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37)가 1년 만에 KBS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의 여주인공을 맡아 안방에 복귀했다. 극중 자폐아를 낳은 후 시집 식구들과 남편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가정을 지켜가는 ‘성실’역을 맡은 것. ‘부모님 전상서’는 지난해 화제를 모은 SBS ‘완전한 사랑’ 이후 그가 김수현 작가와 다시 한번 콤비를 이룬 작품. 김수현 작가는 공식석상에서 “나는 베스트만을 원한다. ‘완전한 사랑’에 이어 이번에도 희애씨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며 그를 극찬했다.
“김수현 선생님 작품에 출연하게 된 건 배우로서 영광이죠. 제가 20대였을 때는 ‘김수현 콤플렉스’가 있을 만큼 선생님을 원망한 적이 있었어요. 제 또래 연기자들은 한번씩 캐스팅하시면서 저는 한번도 불러주지 않으셨거든요. ‘완전한 사랑’에 출연하게 됐을 때 너무 기쁘고 흥분됐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처음 어마어마한 분량의 대사와 지문이 빽빽이 적혀 있는 김수현 작가의 대본을 봤을 때 ‘연기자가 꼭두각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에 혼자 앉아 몇날 며칠 대사를 외운 후 대본 안에 연기를 위한 모든 해답이 들어 있음을 알게 됐다고. 대사가 입에서 술술 나올 정도가 되어야만 촬영에 임한다는 그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고 말한다.
‘완전한 사랑’의 김수현 작가와 두 번째 작업, 20대엔 ‘김수현 콤플렉스’ 느껴
“대본을 10번 읽고 촬영했을 때와 1백번 읽고 촬영했을 때의 차이는 엄청나요. 물론 처음부터 연기 잘하는 배우도 있겠지만 자신이 얼마만큼 노력하느냐에 따라 연기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제 자신에게 혹독해야만 좋은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는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며칠 동안 자신의 역할 모델을 찾기 위해 국내 자폐아동 시설들을 방문했다고 한다.
“자폐증을 앓는 자식을 둔 엄마라고 해서 모두가 슬픈 표정을 짓고 있거나 우중충한 차림새를 하고 있는 건 아니었어요.”
극중 자폐증에 걸린 아들과 아내를 외면하는 남편 역은 허준호가 맡았다. 김희애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허준호와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평소 연기에 몰두하느라 촬영장에서 동료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허준호에 대해 “영화 ‘실미도’에서 보여준 남성적이고 터프한 이미지보다 드라마 ‘보고 또 보고’에서의 밝고 유쾌한 이미지가 더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평했다.
방송 복귀 후 줄곧 어둡고 슬픈 연기를 보여준 그는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최루성 눈물 연기에 일가견이 있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우는 연기를 한 날은 집에 돌아가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일 때가 많다고 한다. 평소에는 눈물이 많은 편이지만 녹화를 시작하면 눈물이 잘 나지 않는다는 그. 때문에 한번 NG가 나면 다시 감정을 잡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실제 제 성격은 그렇지 않은데 무거운 이미지의 역할을 자꾸 맡게 되네요. 하지만 나쁘진 않아요.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이 다행히 저와 잘 맞았거든요.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연기만 해요. 조금이라도 자신이 없거나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아무리 좋은 배역이 들어와도 과감히 포기하죠.”
“잘하는 게 오직 연기뿐이라 다른 건 시작도 못한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을 위해 그리고 누구보다도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결혼을 하고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요즘 깨달아요. 제 또래 주부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데 그들은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고 한탄하더라고요. 만약에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어떻게 먹고살지 막막하다고 말하는 주부들을 보면서 제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쉬는 동안에도 운동 거르지 않고 마사지 받으며 자기관리 철저히 해
지난 96년 드림위즈 대표 이찬진씨와 결혼한 그는 기현(7)과 기훈(6)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지난해 KBS 드라마 ‘아내’로 방송에 복귀하기 전까지만 해도 연기자라는 타이틀을 잊고 오로지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만 생활해왔다. 엄마를 닮아 감수성이 풍부한 첫째와 아빠를 닮아 머리가 좋은 둘째를 연년생으로 키우는 게 쌍둥이 키우기보다 더 힘들었다는 그는 “아이들이 엄마 뱃속에서 두 살까지만 자란 뒤 태어나면 좋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집에 있을 땐 저도 다른 엄마들과 다를 바 없어요.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을 유치원에 직접 데려다주고 데려오면서 운전기사 노릇을 하죠.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화가 날 때도 많아요.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까지 일일이 챙기다 보면 너무 피곤해서 9시쯤 잠들 때도 많죠. 그래서 드라마도 제대로 못 보고 지냈어요.”
그가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자다가도 금세 깨어나 그에게 달려든다고 한다. 세수도 못할 정도로 그의 옆에 붙어 장난을 치며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지만 그가 일을 하는 동안은 스스로 알아서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두 아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고 한다.
“처음엔 아이들이 저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 떼쓰고 난리였죠. 그런데 며칠이 지나니까 도리어 제가 서운할 정도로 알아서 잘 하더라고요. 특히 둘째가 첫째보다 더 의젓해 형을 잘 챙겨줘요.”
그는 방송 활동을 재개한 지금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키우며 집에만 있는 동안에도 몸매 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둘째를 낳은 후부터 하루 1시간씩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피부 마사지를 받는 등 자기관리를 하며 방송 복귀를 준비해온 것.
“요즘은 처녀보다 더 예쁜 주부 연기자들도 많잖아요.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 괴로울 때도 있어요. 결혼 전에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 다이어트란 걸 모르고 살았는데, 아기를 낳고부터 몸이 완전히 변하더라고요. 원래 식탐이 많은데다 요즘은 먹는 대로 살이 쪄서 운동을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특히 조금만 방심해도 감기에 잘 걸리는 체질이라 꾸준히 운동을 하고 목욕을 즐긴다고 한다.
방송 활동하면서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남편. 쑥스럽다는 이유로 자신이 출연한 방송을 혼자 보길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은 따로 인터넷으로 방송을 본 뒤 “그때 그 연기 너무 좋았어”하고 말해준다고.
“결혼 초에는 남편의 무뚝뚝한 면 때문에 서운한 적도 많았어요. 저와 달리 말수가 적고 감정표현도 잘 안 하거든요. 밖에서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집에서는 일절 얘기하지 않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아이 둘을 낳고 살다 보니 이제는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돼요. 그러면서 다투는 일도 줄어들었죠.”
남편은 지난 4월 그의 서른일곱 번째 생일에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그의 팬들과 함께 ‘김희애 생일파티 겸 팬미팅’이란 타이틀로 이벤트를 마련한것.
나비넥타이를 한 두 아이 중 왼쪽이 큰아들 기현, 오른쪽이 둘째 기훈. 두 아들은 방송일 하는 엄마에게 매우 협조적이라고.
“사실 아이가 둘씩이나 딸린 아줌마인데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인터넷이 서툴러 홈페이지에 글도 많이 못 올리고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게 미안하죠. 팬미팅 자리에 남편과 아이들도 함께 했는데 저보다 더 즐거워하는 모습이 고마웠어요.”
결혼 후 7년 만인 지난해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후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희애. 그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연기가 진짜 연기’라며 드라마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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