빳빳하게 다림질된 단정한 제복, 깔끔하게 빗어 넘긴 짧은 머리, 반갑게 인사하는 친절한 말씨…. ‘한강콜택시(1566-5600)’ 김동구 대표(63)를 처음 만난 순간 눈에 들어온 것들이다. ‘한강콜택시’는 개인택시기사들이 모여 만든 친목 모임이 발전돼 이뤄진 회사. 김동구 대표 역시 처음엔 함께 모이던 택시기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한다.
“경기도 일산 신도시와 서울을 오가다보면 손님을 태우고 갔다가 빈 차로 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개인택시기사들끼리 친목 모임을 만들고‘어디로 가면 승객을 태울 수 있다’같은 정보를 휴대전화를 통해 주고받기 시작했죠. 그러다 98년 ‘우리끼리 모여서 회사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기사들은 자본금을 모아 서울시내에서 유일무이한, 개인택시기사들이 직접 만든 회사 ‘한강콜택시’를 세웠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한강콜택시는 회사 이익보다는 회원인 기사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고, 고객 편의를 위한 친절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한강콜택시는 회원들이 직접 자본을 출연해 만든 회사라 소유주의 이익이라는 게 없어요. 그 덕분에 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죠.”
그래서 한강콜택시는 고객 호출이 오면 좁은 골목길 안일지라도 피하지 않고 문 앞까지 찾아가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달 1천 명이 넘는 회원이 한자리에 모여 인사법, 편안한 차내 분위기 조성, 차량 청결 등에 대한 친절 서비스 교육도 받으며 봄가을, 일 년에 두 번씩 모든 차량의 청결 상태를 점검하고 12월 말에는 겨울 대비 차량 일제 점검도 실시한다고.
“친목 모임이 회사로 발전하면서 회원 기사 수는 크게 늘었어요. 하지만 새 회원을 받을 때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서비스의 수준이 낮아지는 일은 없습니다. 한강콜택시기사들은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손님이 덥다고 하면 에어컨을 틀어드리고 삼복더위라도 손님이 히터를 켜달라고 하면 히터를 켜야 한다고 배워요. 반복된 친절교육 덕분에 고객이 택시에 타는 순간 택시 안의 모든 상태를 승객 편의에 맞추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죠.”
한강콜택시의 또 다른 장점은 승객에게 ‘콜비(콜택시기사가 운행요금 외에 별도로 받는 수수료)’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 콜센터는 정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뿐 돈을 벌려 하지 않기 때문에 콜비가 필요 없습니다. 회원 기사들에게 받는 수수료만으로 콜센터를 운영하는데도 규모가 점점 커져서, 처음엔 다락방 같이 비좁던 사무실이 이젠 70여 평 규모로 늘어났어요. 한강콜택시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승객들에게 ‘콜비는 받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앞으로도 이 정책은 지켜나갈 겁니다.”
콜비 무료, 모든 택시에 카드결제기 설치 등 앞서가는 서비스 제공
개인택시기사 출신으로 동료들과 함께 콜택시 회사‘한강콜택시’를 세운 김동구 대표.
김 대표는 최근 한강콜택시 회원 기사들과 함께 또 다른 서비스도 시작했다. 1천 대가 넘는 회원 택시에 모두 카드 단말기를 장착해 택시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처음 이 정책을 도입할 때는 회원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도 있었어요. 카드결제기를 장착하는 데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신용카드로 요금을 받으면 카드 수수료까지 기사가 부담해야 되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내부 회의를 통해 ‘고객 편의를 위해 그 정도는 우리가 감수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런 서비스 덕분인지 한강콜택시는 고정 고객이 많다고.
“가끔 장애인이나 연세 많은 어르신, 혹은 술을 과하게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분들이 저희 택시를 불러 타시고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나 한강콜택시 탔으니 안심하라’고 말씀하시더라는 이야기를 들어요. 그 만큼 우리 택시 브랜드를 믿어주시는 거라는 생각에 힘이 나죠. 심지어 5~6세 정도 되는 꼬마만 태우고 경기도 일산에서 잠실까지 간 기사도 있고요. 부모가 도착지와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건네주며 안전하게 데려다달라고 부탁한 거죠. 그전에 먼저 한강콜택시를 이용해보고 신뢰를 느끼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일 거예요.”
김 대표는 “한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금연차’를 요구하기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보내준 일도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한강콜택시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회원 기사들은 8년 전부터 택시 안에 ‘사랑의 모금함 껌’ 통을 갖고 다니며 매달 모은 돈을 흰돌사회복지회관에 기탁하고, 홀트재단과 연계해 중증 장애인을 위한 차량 지원 봉사도 하고 있다. 지난 6월 ‘홀트 중증 장애인 봄나들이 행사’가 열렸을 때는 차량 1백여 대를 지원했다고. 고객들에게 좀 더 친절하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한강콜택시를 처음 시작할 때 회원들과 함께 세운 목표는 일본의 친절택시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MK처럼 만들자는 것이었다”며 “앞으로의 목표는 MK가 일본정부 행사 때 정부 관리들이 관용차 대신 MK택시를 이용하게 만들었듯, 한강콜택시도 정부 행사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목표를 위해 오늘도 깨끗한 제복을 입은 한강콜택시 1천여 명의 기사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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