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 순수 똑똑. 탤런트 한지혜(23)가 지난 9월 초 방영을 시작한 KBS 새 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를 통해 선보이고 있는 매력들이다. 지난해 KBS 드라마 ‘구름계단’을 끝으로 잠시 브라운관을 떠나 있던 그는 못 보던 사이 한결 성숙해진 듯, 여인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올 들어 통통하던 볼 살이 빠지면서 인상이 달라진 것 같아요. TV 화면으로 보면 볼 살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 내심 속상했는데 고마운 일이죠(웃음). 이젠 앳된 소녀 이미지에서 벗어나 좀 더 성숙한 여인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뻐요.”
변한 것은 외모만이 아닌 듯했다. 지난 2001년 슈퍼엘리트모델대회에서 입상하면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그동안 ‘여름향기’ ‘낭랑 18세’ ‘B형 남자친구’ 등의 작품에서 주로 남자친구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철없는 ‘소녀’를 연기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남자친구를 이끌고 지켜주는 든든한 ‘여인’ 역을 맡았다. 그가 젊은 연기자들이 선호하는 미니시리즈가 아닌 일일연속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부터 6개월 이상 이야기가 이어지는 일일극이나 주말극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미니시리즈나 영화를 통해 간간이 활동하다 보니 배우라기보다 연예인의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서요. 속으로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오빠가 ‘한번 일일드라마에 출연해보는 게 어때’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도 될까’ 하고 물으니 ‘네가 하고 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선택하라’며 힘을 실어줬죠(웃음). 그 덕에 용기를 냈어요.”
한때 슬럼프를 겪어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한지혜는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고 한다.
한지혜가 말하는 ‘오빠’는 지난 봄 연인 사이임을 당당하게 공개한 탤런트 이동건(27). 지난 2004년 드라마 ‘낭랑 18세’에 함께 출연하면서 교제를 시작한 두 사람은 지난 3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한지혜는 이동건과의 관계를 얘기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 보였다. 그는 “오빠가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며 “늘 내 드라마를 모니터링해주고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고민하는 부분은 해결책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대본을 보다가 이해가 안 가는 장면이 있을 때 ‘이런 부분에서는 이렇게 연기해도 될까?’라고 물어요. 오빠가 ‘괜찮다, 가능하다’라고 하면 마음이 놓이죠(웃음). 이를테면 극 초반에 단풍이가 감자탕을 먹는 장면이 나왔는데, 대본에 ‘두 손으로 뼈다귀를 들고 먹는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하지만 단풍이가 아무리 털털한 성격이라고 해도 여자인데 초면인 남자 앞에서 그렇게 먹을 것 같지 않더라고요. 오빠한테 ‘손으로 먹는 것보다 젓가락으로 발라 먹는 게 낫겠지?’라고 물으니 ‘왼손으로는 뼈다귀를,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을 들고 먹는 게 어떠냐’고 말하더라고요. 오빠 말대로 그렇게 먹었더니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이 여성스러우면서도 내숭을 떨지 않는 단풍이 모습을 잘 살린 것 같다며 칭찬해줬어요.”
남자친구가 용기 북돋워줘 일일극 도전,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어
“연인이 있어 든든하다”는 그는 최근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조급해하고 불안해하던 성격에서 여유롭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변했다는 것. 과거에는 스태프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먼저 그들에게 가 장난을 치고 농담도 할 만큼 밝아졌다고 한다.
“사실 그동안 연기에 대한 남모를 고민이 많았어요. ‘낭랑 18세’에서 톡톡 튀는 여고생 역으로 과분한 사랑을 받은 뒤 ‘빨리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심했거든요. 다시는 그런 역을 맡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렸고 이후 슬럼프를 겪으며 많이 예민해졌죠.”
그러나 ‘미우나 고우나’를 촬영하며 그는 이런 스트레스에서 상당부분 벗어났다고 한다. 주연 배우의 비중이 크고 한 회 한 회 연기에 집중해야 하는 미니시리즈에 비해 호흡이 긴 일일드라마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기 때문. 한지혜는 “일일드라마는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한 번 실수해도 다음에 만회할 기회가 주어질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하다”며 싱긋 웃었다. 또한 밤샘 촬영이 예사인 미니시리즈와 달리 밤 12시 전에는 촬영이 끝나 마치 회사에 출퇴근하는 듯한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게 한다고.
“그래서 요즘은 촬영장에 갈 때 늘 웃어요. 그렇게 마음이 즐거워지니 연기가 한결 재밌게 느껴지고요. 얼마 전엔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을 찍다가 뜨겁게 달궈진 오토바이 배기통에 다리가 닿아 화상을 입었는데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촬영이 다 끝날 때까지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니까요(웃음). 나중에 보니 다리에 온통 물집이 잡혔더라고요.”
그 흔적을 가리기 위해 한동안 검은 스타킹을 신었다는 한지혜는 “처음엔 상처가 남을까 걱정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영광의 상처라 오히려 자랑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미우나 고우나’를 통해 비로소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는 그의 다음 목표는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는 것. 연기 내공을 좀 더 쌓은 뒤엔 내면의 아픔을 간직한 소매치기나 가무에 능한 기생 역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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