 대신해 현숙은 신씨의 어머니를 설득했고, 현숙에게서 조영구의 성품과 살아온 얘기를 전해들은 어머니는 차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또 “그 정도 어려움도 극복하지 못하냐”는 현숙의 따끔한 충고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첫 키스를 나누며 사랑을 확인했다고 한다.
“며칠 동안 연락을 안 해서인지 서먹서먹하더라고요. 서로에 대한 확신이 그 정도밖에 안됐나 싶은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고요. 어색한 분위기를 못 참고 밖으로 나갔는데 재은이가 그런 제 모습이 불안했는지 따라나왔어요.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용기를 내 키스했죠. 그리고 ‘장인의 허락을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약속했어요.”
이후 조영구는 지방에 갈 때마다 지역특산물을 신씨의 아버지에게 선물로 보내며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신씨와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조영구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조영구가 나오는 프로그램 시간에 맞춰 TV를 켜곤 했다고. 마침내 신씨의 아버지는 조영구를 집으로 초대했고, 애교 많고 곰살궂은 조영구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평소 조용한 집안 분위기를 순식간에 시끌벅적하게 했으니 놀라셨을 거예요. ‘실물보다 훨씬 어려 보인다’는 장인어른의 말씀을 듣고 ‘교제를 허락받을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죠(웃음). 저는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털어놓으면서 ‘부족한 점이 많은데 재은이만이 제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장인이 제게 술을 권하시더군요. 만취해 잠들었다가 이튿날 일어났더니 장모님이 ‘영구야, 북어국 끓여놨으니 먹어’라면서 활짝 웃으시더라고요.”
교제를 허락한 후 신씨 부모의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조영구가 자신이 마신 술병에 “맏사위가 먹은 술이니 둘째 사위에게는 주지 마세요~”라고 써놓은 메모를 보고 웃는가 하면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를 때마다 흐뭇해한다고. 신씨 역시 예비 시어머니에게 예쁨받는 며느리가 되기 위해 틈틈이 찾아뵙고 요리와 살림비법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1~2년간 신혼생활 즐긴 뒤 아이 낳을 계획
그렇다고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한 후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다. 조영구는 “부부 사이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게 거짓말인데 내가 그만 거짓말을 해 아직 제대로 된 프러포즈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초,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밤늦게까지 어울린 그가 신씨에게 “지방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이 끝나는 대로 서울에 올라갈 테니 걱정 말라”고 둘러댔던 것. 그런데 신씨는 그것이 거짓말임을 눈치챘고, 자정 무렵 홈쇼핑 방송을 끝낸 뒤부터 매시간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계속 거짓말을 하는 조영구에게 크게 실망하고 화가 난 신씨는 다음 날부터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공교롭게도 프러포즈를 하기로 계획한 날까지 연락이 두절돼 조영구가 준비한 프러포즈는 물거품이 됐다고. 조영구는 “사랑 얘기를 담은 뮤지컬을 본 뒤 마지막에 재은이를 무대로 불러내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꽃다발과 반지를 주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틀 뒤 제 마음을 풀어주려고 오빠가 장미꽃 1백 송이를 사들고 회사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쌀쌀한 날씨에 몇 시간 동안 서 있던 오빠는 결국 감기에 걸렸어요. 프러포즈도 못하고 꼼짝없이 집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더라고요. 밤새도록 간호해주다가 이튿날 ‘평생 내가 오빠 건강을 지켜줄게. 내가 여든까지 살 테니 오빠가 아흔까지 살아’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오빠가 ‘우린 열한 살 차이잖아. 네가 나보다 1년 더 살려고?’라며 싱긋 웃는 거예요. 그 말이 프러포즈가 돼버렸어요.”
두 사람이 결혼을 공식 발표하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고 한다. 평소 조영구가 ‘형님’ ‘누님’이라고 부르는 지인들은 “행복하게 살라”며 덕담을 했지만 노총각 친구들은 “너마저 우리를 배신하고 총각 딱지를 떼다니”라며 부러움 반 분노 반의 반응을 보였다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늦은 나이에 만난 인연인 만큼 금혼식까지 올리도록 오래 살라’는 말이에요. 평소 친분이 두터운 (김)병찬이 형은 ‘싸우더라도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고요. 신혼이니 안 싸울 수는 없겠지만 싸우기 전에 우선 침을 꿀꺽 삼켜 감정을 진정시키래요. 또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재은이와 어머니 관계가 달라지니 중간 역할을 잘하라는 말도 해줬어요.”
지난 10월 양가 상견례를 한 두 사람은 요즘 결혼 준비에 한창이라고 한다. 몰디브나 푸껫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조영구가 살고 있는 서울 삼각지 부근에 신접살림을 차릴 예정이라고.
신씨는 “오빠가 요즘 각종 프로그램 진행에 음반 녹음, 결혼 준비 등으로 식사를 제때 못할 만큼 바쁜데, 결혼하면 오빠 건강부터 챙겨주려고 한다”며 “1~2년간 신혼생활을 즐긴 뒤 오빠 닮은 아기를 낳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는 부부가 되자’는 게 저희들 소망입니다. 지난 7월부터 매주 불우한 이웃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영구’s 피자 행복 나누기’ 이동차를 운영하고 있는데 재은이도 함께하기로 했어요.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아 이 자리에 왔으니 그 사랑에 보답하면서 예쁘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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