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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 연기하는 배우 조승우

■ 글·김유림 기자 ■ 사진·제미로 제공

2005. 03. 30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선과 악을 오가는 내면 연기를,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증 청년의 순수함을 보여주었던 조승우가 이번에는 트랜스젠더로 변신한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성 정체성 혼란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록가수 헤드윅 역을 맡은 것. 영화배우 강혜정과 열애 중인 그에게 일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 연기하는 배우 조승우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증 청년 초원이로 출연해 감동적인 연기를 선보인 조승우(25)가 이번에는 록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로 변신한다. 뮤지컬 배우 송용진, 김다현, 오만석과 함께 록가수 헤드윅 역을 맡은 것. 4월12일부터 공연될 이번 뮤지컬은 독일 출신 남성이 헤드윅이라는 여성으로 성전환한 뒤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조승우는 지난 3월14일 홍대 앞 한 클럽에서 열린 ‘헤드윅’ 쇼 케이스에서 “영화 ‘헤드윅’ DVD를 조기 예약해 봤을 정도로 헤드윅의 열렬한 팬이고, 예전부터 꼭 한번 출연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팬들의 기대감도 만만치 않은데, 조승우 출연분 공연티켓이 판매를 시작한 당일 매진됐을 뿐만 아니라 한동안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고가에 거래됐을 정도. 하지만 그는 “대본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표가 매진됐다는 소리를 듣고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부담감도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날 무대에 올라 노래 ‘위그 인 어 박스(Wig In A Box)’를 부르며 코믹하고 여성스러운 춤을 선보였다. 1시간 40분 동안 1인3역을 소화하며 무대를 이끌어가야 하는 그는 맡은 배역에 대해 “가벼움 속에 엄청난 무거움을 안고 살아가는 희로애락이 분명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 영화 ‘말아톤’ 등에서 매번 독특한 캐릭터를 맡아온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 감동적이라 느끼기 때문”이라면서 “장르를 불문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작품이 좋다”고 말했다.
“자신의 내면에 트랜스젠더의 성향이 있는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오디션에서 뽑힌 게 아닐까요?”라고 재치있게 반문한 뒤 “없던 성격까지 만들어가는 것이 배우의 매력인 것 같다”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지난 3월11일 MBC 토크쇼 ‘이문세의 오아시스 35’에 출연한 그는 진지하면서도 재치 있는 답변으로 사회자 이문세에게 “속이 꽉 찬 배우”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 연기하는 배우 조승우

방송 중 그는 평소 말이 느려 ‘영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신인시절에는 인터뷰할 때 3번 이상 생각하고 대답을 했을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순발력이 떨어져 드라마 출연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그는 “드라마의 경우 촬영 당일 대본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나라면 정신병원에 실려갈 것”이라며 농담을 했다.
찻집과 서점에서 데이트, 결혼은 정신적으로 성숙한 후에 할 터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해 어머니,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어려서부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머니께 손을 벌리기 싫어 공사현장에서 일해 받은 일당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뮤지컬 CD와 자료들을 샀다고.
“집안에 남자는 저 혼자였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엄마와 누나를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힘이 센 척하려고 팔을 들어 알통(?)을 보여주기도 하고 신문지에 숫자를 그려넣은 뒤 가위로 오려 지갑에 넣어두었다가 돈인 것처럼 꺼내 자랑하기도 했고요(웃음). 운이 좋아 일을 일찍 시작하게 되면서 가장도 빨리 됐죠.”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 연기하는 배우 조승우

배우 강혜정과 연인 사이인 조승우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는 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영화 ‘올드보이’의 여주인공 강혜정(23)과 교제 중인 그는 영화 ‘말아톤’ 시사회장에 강혜정의 손을 잡고 나타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처음부터 떳떳하게 교제 사실을 밝힌 그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는 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주로 작고 조용한 찻집이나 서점에서 데이트를 즐긴다”고 말했다.
강혜정은 그가 지난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할 당시 그에게 날마다 오미자차를 가져다주는 정성을 보였다고 한다.
“공연 중 목이 많이 아팠는데 혜정씨가 오미자차를 직접 달여 보내줬어요. 지방에 일이 있어 일주일간 떨어져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한꺼번에 오미자차 7병을 가져다줬어요. 여자친구가 나를 위해 뭔가를 해준다는 것 자체가 고맙고 기분 좋죠(웃음).”
하지만 그는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입에서 결혼이란 단어가 나오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는 것. 그는 “결혼은 정신적으로 더욱 성숙했을 때, 한 가정을 지킬 수 있는 믿음과 능력이 생겼을 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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