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Art&Culture

‘색깔 있는 마술사’ 이은결

세계마술사연맹대회에서 2관왕 차지한~

기획·이남희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2006. 10. 19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이 2006 세계마술사연맹대회에서 ‘제너럴 매직’ 부문 1위와 라스베이거스 특별상을 차지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술사로 우뚝 선 그를 만났다.

‘색깔 있는 마술사’ 이은결

“세계 속에 한국 마술의 위상을 높여 뿌듯합니다.” 국내 대표 마술사 이은결(25)이 최근 세계에도 자신의 이름을 떨쳤다. 지난 8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폐막한 2006 세계마술사연맹(FISM)대회에서 ‘제너럴 매직’ 부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라스베이거스 특별상(라스베이거스 공연 기획자들이 라스베이거스에 가장 어울릴 만한 마술사를 선정해주는 상)을 받은 것.
3년마다 열려 일명 ‘마술 월드컵’이라 불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FISM 대회에서 한국 마술사가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3년 전 이 대회에서 손동작을 이용한 마술인 매니퓰레이션 부문에서 2위에 오른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8분간 카드와 비둘기 등과 같은 갖가지 소품을 이용한 마술을 선보였다. 빠른 손재주와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상을 두 개씩이나 받으니 정말 감사하죠. 특히 라스베이거스 특별상을 받게 돼 기쁩니다. 세계 최고 마술사들이 모이는 라스베이거스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니까요. 제 일정과 그쪽 일정을 고려해 빠른 시일 안에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색깔 있는 마술사’ 이은결

경기도 하남시 연습실에서 만난 이은결은 트로피와 상패를 들어보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중3 때인 지난 96년,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마술학원에 들어갔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평택에서 서울로 이사왔어요. 서울에 와서 적응도 못하고, 아버지 사업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저는 친구도 없이 방안에 틀어박혀 지냈어요. 보다 못한 아버지가 저를 합기도장에 데리고 가셨죠. 하지만 저는 재미를 느낄 수 없었고, 기대했던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고입시험을 막 마친 중3 겨울,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한 마술학원을 찾았어요. 그게 제 운명의 시작이었죠.”
호기심을 갖고 혼자 파고 들어가야 하는 마술의 성격은 그의 외골수적 기질과 맞았다고 한다. 그는 마술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성격도 점점 밝아지고 자신감도 갖게 됐다.
고2가 돼서 그는 대학을 가지 않고, 프로 마술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마술을 할 때면 자신도 즐거울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즐겁게 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부모가 그의 결정을 반대했지만, 그의 막무가내 고집을 당해낼 순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알고 지내는 몇몇 마술사들과 함께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으로 프로에 입문했어요. 한국 최연소 프로 마술사가 된 거죠. 그때만 해도 마술사 하면 아저씨의 이미지를 떠올리다보니, 새파랗게 어린 제가 마술을 한다고 가면 다들 ‘선생님은 언제 오냐’는 반응이었어요. 어리다는 것이 마술을 하는 데 불편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나름대로 늙어 보이려고 궁리하다 올백 머리를 했는데, 별로 안 어울렸어요. 주변에서 ‘삐끼’ 같다고도 했고요(웃음).”
그는 헤어스타일을 고민하던 끝에 뾰족머리를 생각해냈다. 한때 만화가를 꿈꿨던 그는 학창시절 내내 만화 그리기에 몰두했는데, 유난히 뾰족머리의 캐릭터를 많이 그렸다고. 자신이 그렸던 뾰족머리 캐릭터가 생각나 직접 해보았는데, 의외로 잘 어울렸다고 한다. 이제 뾰족머리는 이은결만의 캐릭터가 됐다.

중3 때 내성적인 성격 고치기 위해 마술 시작
데뷔 초에는 별달리 불러주는 곳이 없어 그가 직접 마술을 선보일 곳을 찾아나섰다. 서울 대학로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거리 마술을 선보였는데, 때로는 약장사로 오해 받아 경찰의 단속에 걸릴 때도 있었다. 심지어 지방 산골을 찾아가 마술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그때를 회상한다.
그의 꿈은 사람들에게 항상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마술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공연이 없는 날에도 연습을 하고 아이디어를 짜며 밤을 새운다.
그러다보니 그는 “제 나이 때 할 수 있었던 것들을 하나도 못 해본 게 아쉽다”고 말한다.
올해는 그가 마술을 시작한 지 꼭 10년이 된다. 그래서 12월에는 마술 시작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공연을 열 예정이다.
이은결은 국내에서 마술이 단순한 눈속임이 아닌 하나의 예술로 당당히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며 “사람들이 영화관이나 연극 공연장을 찾듯이 마술 공연장을 찾도록 만들겠다”는 강한 포부를 밝혔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