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탤런트 김영애(53)가 KBS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해 아쉬움을 낳고 있다. 그가 은퇴를 결심한 것은 사업에 좀더 매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황토 사업과 연기활동을 병행하느라 무리한 탓도 크다.
그동안 그는 홈쇼핑 방송과 ‘달려라 울엄마’ 촬영을 위해 강행군을 하다보니 금요일이면 몸이 파김치가 됐다고 한다. 신경을 많이 쓴 날에는 잠까지 오지 않아 와인을 마시고 잠을 청해야 했다고. 그럼에도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건 평소 철저하게 건강 관리를 해온 덕분이다.
“90년대 후반 저의 건강 상태는 최악이었어요.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자포자기하며 살았는데 지금의 남편을 만나 병을 고친 뒤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했죠. 그래서 저는 평소 건강에 좋은 음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고, 등산과 명상으로 심신을 단련해요.”
[Health secret] “석류와 두유로 갱년기 이겨내고 쑥과 요구르트로 변비 고쳤어요”
20년 넘게 바깥 출입을 못하고 있는 친정어머니와 병환으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허약한 체질을 물려받은 탓에 그는 어릴 때부터 잔병 치레가 잦았다고 한다. 중학생 시절에는 악성 빈혈로 학교에 갔다 하면 이내 실려 오고, 기운이 없어 허리를 펴고 다닌 기억이 거의 없다고.
“어머니가 전쟁 통에 저를 가진데다 열달 내내 입덧을 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대요. 출산하자마자 맹장수술을 해서 젖조차 물리지 못했고요. 게다가 연기생활을 하면서 과로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99년에는 물만 먹어도 체할 정도로 장 기능이 나빠지고 협심증에 알콜의존증까지 겹쳐 고생을 했어요. 응급실에 실려가도 이러다 죽으면 말지 하고 술을 마셨으니 알콜의존증이 될 수밖에 없었죠.”
그는 자신이 알콜의존증이었다는 사실을 술을 끊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한다. 술과 수면제를 완전히 끊기 전에는 병을 고칠 수 없다고 해서 독하게 맘먹고 석달만에 끊었다. 당시 그의 치료를 맡았던 기치료사가 바로 지금의 남편 박장용씨(49)인데 그가 술을 마시면 귀신처럼 알아챘다고 한다.
“술이 찬 음식이라 장을 딱딱하게 만들어 배를 만져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장이 나빠지고 협심증이 심해진 것도 술이 원인이었어요.”
그는 술을 끊고 몸이 차츰 좋아지면서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스스로 건강을 추스르지 않으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폐가 된다고 생각한 것.
“긴병에 효자 없다고 하잖아요. 우리 어머니는 그래도 자식이 3남2녀나 되지만 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요. 또 남편이 저보다 네 살 연하라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결국은 자신을 위하는 게 다른 사람을 위하는 길이기도 해요. 그래서 더욱 철저히 건강을 챙기고 음식도 가려서 먹는데 습관이 되면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그는 인스턴트 음식을 절대 먹지 않고 요구르트, 두유, 청국장, 된장, 두부 등을 모두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또한 갱년기 극복을 위해 석류를 즐겨 먹고 콩, 검정깨, 호두, 잣 등을 함께 갈아 만든 두유를 하루에 두잔 정도 마신다. 아침 식사는 기본. 밥을 먹을 시간이 없을 때는 호두를 넣어 만든 요구르트와 쑥버무리, 쑥떡으로 대신한다.
연기와 사업을 병행하느라 심신이 지친 김영애는 ‘달려라 울엄마’를 끝으로 연기 생활을 마감하고 본격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계획이다.
“쑥을 먹은 뒤 변비가 사라졌어요. 전에는 변비가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주스 한잔을 마시면 바로 화장실에 가게 되더라고요.”
그는 출출할 때 먹기 위해 쑥떡과 사과, 오렌지, 토마토 등의 과일을 싸가지고 다닌다. 사과를 너무 좋아해서 거의 매일 먹고 토마토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건강을 위해 꼭 챙겨먹는다고. 겨울에는 군것질 대용으로 가래떡과 감자, 고구마를 구워먹기도 한다.
“끼니도 절대 거르지 않아요. 제가 워낙 잘 먹거든요. 다행인 것은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안찌는 체질이고 조금만 신경쓰면 빠진다는 거예요.”
[Life style] “하루 30분씩 뛰고 일주일에 서너번 등산해요”
그는 5월 중순 ‘달려라 울엄마’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건강 관리를 할 계획이다. 지금은 바빠서 헬스클럽에 갈 시간이 없지만 그때부터는 적어도 일주일에 사나흘은 편하게 운동할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연기활동을 접으면 헬스클럽에도 다니고,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등산을 할 생각이에요. 홈쇼핑 방송이나 회사 미팅은 하루종일 있는 게 아니니까 운동과 일을 충분히 병행할 수 있어요. 지금도 하루 30분씩 집에서 뛰고, 일주일에 사나흘은 등산을 해요. 시간이 없으면 집 근처 산에 오르고, 여유가 있을 때는 북한산 비봉까지 올라요. 가까운 데는 한두 시간, 비봉까지는 서너 시간이 걸리는데 등산을 하며 간식 먹고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운동과 자연식을 꾸준히 병행해온 그의 몸무게는 현재 54kg. 그는 앞으로 쉬면서 2kg을 감량할 생각이라고 한다.
“부모님한테 고마운 게 제 의지대로 몸이 참 말을 잘 들어요. 살을 빼려고 마음먹으면 금방 빠지거든요. 또 제가 원래 독한 데가 있어서 한번 빼겠다고 결심하면 밤에 군것질하던 버릇도 딱 끊어요. 하지만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으면 토마토 같은 저칼로리 식품으로 야식을 대신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그는 한달에 두세 번 직접 장을 보는데 가장 먼저 건강에 좋은지를 따진다. 그래서 그의 장바구니는 늘 남편이 좋아하는 굴비, 고등어자반 같은 생선과 녹즙 재료인 미나리, 케일, 신선초 등 유기농 야채들로 수북이 채워진다.
“아침마다 녹즙을 갈아먹고, 제철 나물을 즐겨 먹어요. 겨울에는 시래기를 생선이나 된장과 함께 지져먹고, 여름에는 원추리 취나물 두릎을, 요즘에는 쑥을 많이 먹어요. 쑥은 정읍이나 부안에 내려갈 때마다 뜯어와요. 공장 근처에 쑥이 많거든요. 쑥을 삶아서 한주먹씩 밀봉해 냉장고에 얼려두면 오랫동안 먹을 수 있어요. 주로 아침 식사 대용으로 쑥떡을 해먹고 쑥국도 끓여먹죠.”
육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다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사업상 미팅이 있을 때마다 먹기 때문에 집에서는 고기를 먹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가끔 돼지고기를 넣어 김치찌개나 볶음을 하는 정도.
“야채와 생선을 즐겨 먹는데 특히 묵은 김치를 좋아해요. 3년전 공장 일로 시골에 다니다 맛들여서 사시사철 먹을 수 있도록 우리집 앞마당에 항아리를 묻어두었어요. 덕분에 저는 1년 내내 김장김치를 먹어요.”
그는 ‘연기는 온실속의 화초라면 사업은 들풀’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사업이 힘들고 거친 일이라는 뜻이다. 사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어떤 날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라는 그가 건강을 지키는 또다른 비결은 명상에 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는 방 하나를 따로 마련해 부처님을 모셔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기도와 명상을 하며 마음을 비우고 기를 보충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업을 꾸려가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바로 기도와 명상이에요.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반성하고, 늘 겸손하게 지혜롭게 살아가게 이끌어달라고 기도하다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좋은 기가 몸에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남편 덕분에 건강과 삶의 희망을 되찾고, 황토 덕분에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김영애. 이제 그가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34년 연기 인생을 마감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제 밑에 딸린 직원이 60명이고, 그들의 가족들까지 합치면 엄청난 숫자예요. 그들을 생각하면 연기를 그만둘 수밖에 없어요. 무엇이든 대충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동안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무척 힘들었거든요. 또 연기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지만 회사 경영은 제가 없으면 안되거든요.”
그는 “앞으로 심신이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건강을 되찾아주고, 결식 아동들에게 최상의 급식을 제공하는 자선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34년 동안 시청자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만큼 이제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고 한다. 그 일환으로 현재 장학사업을 위한 법인설립을 준비중인 그는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긍정적으로 바뀌니 할 일이 참 많다”며 환하게 웃었다.
“앞으로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고, 골프도 배우고 싶어요. 이보희, 김용건, 이휘향씨 등 그동안 도움을 받은 사람들한테도 보답을 해야 하고요. 그분들은 정말 자기 일처럼 사업을 홍보해주고, 제가 가장 힘들 때 도움을 줬어요. 특히 이보희씨 같은 경우 ‘홍보이사가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도와줬어요. 살아가면서 평생 은혜를 갚아야할 사람들이죠. 또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를 몇 가지 배워서 내 손으로 직접 해주고 싶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요. 그래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건강을 지키려고 애쓰는 거예요.”
이제는 드라마를 통해 팬들을 만날 수 없지만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자리에는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김영애. 그는 오늘도 ‘황토 비누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꿈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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