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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컴백 인터뷰

시련 딛고 5년 만에 새 앨범 발표한 ‘클론’ 강원래 구준엽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08. 03

지난 2000년 강원래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활동을 중단했던 댄스듀오 클론이 최근 새 앨범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앨범은 지난 5년간의 삶을 돌아본 우리 자신의 회고록”이라고 밝힌 클론의 두 멤버 강원래와 구준엽이 들려준 일과 사랑, 우정 이야기.

시련 딛고 5년 만에 새 앨범 발표한 ‘클론’ 강원래 구준엽

지난7월5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최근 5집 ‘빅토리’를 발표하고 5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 댄스듀오 클론의 멤버 강원래(36)와 구준엽(36). 밤새도록 뮤직비디오를 찍고 바로 컴백무대가 준비된 ‘윤도현의 러브레터’ 녹화장으로 달려온 두 사람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만은 무척 밝아 보였다.
지난 2000년 말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라디오 DJ로 새로운 삶을 찾은 데 이어 클론으로 활동을 재개한 강원래는 “그동안 박수소리가 많이 그리웠다”면서 “이번 앨범은 지난 5년간 우리가 겪고 느낀 일들,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회고록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언젠가 음반을 내야지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2년 전부터 그런 마음이 절실해졌어요. 2년 전 준엽이와 클럽에서 술을 한두 잔씩 마시고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연이어 나왔거든요. 스테이지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춤을 추고 싶은 욕망이 들끓더라고요. 그 일이 있은 후 자꾸 클럽에 가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음반을 내면 어떤 노래를 담을지, 어떤 춤을 출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번 5집 앨범에는 강원래가 아내 김송에게 헌정하는 ‘내 사랑 송이’를 비롯해 사고 후 병원에서 느낀 점을 기록한 ‘병상일지’,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를 다룬 ‘소외된 외침’과 ‘무언의 발걸음’,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세상 밖으로’ 등이 담겨 있다. 또 가수 채연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Ok, Alright’과 ‘꿍따리샤바라’풍의 ‘우하’ 같은 신나는 댄스곡도 있다. 이 중 타이틀곡으로 정해진 노래는 ‘내 사랑 송이’. 노래 제목은 강원래가 군복무 중 김송에게 편지를 보낼 때마다 서두에 빠지지 않고 썼던 ‘내 사랑 송이에게’라는 글귀에서 따왔다고 한다.
“‘내 사랑 송이’는 원래가 지난 5년간 송이한테 하고 싶었던 얘기가 담겨 있는 노래예요. 그래서 원래는 자신의 개인적인 얘기라 쑥스럽기도 하고 상업적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타이틀곡이 되지 않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저는 원래가 사고 후 5년 만에 발표하는 의미 있는 앨범인데 막연하게 다른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자기 얘기를 하는 게 음악적으로도 감정을 잘 살릴 수 있고, 음악도 세련되고 멋진 댄스곡이라 적극 추천했어요. 또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오랜 사랑의 결실을 맺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저도 이 노래를 통해 송이한테 못다 한 이야기를 했어요. ‘원래를 지켜줘서 정말 고맙고, 네가 힘들까봐 위로해줄 때도 오히려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얘기하는 네 모습이 참 예뻤다’고요.”

타이틀곡 제목 ‘내 사랑 송이’는 강원래가 군복무 시절 김송에게 보낸 편지에 빠짐없이 썼던 서두에서 따와
강원래가 리허설을 앞두고 “생각보다 떨리지는 않는데 노래하다 가사를 틀릴까봐 걱정된다. 연습할 때도 괜찮네 하는 얘기를 들으면 힘이 났는데 무대에서 관객의 박수소리를 들으면 더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하자 구준엽은 “원래가 사고 후유증으로 폐 기능이 좋지 않은 상태이니 노래가 불안정하더라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두 사람이 이날 부른 노래는 ‘꿍따리샤바라’와 ‘내 사랑 송이’. 특히 ‘내 사랑 송이’를 부를 땐 구준엽과 백댄서들까지 휠체어를 타고 춤을 추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이 춤은 요즘 일명 ‘휠체어 댄스’로 불리며 방송가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련 딛고 5년 만에 새 앨범 발표한 ‘클론’ 강원래 구준엽

“다시 시작하자, 더 열심히 하자는 의지가 담긴 춤이에요. 안무는 준엽이가 저와 상의해가면서 짰어요. 제가 하기 힘든 동작도 있으니까요. 아쉽게도 과거 제 실력의 50%밖에 발휘할 수 없어요. 안 그러면 몸에 심하게 무리가 오거든요.”
구준엽에 따르면 강원래는 가슴 밑으로 감각이 없어 팔 힘으로 지탱하고 있는 상태로 다시 노래를 부르고 휠체어 댄스를 추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특별히 언제 음반을 내자고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지만 막연히 언젠가는 같이 노래해야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원래가 1년 전쯤 저에게 휠체어를 타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우리가 다시 무대에 서게 되면 너랑 나랑 같이 휠체어를 타야 하는데 네가 나보다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요. 저도 원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휠체어를 몸에 익히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어요.”
강원래는 “휠체어를 빌려줬더니 밥 먹을 때도 휠체어에 앉아 먹을 정도였다”면서 “그때부터 서로 머릿속에 춤동작을 하나씩 만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휠체어 댄스를 선보이기까지 주위의 도움도 컸다. 용인대 특수체육학과 학생들이 안무를 도와주고, 한 휠체어 수입업체에서는 두 사람과 댄서들에게 휠체어를 빌려주었다고 한다.
“저 같은 경우는 하루 종일 연습하고, 댄서들도 수백 번씩 넘어져가며 연습했어요. 한 달 반 정도는 모두 모여 오후 대여섯 시부터 동틀 무렵까지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그때는 댄서들에게 빨리 적응하라고 걷지도 못하게 했어요.”
시련 딛고 5년 만에 새 앨범 발표한 ‘클론’ 강원래 구준엽

구준엽은 “처음에는 앞바퀴 드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면서 “휠체어 댄스를 통해 휠체어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보였다. 강원래 역시 “휠체어가 이제는 장애의 상징에서 벗어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미국에 갔을 때 그곳 장애인들은 어떻게 대소변을 가리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봤는데 한번은 휠체어를 탄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벌떡 일어나 용변을 보더라고요. 거기는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돼 있어서 다리가 조금만 불편해도 이용하죠.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것도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 해결이에요. 앞으로 방송활동을 더 열심히 해서 휠체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데 앞장서고 싶어요. 준엽이도 저와 뜻을 같이했고요. 대신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조심해야죠.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도 죽었잖아요. 그 사람 하나 바라보고 살았는데 그 사람이 죽으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저도 저를 바라보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좀 더 건강하고 씩씩하게 활동해야죠.”

힘겨운 시간 보내며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느리게 사는 법 배워
한때는 죽음을 생각할 만큼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 희망찬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강원래. 그에게 5년 전과 후의 변화에 대해 물으니 “무엇보다 성격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털어놓는다.

시련 딛고 5년 만에 새 앨범 발표한 ‘클론’ 강원래 구준엽

내년에는 독일에 가서 꼭 월드컵 송을 부르고 싶다는 강원래.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웠어요. 남자들은 일어나면 후딱 세수하고 나오지만 여자들은 좀 더 일찍 일어나서 화장도 하고 옷도 몇 번 갈아입어보고 하잖아요. 저는 그 여자들보다도 두 시간 정도 먼저 일어나서 몸과 마음에 쌓인 때를 빼내요. 저 혼자 대소변 처리를 할 수 있게 됐거든요. 장애인 동우회 사이트에 들어가보고 저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말 못하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단지 걷지 못할 뿐, 좀 더 많은 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때부터 긍정적이 됐어요. 좀 손해 보면서 사는 것도 괜찮더라고요. 서로서로 이해하면서요. 그래도 아직 옛날 성격이 좀 남아 있어서 요즘도 가끔 화를 내요. 그것 때문에 송이랑 부부싸움도 하고요(웃음).”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구준엽은 “송이 같은 여자라면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만큼 의리 있는 여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부러움을 표했다.
두 사람은 클론의 멤버이기 이전에 학창시절부터 21년 동안 끈끈한 우정을 나눠온 둘도 없는 친구 사이. 하지만 서로 속마음을 시시콜콜 털어놓지는 않는다고 한다.
“저희는 고마워도 마음으로만 고마워하지, 말로 잘 표현하지 않아요. 전화통화도 길게 안 하고요. 한 사람이 ‘뭐 하냐?’ 하고 물으면 ‘이태원에 있어’ 하고는 끊어요. 그럼 약속한 것도 아닌데 진짜 거기서 만나요.”
구준엽은 앨범 재킷의 마지막 장에 ‘다시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구를 새겨넣었다. 여기에는 “이번 앨범을 계기로 앞으로는 더욱 활발하고 꾸준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는 두 사람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대만 등지에서도 콘서트를 가질 계획이에요. 예전에 콘서트를 하면서 앙코르 송을 부를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았거든요. 또 제가 가장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2002년 월드컵 송을 부르지 못한 거예요. 그때는 세상에 불만이 많았거든요. 내년에는 독일에 가서 꼭 월드컵 송을 부르고 싶어요. 새로운 각오로 다시 태어난 클론의 부활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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