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전노민(41)이 ‘착한 남자’의 표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닌 남자 홍조 역을 맡은 데 이어 현재 MBC 일일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에서도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끝까지 감싸안으려는 ‘착한 남자’ 태현으로 열연 중이기 때문.
“요즘은 거리를 걷다가도 아주머니들한테 야단맞느라 바빠요. ‘바람난 여편네를 왜 감싸, 바보같이 너무 착해’ 하면서 등짝을 때리기도 하시죠(웃음). ‘실제로도 그렇게 착하냐’고 묻는 분도 계신데, 솔직히 인상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지만 좋은 사람한테만 그래요. 포커페이스를 잘 못하는 성격이라 싫은 사람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굳거든요. 웃지 않고 있으면 인상이 ‘차가워 보인다’는 말도 들어요.”
그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시사 프로그램 MC로도 활약 중이다. SBS 파일럿 프로그램 ‘사기예방프로젝트 트릭’의 진행을 맡아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기 피해 사례를 조명하며 사기 예방에 앞장서고 있는 것. 그는 첫 녹화날 많이 긴장했던 것에 비해 시청률이 잘 나와 한시름 마음을 놓았다고 한다.
“요즘 사기사건이 너무 많이 일어나잖아요. 내가 피해자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죠. 이 프로그램을 보고 모방범죄를 우려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기 예방효과가 훨씬 클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지난해 사기를 당할 뻔한 경험이 있어요. 평소 아내와 나이 들면 시골에 집 지어놓고 여유 있게 살자는 말을 자주 했는데, 마침 경기도 양평에 좋은 땅이 있다고 해서 사려고 했다가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나서야 문제 있는 땅이란 걸 알고 계약을 포기했죠. 단순히 얼굴만 비치는 MC가 아니라 사기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기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누려보길 바란다”며 용기를 주는 아내
그가 요즘 들어 연기자로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고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내 김보연(49). 그가 지난해 ‘사랑과 야망’으로 연말 시상식에서 조연상을 수상했을 때는 당사자인 그보다 더욱 기뻐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김보연은 그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데, 처음 ‘사랑과 야망’에서 홍조 역을 맡았을 때도 “이 드라마에서 돋보일 사람은 당신 밖에 없다”며 그에게 연기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도 했다.
“항상 자신감을 심어주는 아내가 고마워요. 아내는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 바닥에서부터 톱스타의 자리까지 모든 걸 누려봤잖아요. 그래서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우리 서방님도 연기자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모두 누려봐야 할 텐데’예요. 제가 ‘벌써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 가능하겠냐’고 반문하면 ‘나이는 상관없다’며 용기를 북돋워주죠. 선배 연기자로서 도움을 주는 부분도 많고 예전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외모나, 사람들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잘 챙겨주니까 마음이 든든하죠.”
김보연은 현재 미국 LA에 있는 친정집에 머물고 있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이 어려서부터 친정어머니 손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기활동을 쉬는 동안에는 주로 미국에 머물며 두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전노민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도 재미없어. 서울 갈래”라고 하더니만 큰딸의 대학진학 문제로 티격태격한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한 딸아이는 공부를 계속하길 바라는 부모의 기대와 달리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딸아이는 한국에 들어와 있을 때 거리에서 연예기획사 사람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여러 번 받았을 정도로 눈에 띄는 외모를 가졌다고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갑자기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나 저나 많이 놀랐어요. 연기자가 얼마나 험하고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하지만 아이는 엄마와 언쟁을 벌이고는 저한테 전화를 해서 ‘엄마를 설득하라’는 지령을 내리더군요. 엄마 아빠 모두 연기자면서 왜 유독 자신만은 연기를 못하게 하느냐고요.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연극영화과에 합격했어요. 2년은 연기를 공부하고 2년은 연출을 공부하겠다는 게 딸아이의 목표예요.”
장모에게 늘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고맙다”는 말 듣는 으뜸 사위
누가 봐도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를 아끼고 보살펴주는 전노민·김보연 부부.
전노민의 딸 역시 시카고에 있는 그의 누나가 키우고 있다. 올해 열세 살이 된 딸아이는 두 언니와도 잘 어울리고 김보연도 잘 따른다고 한다. 그는 조만간 세 아이가 LA에 있는 처가에서 함께 살기를 바란다고 한다. 매일 아침 막내딸과 전화통화를 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는 어려서부터 혼자 자란 아이를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 한쪽이 시리다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옆에 있어주지도 못하고 제대로 아빠 노릇을 해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해요. 얼마 전에는 ‘아빠, 나도 한국 가서 살면 안 돼?’ 하고 묻더라고요. 원래 그런 말을 잘 안 하는 아이인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나름대로 힘든가 봐요. 하지만 한국에 와도 저는 일한다고 늘 바쁠 테고, 아내도 미국에서 머무는 날이 많으니까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아 흔쾌히 대답을 못해줬어요. 그게 참 미안해요.”
김보연 역시 어려서부터 친정어머니의 손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미안해하기는 마찬가지. 얼마 전에는 큰아이가 그에게 “나는 결혼하면 언제나 아이 옆에 있어주는 엄마가 되겠다”면서 은근히 서운한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똑같이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있는 두 사람은 앞으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모범적이고 행복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라고.
“아내도 없이 혼자 생활하기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아내가 집에 있어도 모든 집안 살림은 내 몫이기 때문에 보고 싶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힘든 점은 없다”며 웃었다. 실제 그는 자다가도 아내가 목이 마르다고 하면 벌떡 일어나 물을 떠다 주고, 배가 고프다고 하면 찹쌀죽을 쑤어다 줄 정도로 자상하고 부지런하다. 장모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버릇 잘~ 들인다”며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그와 전화통화를 할 때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고 한다.
“솔직히 아내는 집안 살림에는 재주가 없어요. 매일 받아먹기만 하기가 미안하다며 가끔 주방에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10분 넘게 인기척이 없다 싶으면 또 사고를 쳤다고 생각하면 돼요(웃음). 제가 주방에 들어가려고 하면 ‘오지 마!’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역시 가보면 주방 한편에 깨진 접시들이 쌓여 있거나, 조리대가 음식 재료들로 범벅이 돼 있거나 그래요. 아내는 결혼하고 점점 더 아이가 돼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모습이 제겐 마냥 귀엽게 보여요(웃음).”
누가 봐도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를 아끼고 보살펴주는 전노민·김보연 부부.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재혼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이 둘에게 재혼은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김보연은 요즘도 “10년만 빨리 만났다면 더 좋았을 텐데, 연애할 때보다 결혼해서가 더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은근히 아들에 대한 욕심도 커 주위에서 누가 아이를 낳았다고 하면 “우리도 아들 하나만 더 있으면…” 하면서 부러워한다고.
“아내의 건강만 허락한다면 늦둥이 아들 하나 낳고 싶어요”
“처음에는 착하고 예쁜 세 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워낙 아들을 바라니까 저도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건강만 허락한다면 늦둥이 하나 낳아도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아내의 건강이 우선이에요. 결혼하고 건강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나이도 있고, 아이를 낳을 정도로 체력이 뒷받침될지는 모르겠어요.”
김보연이 “결혼하고 예뻐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 것도 전노민이 지극정성으로 건강을 챙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1년 넘게 상황버섯을 달여 물처럼 마시게 했고, 지난해 겨울에는 산삼까지 먹였다고 한다. 계절마다 몸에 좋다는 음식은 다 챙겨주려 하는데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김보연의 얼굴에서 잡티가 사라지고 피부가 맑아지기 시작했다고.
“몸에 좋은 음식을 잘 챙겨 먹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인 요인이 큰 것 같아요. 흔히들 사랑하면 예뻐진다고 하잖아요(웃음). 사실 아내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걸 신혼 초에 처음 알았어요. 저녁 8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내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벌써 잘 준비를 하는 거예요. 제때 잠을 못 자면 맥을 못 추고 기절할 듯이 쓰러진다고요. 그때 ‘더 나이 들어 고생하지 않으려면 내가 건강을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지금은 마라톤을 할 정도로 많이 건강해졌어요.”
두 사람은 결혼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부러움 섞인 원망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연예계 공식 ‘닭살 커플’답게 어디에서든 서로를 끔찍하게 챙겨 때로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질투가 나게 하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3년 동안 단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다고 하니 두 사람의 닭살 행각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간다.
“오래전부터 한 식구처럼 지내는 스타일리스트가 있는데 저희가 연애하는 걸 보고 샘이 나서 자기도 결혼했다며 농담을 해요. 저희가 처음 만나서 함께 연기를 했던 드라마 ‘성녀와 마녀’의 스태프와 결혼을 했는데, ‘결혼했다고 다 언니 오빠처럼 사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자기 신랑은 무뚝뚝하다고 저희한테 흉을 보기도 해요. 언젠가는 ‘도대체 오빠는 언니한테 왜 그렇게 잘해? 하면서 따지듯이 묻기에 ‘마누라가 예쁜데 어떡하냐’ 그랬더니 더 짜증을 내더라고요(웃음).”
요즘 들어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는 전노민. “마음껏 연기를 할 수 있고, 마음 든든한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겹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편안함이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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