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서 깜찍한 표정으로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네 살배기 꼬마아이. 탤런트 김지연(29)의 딸 가윤이다. 이날 촬영장에서 곰돌이 인형에게 말을 걸고, 빗으로 인형의 머리를 빗겨주는 등 애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가윤이는 현재 김지연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이 옷 모델로도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아이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 그도 아이와 함께 놀면서 부담감 없이 일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더위가 한풀 꺾이면 야외에 나가 촬영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박물관도 다니고 놀이공원도 다니면서 현장학습 겸 사진촬영을 하는 거죠. 아이에게 많은 걸 경험시켜주고 싶고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거든요.”
“아이가 원할 때면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는 엄마 되고 싶어요”
그가 사업 아이템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택한 것도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봄 KBS 아침드라마 ‘아줌마가 간다’에 출연했던 그는 석 달 동안 아이 얼굴도 보기 힘들 정도로 빡빡한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연기자로서의 포부도 중요하지만 한창 엄마의 손이 필요한 아이에게 늘상 바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직까지 아이가 어리다 보니 일과 육아 중에서 일을 우선으로 선택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물론 많은 엄마가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지만 저는 한 가지만 하기에도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촬영을 시작하면 하루 종일 현장에서 대기해야 할 때도 있고, 갑자기 아이가 아파도 갈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를 때도 있거든요.”
그가 사업을 하겠다고 하자 남편 이세창(37)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가 오래전부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여온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뭘 하든 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무엇보다 가윤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일이라는 점을 마음에 들어한다고 한다.
“남편은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하는데 아직은 저 혼자 해보고 싶어요. 하나씩 도움받기 시작하면 힘든 일 있을 때마다 도망가고 싶어질까봐요(웃음). 사실 작은 사업이긴 하지만 처음 해보는 거라 쉽지 않더라고요. 며칠 전에는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증을 접수하러 갔는데, 한 직원이 저보고 문서 하나를 복사해오라는 거예요. 그 순간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제가 복사를 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앞으로 사업과 관련된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배워갈 생각이에요.”
그가 일을 시작하면서 가윤이도 얼마 전부터 놀이방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원할 때면 언제라도 달려갈 준비가 돼 있지만 엄마가 없는 시간 동안 아이가 함께 놀 대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다행히 가윤이는 놀이방에 간 첫날만 잠시 칭얼댔을 뿐 그다음부터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놀이방에서 챙겨주는 밥도 잘 먹으면서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엄마와 놀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어서 놀이방에 보내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가윤이가 제 앞에서 놀이방에서 배운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잘 따라 하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도 들어요. 지금까지 작품할 때를 빼놓고 모든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서인지 제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걸 아이가 한다는 게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한테 ‘그건 어디서 배웠어?’을 하고 물어보면 아이는 ‘이모한테(아이를 돌봐주시는 아주머니), 놀이방 선생님한테, 친구한테’라고 대답하는 거예요. 당연한 일인데도 이상하게 서운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제가 아이에 대한 욕심이 커서 그런 것 같아요.”
자다가 일어나 애교 섞인 목소리로 ‘엄마’ 하고 부를 때 가장 사랑스러워
일보다 아이가 우선이라고 말하는 김지연은 둘째는 2~3년 뒤에 가질 생각이라고 한다.
가윤이는 애교가 많은데 밤에 자다가도 엄마가 들어오는 인기척이 나면 거실로 나와 몸을 ‘배배’ 꼬면서 “엄마~” 하고 부른 뒤 그의 다리에 매달린다고 한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가장 사랑스럽다고 말하는 김지연은 “아이가 주는 행복은 일상에서 순간마다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아이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꼽는 건 ‘자유로운 생각’이다. 아이에게 무조건 “안 돼”라고 말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먼저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아이를 원칙의 틀 안에 가두지 않고 키우겠다는 게 그의 바람인 만큼 그는 훗날 아이가 자라 남들과 조금은 다른 길을 가겠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가윤이는 유난히 웃음이 많은 아이예요. 작은 행동과 표현에도 크게 반응하고, 특히 흉내 내는 걸 좋아해요. 좀 전에도 미용실에 같이 다녀왔더니 자기가 엄마 머리를 감겨주겠다고 하고, 화장도 해주겠다면서 수선을 피우더라고요(웃음). 음식도 가리는 거 없이 아이가 좋아하는 걸 주려고 해요. 주변에서 보면 아이한테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일절 먹이지 않는다는 엄마도 있던데 저는 가끔 먹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맛있게 먹고 그 순간 행복하다면 유기농 과일을 먹은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어렸을 때부터 몸에 해로운 음식은 스스로 절제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겠죠.”
가윤이가 태어났을 때는 육아문제로 부부싸움을 자주 했지만 아이와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한 요즘은 부부 사이에도 언제나 난기류가 흐른다고 한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이면서 사랑과 더불어 우정과 의리가 더해지는 것 같다고. 연예계 잉꼬부부로 소문난 그는 “부부간에 가장 중요한 건 서로를 존중해주는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둘 다 성격이 모질지 못해서 웬만한 건 그냥 넘어가려고 해요. 특히 요즘은 남편도 사업 확장하느라 바빠서 서로 얼굴 볼 시간이 많지 않고요. 전화도 하루에 딱 두 번 해요. 제가 남편보다 먼저 출근하니까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서 ‘언제 나갔어?’ 하고 묻고, 저녁에는 제가 남편한테 ‘언제 들어와?’ 하고 묻죠(웃음). 그러다 어제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을 같이 봤어요. 그것도 심야영화로요. 예전에는 낚시도 함께 다니곤 했는데 요즘은 둘 다 바빠서 엄두를 못 내겠더라고요.”
“남들은 고지식하다고 말할지 몰라도 제가 아는 남편은 ‘성실맨’ 그 자체예요”
현재 자동차 레이싱팀 R-Stars의 감독 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세창은 어느덧 사업가 경력 5년째에 접어들었다. 그가 이끄는 연예인 레이싱팀도 점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안재모·류시원·김진표 등은 올해로 드라이버 경력 11년째인 이세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실력이 수준급이라고. 김지연도 아이 낳기 전까지는 자동차 경주에 자주 참가하면서 여자 레이서로 상위권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는 “요즘은 실력이 많이 떨어져서 레이싱을 피하고 있다”며 “실력 있는 여자 레이서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레이싱 관련 사업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이세창은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요즘 들어 조금씩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김지연은 “3~4년 전만 해도 월급을 받지 못했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요즘은 남편의 성실함을 믿고 도와주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남편의 사업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도 말리지 못해요. 남들은 고지식하다고 말할지 몰라도 제가 아는 남편은 ‘성실맨’ 그 자체예요. 어떨 때는 정석만 고집하다가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강해서 한편으로는 그런 남편이 안쓰럽기도 해요. 며칠 전에는 ‘오랫동안 찜해둔 가방이 하나 있는데 사도 돼?’ 하고 조심스럽게 묻더라고요(웃음). 평소 남편이 자신한테 엄격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바로 ‘제발 좀 사’라고 했어요.”
당분간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쇼핑몰 사업에 매진할 계획인 김지연은 둘째는 2~3년 뒤에 낳을 생각이다. 요즘 들어 가윤이가 동생을 낳아달라고 자주 조르고는 있지만 첫째를 생각해서도 둘째와 어느 정도 나이차가 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사업 시작과 함께 올해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길 바란다는 그는 “마흔이 되기 전에 좋은 엄마·아내 외에도 ‘멋진 사업가’란 타이틀 하나를 더 얻는 것이 새로운 꿈”이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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