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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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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에서 애틋한 눈빛 연기로 주목받는 이서진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정경희‘스포츠조선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MBC 제공

2004. 06. 03

MBC 드라마 ‘불새’로 ‘다모’의 인기를 재현하고 있는 이서진. ‘다모폐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열성 팬을 몰고 다녔던 그가 이번엔 ‘불새리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서진이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루머와 연애관에 대해 속시원히 털어놓았다.

‘불새’에서 애틋한 눈빛 연기로 주목받는 이서진

지난 5월14일, 서울 도산공원에서 이서진(31)을 만났다. 3월말 제주도에서 있었던 ‘불새’ 제작발표회 때 보았던 밝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무언지 모르게 진지한 모습이었다. 아침까지 촬영하고 잠시 쪽잠을 자고 나왔다고 말해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카페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출세작 ‘다모’의 ‘황보윤’과 흥행작 ‘불새’의 ‘장세훈’. 이서진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각기 다른 사랑에 빠져드느라 심장이 용광로처럼 뜨거워져 있었다.
“사랑에 대한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점점 사랑하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내가 지금까지 해온 사랑이라는 건 참 아무것도 아니구나’ ‘진정한 사랑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과거에는 사랑을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고 한다. 운명의 여인이 나타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올해로 서른한살. 이제 슬슬 사랑은 물론 결혼까지 생각해야 할 나이다. 그는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연예인은 가급적 아니었으면 한다”고 자신의 배우자감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극중 상대역인 탤런트 정혜영의 애인 가수 션을 소개받은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정혜영과 스킨십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션의 얼굴이 떠올라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그는 “저는 성격상 안 될 것 같아요. 아무리 일이라도 아내가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고 들어왔다면 그 입에 내 입술을 포갤 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요?” 하고 되묻는다.
그렇다면 그동안 불거진 여배우와의 스캔들은 어찌 해석해야 할까. ‘불새’ 촬영 초반에도 함께 출연하고 있는 이은주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초반 3회분까지 세훈과 지은(이은주)이 너무도 사랑하는 사이로 나오잖아요. 그렇다 보니 다정한 장면이 연출돼 그런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 같아요. 지금도 물론 친하게 지내지만, 글쎄 운명의 상대는 아닌 것 같은데요(웃음).”

헤어진 여자가 힘든 상황이라면 다가가서 도와주고 싶을 것, 배우자감으로 연예인은 ‘No’
그가 스캔들에 대한 질문을 가볍게 받아넘기자 옆에서 그의 매니저가 “남자건 여자건 누구한테나 다 잘 해주는 다정다감한 스타일이에요. ‘불새’ 촬영장에서도 완전히 분위기 메이커죠. 에릭, 김병세씨 등 동료 연기자들과 모두 친한데 정혜영씨는 남자친구가 있고, 이은주씨는 그렇지 않다 보니 그런 소문이 난 거겠죠” 하고 해명한다.
이서진의 붙임성 좋은 성격은 다른 작품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MBC 주말드라마 ‘그 여자네 집’에서 연인으로 출연했던 김현주나 ‘다모’의 하지원과도 종종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원이 ‘발리에서 생긴 일’에 출연할 때는 이서진이 먼저 안부 전화를 걸어 “연기 참 잘한다. 재미있다”며 격려했고, 하지원 역시 최근 전화를 걸어 “불새 파이팅”을 외쳤다고 한다.

‘불새’에서 가난한 청년 이서진은 가난한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사랑으로 부잣집 딸 이은주와 결혼하지만 집안 반대를 극복하지 못해 끝내 이혼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그런데 그가 떠나 있는 동안 집안이 기울어 이은주는 경제적으로 여의치 못한 생활을 하게 되고, 이서진은 성공해서 돌아온다. 실제로 그가 드라마에서처럼 과거에 사랑했던 여자를 다시 만난다면 어떻게 할까? 그는 “그녀가 만약 혼자이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다가가 도와주고 싶어질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원래 한 여자에게 빠지면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헤어지고 나면 그 사람을 안 보려고 하죠. 세훈이가 지은이를 다시 사귀기보다 행복해지기를 바라듯 저 또한 전에 만났던 여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드라마를 하면서 점점 사랑의 깊이가 더해지는 건지도 모르죠.”

‘불새’에서 애틋한 눈빛 연기로 주목받는 이서진

‘불새’의 이유진 작가와 이서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짝꿍’이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티격태격하며 친하게 지냈던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해왔고, MBC 예능국에서 작가로 역량을 키워온 이유진 작가가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극본을 쓰면서 그 주인공 역할을 친구인 이서진에게 선물했다. 시집 장가도 안 간 청춘남녀가 오래도록 친구로 남아 있다는 게 좀 이상하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냈더니 “초등학교 동창회 활동이 활발하게 계속되고 있는 덕분”이라며 웃는다.
사실 ‘불새’를 기획할 당시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에서는 이서진에게 ‘서정민(에릭)’ 역할을 맡길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혼녀 지은을 사랑하는 재벌 2세 역할이 ‘다모’에서의 ‘황보윤’과 닮은 점이 있고, 이서진의 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 하지만 이유진 작가와 이서진이 끝까지 ‘장세훈’을 고집했다고 한다.
“연기자로서 완벽한 남자보다는 상처 있는 남자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사랑하는 여자를 10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옆에 책임져야 할 다른 여자가 있기에 다가가지 못하고 속앓이하는 남자의 모습. 눈빛으로 그 속내를 연기해야 하는 힘든 역할이기에 더욱 해보고 싶었어요.”
평소 촬영장 분위기를 띄우는 ‘분위기 메이커’라더니 “사실 서정민보다 장세훈이 훨씬 낫지 않아요? 일등 신랑감이잖아요. 능력 있고, 모셔야 할 시부모도 없고요(웃음)” 하며 농담을 건넨다.
극중 일과 사랑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세훈과 정민. 이서진은 얼마 전 정민 역의 에릭과 수영장에서 몸매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수영장 맞대결’이 펼쳐진다고 했을 때 사실 ‘여섯살이나 어린 에릭이 뭐가 나아도 낫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둘 다 누구도 더하고 덜하다고 할 수 없는 완벽한 ‘몸짱’이었다.

검술과 승마는 수준급, 드라마 끝나면 합기도와 요가 배울 생각
‘불새’에서 애틋한 눈빛 연기로 주목받는 이서진

이서진은 ‘불새’ 방영 초기, 상대 배역인 이은주와 염문설이 퍼지기도 했다.


수영장 대결에서의 압권은 이서진이 삼각팬티를 2개나 준비해 갔다는 사실. 정작 신세대인 에릭은 사각팬티를 준비해 갔는데 이서진이 삼각팬티를 입고 나타나 스태프들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사실 이서진은 수영을 못한다고 한다. 수영장 신이 있다는 말에 부랴부랴 개인 레슨을 받고 촬영에 임했는데 화면에서는 물개처럼 비쳐졌다고.
수영은 이번에 처음 배웠지만 이서진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체력을 자랑한다. 얼마 전에는 파도가 치는 제주 앞바다에서 6시간 동안 요트 신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촬영이 끝난 뒤 모든 출연진과 스태프가 지쳐 쓰러질 때 유일하게 이서진만 생생했다고 한다.
이서진은 스포츠 마니아다. ‘다모’를 찍으면서 배운 승마와 검술은 수준급이고, 평소 암벽등반을 즐겨 북한산에도 자주 오른다. 요즘도 촬영이 없는 날엔 어김없이 헬스클럽을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불새’를 시작한 뒤로 밤샘 촬영이 잦다 보니 몸무게가 3kg이나 줄어들어 “안 그래도 큰 보조개가 더 많이 들어갔다”며 웃는다. 그는 ‘불새’ 촬영이 끝나면 합기도와 요가를 배울 생각이라고.
뉴욕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뒤늦게 연기를 시작한 그에게 후회는 없는지 물었다. 그는 “정말 배우가 된 건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고, 연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만은 후회가 없다”고 했다.
“뭐든 제가 결정한 것이면 후회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작품을 선택할 때도 반드시 스스로 결정해요. 그래야 작품이 잘 안 돼도 후회가 없거든요.”
데뷔 초부터 이서진에게는 ‘부잣집 아들’이라는 소문이 따라붙었다. 서울 방배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는 그는 이런 소문에 대해서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씀씀이는 검소한 듯했다.
“명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명품을 공짜로 준다는 행사에 여러 번 초대를 받았는데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쇼핑도 거의 안 해요. 외국에 나갈 일이 생기면 거리에서 아이쇼핑 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한두 개 사는 정도예요.”
식생활도 소박하다. 유학생활을 했지만 양식보다 밥과 국을 즐겨 먹는데 젓갈 하나만 있으면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털털한 식성을 가졌다.
그의 눈빛과 보조개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눈부시던 햇살도 그 열기를 잃어가고, 도산공원에서 야외 촬영을 하던 예비 신랑신부들도 한쌍 두쌍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서진은 언제쯤 실제로 저런 웨딩 촬영을 할까. 어떤 여자를 만나든 최소한 2년은 뜨겁게 연애를 한 뒤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 적어도 앞으로 2년까지는 ‘총각 이서진’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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