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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고별 인터뷰

22년간 몸담은 MBC 떠나 대학 강단 서는 아나운서 손석희

기획·이남희 기자 / 글·김윤종‘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6. 03. 15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로 손꼽히는 손석희 아나운서가 22년간 몸담았던 MBC를 떠났다. 올 봄 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방송화법 전공 교수로 새 출발하는 손석희 전 아나운서 국장의 퇴임 기자회견에서 그의 방송생활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22년간 몸담은 MBC 떠나 대학 강단 서는 아나운서 손석희

인터뷰 대상자에게 가차 없이 질문 공세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손석희 전 MBC 아나운서 국장(50). 찔러도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던 그도 22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는 순간에는 굵은 눈물을 훔쳤다. 2월16일 오후 MBC 방송센터 지하 간부식당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 자리에서였다.
손 국장은 지난해 말부터 사의를 전했으나 회사 측의 반대로 사표 제출을 미뤄오다 지난 2월5일 사표를 냈다. 사표는 2월15일 수리됐고 2월22일부터 성신여대에 신설된 문화정보학부 방송화법 전공 교수로 출근을 시작했다.
손 국장은 MBC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학교로 가는 것은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이라며 “결정은 어려웠지만 방송생활을 끝내고 갈 것이냐 아니면 방송과 학교 일을 병행할 것이냐의 선택에서 기회가 일찍 찾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22년 아나운서 생활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한 어투로 답했다.
“없습니다. 1984년에 입사했는데, 참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그런 시기에 들어와서 나름대로 생존한 것을 보면, 저는 분명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많은 고민들을 풀어가려고 노력했고 저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많이 격려해주셨습니다. 저는 행복한 아나운서였습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손 전 국장은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할 의향은 전혀 없다”며 “지금까지 진행해온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MBC 100분 토론’은 끝까지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 아나운서들에 대한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요즘 아나운서의 설 자리가 줄었다고 하는데 잘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아나운서의 영역은 오히려 장르별로 확대되고 있는 편이죠. 아나운서의 역할은 분명히 정해져 있습니다. 장르를 떠나서 전문가의 이미지를 쌓는 것이 중요하죠. 그것이 ‘정칙(바른 규칙)’입니다. 아나운서가 오락 프로그램이든 어디든 나가 일회용으로 망가지는 것은 옳지 않아요. 시사, 보도, 교양 등 각 방면으로 나가서 전문가의 이미지를 구축한다면 이것은 정칙입니다.”

“정치권에는 절대 가지 않을 겁니다”
손 전 국장이 MBC를 떠난 후 곧 정치권에 진출할 것이란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아침마다 청취자들을 휘어잡는 특유의 공격적인 말투로 그 소문을 강하게 부인했다 .
“(냉정하게) 정치권에는 안 갑니다. 과거 ‘0.001%도 (정치권 진출) 생각이 없었느냐’고 물었다면 0.00001% 정도는 있었는지 몰라요.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정치권 영입설은 200% 틀립니다. 이런 질문이 나올 때 당혹스러운 점은 ‘도대체 내가 뭔데’ 하는 겁니다. 단지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져 있고,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는 이유로 자꾸 정치권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치에 본능적으로 안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그는 교수가 돼서도 자유롭게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언론인의 본분을 지킬 수 있을까. 그의 대답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사학법에 관한 문제에서 재단이 잘못했다면 재단을 비난할 겁니다. ‘MBC 100분 토론’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모두 정말 독립적인 프로그램이었다고 자부합니다. 기업, 정치권, 심지어는 MBC 자체에서도 독립적이었죠. 저의 신분 변화로 인해 프로그램의 독립성이 손상을 입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언제든 저를 따가운 시선으로 비판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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