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유난히 따갑던 여름날 오후, 경기도 기흥에 있는 전망 좋은 별장으로 기자를 초대한 김형자(54). 그와의 건강 인터뷰는 멸치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그가 멸치를 밥처럼 즐겨 먹는다고 소문나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멸치를 유난히 좋아했어요. 커서도 칼슘 섭취를 위해 즐겨 먹었고요. 그런데 몇 년 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골다공증 수치가 굉장히 높게 나와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평소 멸치를 열심히 먹고 운동도 꾸준히 해왔는데 어떻게 골다공증이 생기나 싶어 정밀 검사를 받았죠. 그랬더니 골밀도도 정상이고 뼈도 굉장히 튼튼하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오진이었던 게죠. 어쨌든 그 일로 마음을 많이 졸이긴 했지만 덕분에 건강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어요.”
Health secret“매끼 멸치 먹고, 많이 걸으며 건강 지켜요”
그가 멸치를 즐겨 먹게 된 데는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가난해서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 비교적 값싼 식품에 속했던 멸치는 도시락 반찬이나 식탁의 단골 메뉴였던 것. 하지만 아무리 맛난 음식이라도 매일 먹으면 물리게 마련인데, 멸치는 예외였다고 한다.
“멸치는 저한테 밥이나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거든요. 저는 멸치를 달착지근하게 살짝 볶아서 밥에 비벼 먹는 걸 좋아해요. 밥 한 공기에 멸치볶음 반 공기 정도를 섞으면 딱 좋아요. 그것을 생김에 싸 먹어도 맛있고, 잘 익은 김치에 싸 먹어도 별미예요. 겨울이 아니더라도 김장김치가 늘 있으니까 주로 김치쌈을 해먹죠. 또 입맛이 없거나 반찬이 시원찮을 때는 밥을 물에 말아서 굵은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어요. 술안주로도 그만이고요.”
그의 집 냉장고에는 잔 멸치부터 굵은 멸치까지 크기별로 줄줄이 들어 있다. 잔 멸치는 볶음용이고, 굵은 멸치는 주로 찌개나 국물을 우려낼 때 쓴다고 한다.
식성이 좋아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는 그가 요즘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다이어트. 2년 전 담배를 끊은 뒤로 체중이 많이 불어 야식과 군것질, 술을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한다. 덕분에 살도 빠지고, 건강도 한결 좋아졌다는 그는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성장 발육이 왕성한 초등학교 시절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당시 핸드볼팀의 주장이었는데 우리 팀이 전국대회에서 준우승까지 했어요. 또 80m를 11초에 주파할 만큼 달리기를 잘해 학교에서 달리기 시합이 있을 때면 1등을 휩쓸었죠. 부모님의 반대로 계속하지는 못했지만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어요.”
운동신경을 타고나 어떤 운동이든 금방 배운다는 그는 한 가지를 지속적으로 하기보다는 그때그때 하고싶은 운동을 하는데 특히 걷는 것을 좋아해 산책을 즐긴다고 한다. 그때는 애완견인 시추 ‘똘똘이’와 요크셔테리어 ‘나라’도 그의 뒤를 따른다.
“강아지 기르기를 잘한 것 같아요. 좋은 공기 마시면서 강아지들과 함께 집 주변을 거닐다보면 한두시간은 후딱 지나가요. 엄마들이 아이라는 공통 화제를 놓고 몇 시간씩 수다를 떨듯 강아지 키우는 아줌마들끼리도 똑같아요. 산책하다 만나면 ‘그 집 강아지는 몇 개월 되었냐’ ‘무얼 먹이냐’ 하고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고 대화를 하다보면 얘기가 길어져 오래 걷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집 주변을 한두 바퀴 돌았는데 지금은 열 바퀴 이상 돌아요.”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 6시반에서 7시쯤이면 눈이 떠진다는 그는 일어나면 가장 먼저 뉴스를 보면서 맨손체조를 한다. 목운동, 팔운동, 다리운동, 허리운동 등을 각각 2~3분씩 가볍게 해주는 것.
“스트레칭과 요가도 해봤는데 어려워서 포기했어요. 맨손체조는 일단 동작이 쉽고, 아무 때나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게 무슨 운동이 될까 싶겠지만 꾸준히 하면 몸이 유연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죠.”
맨손체조를 한 뒤에는 아침을 먹고, 통유리 너머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거실에서 모닝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그가 사는 경기도 일산 집은 전경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워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 오는 대로 운치가 있다고.
“커피 타임 후에는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며 땀을 흠뻑 빼고 점심으로 면 종류를 먹어요. 저녁에는 동네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가 많은데, 토속적이고 담백한 음식을 좋아해서 주로 한식을 먹고요. 삼겹살을 먹을 때도 꼭 마늘과 고추, 된장을 넣어 상추쌈을 싸 먹죠.”
그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로 일산 집에서 지내지만 주말이나 마음이 갑갑할 때는 기흥 별장을 찾는다. 만사를 잊고 이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다보면 몸도, 마음도 편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늑하고 깔끔한 실내 분위기, 넓은 야외 테라스 한 귀퉁이에서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는 상추와 깻잎들, 물이 한가득 담긴 커다란 튜브, 별장 곳곳에서 그의 정겹고 푸근한 손길이 느껴졌다.
“오늘처럼 볕이 좋을 때는 튜브에 시원한 물을 받아 수영도 하고, 선탠도 해요. 이 구릿빛 피부도 다 여기서 태운 거예요. 비싼 돈 들여 해외로 피서 갈 필요가 없다니까요. 또 한 번씩 친구들을 불러 모아 밥해 먹고, 수다 떠는 재미도 쏠쏠해요. 조만간 영화 촬영이 시작되는데, 여기를 떠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쉽네요.”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 이정진, 윤문식 주연의 ‘원더풀 마파도’. 로또복권 당첨금을 갖고 도망친 여자의 뒤를 쫓던 두 남자가 대마밭이 널려 있는 마파도라는 섬에서 벌이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다룬 요절복통 코미디다. MBC 성인시트콤 ‘연인들’에서 코믹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후 코믹한 역할만 들어온다는 그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오! 브라더스’에 이어 ‘원더풀 마파도’에서 또 한 번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제가 맡은 역할은 젊은 시절 가수로 밤무대를 전전하다 마파도까지 온 마산댁이라는 여자인데,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예요. 이러다 정말 코미디 전문 배우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칙칙한 역할보다는 일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밝은 역할이 편하고 좋아요.”
어릴 때부터 멸치를 즐겨먹은 덕분에 건강관리가 저절로 된다는 김형자.
가슴 절절한 사랑도, 행복한 결혼생활도 해봤지만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해 오랫동안 싱글로 지내온 그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외롭지 않다고 한다. “하나를 받으면 둘을 주어야 직성이 풀리고, 부양가족이 없는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며 산다”는 그에게 따르는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해 보인다.
“나이 들어서도 능력이 있어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워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어딜 가든 당당할 수 있거든요.”
그는 젊을 때는 낯가림도 심하고 누가 말을 시켜도 잘 대꾸하지 않는 새침데기였지만 지금은 처음 만난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지난날의 상처도 담담하게 털어놓을 만큼 ‘화통하고 쿨한 여자’가 되었다고 한다.
“원래 악착같은 면이 별로 없는데다 산전수전을 겪고 나이를 먹다보니 성격이 낙천적으로 바뀌었어요. 이혼할 당시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시간이 지나니 저절로 잊혀지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세상에는 고민하고 노력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은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래서 저는 아무리 나쁜 일이 닥쳐도 금방 훌훌 털어버려요. 스트레스를 잘 안 받죠. 마음이 편하니 표정이 밝아져서 좋은데, 대신 자꾸 살이 쪄서 걱정이에요. 한창 때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고 자부하며 살았는데…(웃음).”
그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후회스러운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혼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아낌없이 주었기 때문에 후회도 없고, 지금도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남편은 저보다 네 살 연하였는데 헤어지기 전 그 사람이 진 빚을 다 갚아주고, 집도 얻어주고, 살림살이까지 마련해줬어요. 그런데 저와 헤어지고 나서 한 달도 안 돼 다른 여자와 결혼하더군요. 그래도 여태까지 그 사람을 원망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그 여자와 아들 낳고 잘 산다는 얘기를 들으니 좋아요. 앞으로도 잘 살기를 바라고요.”
남은 인생을 함께 걸어갈 새로운 반려자를 찾기보다는 현재 자신의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에게 더욱 충실하고 싶다는 김형자.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꾸준히 연기생활을 하면서 여유 있고 즐겁게 살고 싶다고 한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