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KBS 이지연 아나운서(32)가 최근 ‘아침마당’ ‘토요노래자랑’ MC를 맡았다. 오랫동안 ‘아침마당’을 진행해온 아버지 이상벽의 뒤를 잇는다는 점에서 그에게 의미가 남다를 터. 그는 첫 방송이 나가고 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너 흥분 많이 했더라’ 하시면서 웃으시더라고요. 아버지가 뿌듯해하시니까 저도 기분 좋았어요. 무엇보다 제 성격과 프로그램이 잘 맞아요. 비록 ‘몸치’이긴 하지만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고 출연자들과 얘기도 나누면서 신나게 진행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요즘 들어 방송이 천직이란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어요.”
지난 4월 첫아들을 낳은 그는 유아 프로그램 ‘엄마의 무릎 학교’ 진행도 맡았다. 방송녹화 하루 전 섭외전화를 받아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녹화장으로 향했지만 카메라 앞에 서자 친정에 온 듯한 푸근함을 느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스펀지 2.0’에도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인데 “내가 TV에 나오면 아이가 어떻게 알아보는지 소리를 지른다”며 신기해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젖만 먹고도 자랄까 의심스러웠는데 벌써 기어다닐 만큼 많이 컸어요”
“아이를 안다가 손목 인대가 늘어났다”며 오른손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나온 그는 일에 대한 열정만큼 육아에 대한 욕심도 큰 듯 보였다. 그와 절친한 입사 동기로 비슷한 시기에 첫아이를 낳은 최원정 아나운서와 육아에 대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며 두 사람보다 앞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승현 아나운서에게도 아이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많이 얻고 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 봐주시는 분이 저희 아이를 데리고 원정이네 집으로 놀러 가세요. 아이들은 물론 아주머니들도 모처럼 얘기를 나눌 친구가 있으니 좋으신 모양이더라고요.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워 공원도 산책하고, 음식도 함께 만들어 드시면서 스트레스를 푸시거든요. 원정이 집이 방송국 바로 근처라 저희도 일하는 중간 중간 집으로 가서 아이들을 볼 수 있으니 ‘일석삼조’죠.”
생후 8개월에 접어든 아이는 처음에는 엄마와 아빠를 반반씩 닮은 것 같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빠 얼굴에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한다. 머리숱이 많은 것도 그렇고 특히 눈매가 아빠 이경로씨(37)를 많이 닮았다고. 어느 날 남편은 아이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그에게 “너와 나의 좋은 유전자만 닮아 다행”이라고 말하며 웃었다고 한다.
그는 복직 후 두 달 동안 유축기로 젖을 짠 것까지 포함해 총 6개월 정도 모유 수유를 했다. 젖 양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했는데, 젖을 말릴 때도 젖몸살 없이 수월했다고 한다. 요즘은 이유식과 분유를 섞여 먹이고 있는데 하루가 다르게 아이가 자라는 걸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고.
“처음 모유를 먹일 때는 아이가 적당한 양을 먹고 있는 건지 부족하진 않은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분유통처럼 정확한 양을 측정할 수 없으니 답답했죠. 과연 아이가 젖만 먹고도 자랄까 의심스럽기도 했고요. 그런데 벌써 기어다니고 혼자 앉을 만큼 많이 컸어요(웃음).”
아이가 일어서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바닥은 물론 낮은 장식장 위에도 위험한 물건을 올려놓지 못한다고 한다. 한창 호기심이 많을 때여서 처음 보는 물건이 있으면 무조건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기 때문이라고. 그는 “며칠 전에는 탁자 모서리가 위험해 상자로 가려놨더니 어떻게 알고 상자 뒤로 손을 넣어서 물건을 만지더라”며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즐거워했다.
부부는 아이 덕분에 동요 박사가 돼가고 있다고 한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아기 다람쥐 또미’인데 그 노래를 틀어주기만 하면 아이가 신이 나 옹알이를 하며 좋아한다고. 또한 부부는 대학시절 오케스트라 동아리 멤버로 활동했을 만큼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 아이에게도 모차르트와 바흐 음악을 자주 들려주고 있다.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의 표정과 행동을 매 순간 볼 수 없는 게 안타깝지만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를 과하게 어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목소리 톤을 너무 높이거나 흥분된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엄마를 항상 요란스럽고 들떠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그는 “아이가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예쁘지만 지나친 애정표현은 아이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 남편 말고도 평생을 함께할 또 한 명의 친구가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은 내가 선택한 사람이지만 아이는 주어지는 존재라는 점에서 더욱 신비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평생 유지하면 좋겠어요.”
요즘 그는 육아 관련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처음 경험하는 분야인 만큼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아이를 평범하지만 넓은 안목을 가진 사람으로 키우자’라고 한다. 사회 정의를 알고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방송국 안을 들여다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최고의 권위자이지만 속이 좁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단한 백그라운드 없이도 열정 하나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 등 본받을 만한 사람도 많이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아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물을 떠먹여주는 부모가 아니라 물을 뜨는 방법을 가르치는 부모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이지연·이경로 부부는 이미 오래전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했기에 크게 다툴 일이 없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지만 틈틈이 데이트를 즐긴다고.
“얼마 전에는 제가 지나가는 말로 ‘영화 볼까?’ 하고 물었는데 그날 바로 남편이 영화 티켓 예매해뒀으니 퇴근 후 함께 보자고 하더라고요. 또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예술의전당에서 클래식 연주도 들었어요. 마침 그곳에서 손범수 선배 가족을 만났는데, 공연 보는 내내 진양혜 선배가 아이에게 뭔가를 설명해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그런데 다음 날 저희 부부가 함께 연주회에 온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진 선배가 문자를 보냈더라고요(웃음). 나중에 아이가 좀 더 크면 가족끼리 문화생활도 함께 즐기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어요.”
가정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남편은 육아에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아이 기저귀 가는 것은 물론 분유 타기, 아이 어르기 등이 수준급이라고. 그가 복직하기 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울 때는 아이와 하루 종일 씨름하고 파김치가 돼 있는 그를 대신해 밤에 일어나 우는 아이에게 직접 분유를 타 먹이기도 했다고 한다.
“아기는 백일 되기 전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몸무게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데 목을 가누지 못하니까 아이를 안고 있는 것 자체가 보통일이 아니거든요. 손목인대도 그때 늘어났는데, ‘이러다 산후우울증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까지 했어요. 다행히 남편을 비롯해 친구, 가족들의 도움으로 힘든 시간이 금방 지나갔죠.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원정, 승현이와 함께 맥주도 마시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았어요. 그동안 모유 수유 때문에 자제하고 있었는데 모처럼 수다 떨고 소리도 지르니까 스트레스가 확 풀리더라고요(웃음).”
“둘째 낳는다면 첫째와 나이 터울 많이 두지 않을 계획이에요”
하지만 당분간 또다시 술을 멀리할 예정이다. 최원정 아나운서와 함께 다이어트를 시작했기 때문. 그는 임신 전 살이 많이 쪄서 오히려 임신 후 살은 빠지고 배가 나오면서 몸무게가 5kg밖에 늘지 않았는데, 요즘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예전의 날씬하던 몸매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한다. 식욕을 줄여주는 한약을 먹고 있으며 틈나는 대로 방송국 앞 여의도 공원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고.
올해로 방송경력 8년 차인 그는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한다. 물론 세월이 흘러 노련미가 쌓인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가정주부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결 부드럽고 편안해진 게 사실이라고. 그는 “앞으로 더욱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제가 방송에서 ‘배춧값이 올라 걱정’이라고 말하면 시청자들이 ‘살림도 안 하면서 무슨 저런 말을 해’가 아니라 ‘이지연도 똑같이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주부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을 담고 싶어요.”
앞으로 그에게 남겨진 숙제 중 하나는 둘째를 갖는 것이다. 아이에게 예쁜 여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그는 “둘째를 낳는다면 첫째와 나이 터울을 많이 두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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