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여름향기’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등을 통해 맛깔스런 감초 연기를 보여준 탤런트 조은숙(32)이 핫도그 전문점을 창업해 3개월 만에 월 1천5백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화제다. 첫 창업으로 대성공을 거둔 셈.
그는 미각이 남다른데다 요리솜씨도 좋아 주위 사람들로부터 음식점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처음엔 먹는 장사가 아닌 캐릭터 사업을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3년 전부터 디자인하는 친구들과 함께 옷에 다양한 캐리커처를 그려 넣는 캐릭터 사업을 준비해왔는데, 비용과 시간 문제 때문에 본격적으로 시작을 못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이때 개발한 캐리커처가 핫도그 전문점을 열면서 상징 캐릭터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핫도그 전문점을 열게 됐다. 지난 여름 홍대 근처를 돌아다니다 핫도그를 들고 다니며 먹는 대학생들이 많은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고 한다.
“핫도그를 패스트푸드 스타일이 아닌 웰빙 스타일로 차별화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수제 소시지를 넣은 핫도그가 대중화되어 있거든요. 국내에도 웰빙 바람이 불고 있으니 건강을 생각해 영양은 높고 칼로리는 낮은 수제 소시지를 넣은 핫도그 전문점을 창업하면 장사가 되겠단 생각이 들었죠.”
상호도 ‘음식은 내 가족을 위해 만드는 것처럼 정직하게 요리하고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하자’라는 의미로 ‘바른생활 핫도그’라고 정했다.
그는 창업을 결심한 후 입지에서부터 인테리어, 메뉴 개발 등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발로 뛰었다. 제일 먼저 알아본 것은 창업 성공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입지.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핫도그 전문점의 주 고객인 젊은 층 인구가 많은 홍대, 신촌, 강남역의 점포를 물색한 후 가격대와 입지 등을 고려해 홍대 산울림소극장 부근에 있는 12평 점포로 결정했다.
산울림소극장 부근은 홍대 상권에서 정문 부근이나 극동 방송국 주변처럼 A급 입지는 아니지만 클럽이나 카페가 많아 손님들의 왕래가 비교적 잦은 지역. 게다가 1층임에도 불경기로 비어 있던 건물이었기 때문에 권리금 없이 입주할 수 있었다. 창업자금은 점포보증금 1천5백만원과 인테리어, 주방시설비로 1천5백만원 등 총 3천만원이 투자됐다.
“처음부터 크게 일을 벌였다 실패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봤어요. 첫 창업이니만큼 경험을 쌓는다는 의미에서 최소한의 자본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핫도그 전문점은 오픈 이벤트나 홍보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첫달부터 계속 월 1천5백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인건비와 유지비 3백50만원, 임대료 1백만원, 재료비(매출의 40%) 6백만원 등을 제한 순수익은 월 4백50만원에 이른다.
빨간색 간판이 눈길을 끄는 그의 가게는 3평 크기의 야외 테라스가 있어 날씨가 좋은 날 고객들이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실내 또한 벽을 흰색과 회색으로 칠해 밝은 분위기를 내주었고, 길가와 맞닿아 있는 면은 통유리로 처리해 넓어 보이도록 했다. 의자 역시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간판과 의자의 색상으로 빨간색을 택한 것은 미각을 자극하고자 하는 나름의 전략 때문이었다. 또한 주방을 오픈, 조리과정을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해 맛과 청결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높였다. 기본 인테리어 컨셉트는 조은숙 자신이 직접 디자이너들과 의논해 잡은 것이라고 한다.
“홍대 앞은 젊은이들의 거리잖아요. 특히 개성과 자유를 추구하는 20~30대가 몰리는 지역인 만큼 단순히 깔끔한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음식점이라도 뭔가 개성있는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했어요.”
이런 전략은 젊은 층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바른생활 핫도그’를 단시간에 홍대 상권의 명물로 떠오르도록 만들었다. 또한 실내 손님뿐 아니라 고객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테이크 아웃 판매를 한 것도 매출 증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가장 큰 성공 비결은 역시 핫도그의 맛. 여기에는 그의 노력이 숨어 있다. 직접 핫도그 레시피를 개발해낸 것이다.
“음식점은 아무리 인테리어가 멋있고 서비스가 좋아도 맛이 없으면 다시 안 오잖아요. 더구나 요즘 젊은 층은 맛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신경을 많이 쓰니까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핫도그를 개발하려고 노력했죠.”
핫도그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소시지. 그는 육질의 쫀득함이 느껴지면서도 담백한 소시지 맛을 내기 위해 유명 핫도그집을 일일이 찾아가 맛을 보고 조리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자신만의 레시피를 탄생시켰다.
“소시지는 한 번 물에 삶아서 기름기를 제거한 다음 찬물에 세 시간 정도 담가 원래의 탄력성을 회복시켜요. 그 다음엔 깨끗한 물에 담가 은근한 불로 하루 종일 조려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소시지에 있는 지방이 90% 이상 제거돼요. 그러고 나서 손님이 주문을 하면 소시지를 그릴에 다시 한 번 살짝 구워내 고소하고 담백한 맛만 살아나도록 했어요. 결국 세 번의 공정 과정을 거치면서 다이어트의 적인 지방은 대부분 제거되고 담백하면서도 육질의 쫀득함이 살아 있는 소시지의 맛이 완성된 거죠.”
빵과 토핑 재료, 소스 역시 그가 직접 개발했다. 우선 소시지를 감싸는 빵은 따끈하면서도 부드러워야 핫도그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따끈하면서도 부드러운 빵을 만들기 위해 그릴에 살짝 구워보기도 하고 빵기계에 돌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빵이 딱딱해지고 제 온도를 유지하지 못해 핫도그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 그는 오랜 실험 끝에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빵의 부드러움과 따끈한 상태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양파, 피클 등 토핑 재료 역시 써는 방법에 따라 씹히는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그는 재료 써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직접 채를 쳐보기도 하고 칼로 썰어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거쳐 양파의 아삭아삭함이 살아나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토핑 재료 중 특이할 만한 것은 청양고추. 이는 매운 맛이 나는 ‘레드독’에 들어가는 재료로 바른생활 핫도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핫도그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신선도가 생명. 그 때문에 소시지와 토핑 재료는 매일 아침 공급받고 있다.
“소스도 제가 개발을 했어요. 그런데 이건 정말 사업 노하우라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웃음).”
그는 아무리 방송 일정에 쫓겨도 아침 6~7시면 나와서 소스를 만들고 소시지와 토핑 재료를 준비한다. 이런 꼼꼼한 준비가 문을 열자마자 이곳을 홍대 명물로 만든 비결일 것이다.
그는 아무리 방송 일정에 쫓겨도 아침 6~7시면 매장에 나와 직접 음식 재료들을 준비한다.
핫도그의 메뉴는 바른생활, 레드독, 모짜렐라, 옐로우 등 4종류. 모든 메뉴가 골고루 판매되고 있지만 가장 인기 메뉴는 레드독과 모짜렐라다. ‘레드독’은 청양고추가 들어가 매운 맛이 나는 퓨전 스타일로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고, ‘모짜렐라’는 스위스산 모차렐라치즈와 블루치즈가 들어가면서 소시지의 쫀득함과 치즈의 부드러운 맛이 조화를 이뤄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가격대가 2천~3천원에 불과하다는 것. 수제 소시지를 넣은 핫도그를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파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전략은 박리다매, 가격을 낮춰서 많이 팔겠다는 뜻이다. 바른생활 핫도그를 찾는 손님층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지만 주요 고객층은 20대로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홍대 부근이라 주요 고객층은 20대 대학생이에요. 특히 학생들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잖아요. 그 점 때문에 소시지가 수제품이라 원가가 비싸지만 과감히 가격을 낮춰서 판매하고 있어요.”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 전략은 의외로 간단하다.
“손님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금물이에요. 단골이라도 ‘왜 그동안 안 오셨어요’ 하면 먹으러 안 왔다고 구박하나 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오시는 분을 향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반갑게 맞이하는 게 최선이죠. 또 단골손님에게는 음료수를 서비스하기도 해요.”
그는 앞으로 핫도그 전문점을 크게 키워 프랜차이즈까지 내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실제로 그에겐 체인점을 내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그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직영점을 5개 정도 열어 운영하면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후 프랜차이즈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올 연말쯤 경희대 회기역 부근에 2호점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그는 한동안 쉬었던 드라마와 영화에도 복귀할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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