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불륜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요즘 방송가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SBS 특별기획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단연 돋보인 연기자는 여주인공 김희애(37)다. 특발성폐섬유종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하영애’ 역할을 맡은 그의 열연은 ‘신들린 연기’라는 호평을 받았다. 안타까움과 절절함이 묻어나는 그의 ‘최루성’ 연기에 눈물을 쏟지 않은 시청자가 없을 정도.
‘완전한 사랑’의 성공에 견인차 역할을 한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는 그는 12월28일 종영을 앞두고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완전한 사랑’은 저에게는 각별한 드라마입니다. 김수현 선생님 작품은 처음인데 너무 좋은 역할을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본래 ‘아내’를 끝내고 좀 쉬려고 했는데 김수현 선생님 작품이라 기꺼이 출연했어요. 김수현 선생님 작품은 배우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번이라도 꼭 해보고 싶어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대사가 무척 많아 좀 힘들었지만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게 있나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하듯, 드라마 반응이 좋아서 저도 행복했어요.”
지금까지는 작품에 임할 때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이번만큼은 마음을 비우고 ‘김수현표’ 연기에 몰입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대사를 완벽하게 암기했다. 일주일 중 닷새를 ‘완전한 사랑’에 쏟아붓는 상태에서 그의 비중만큼이나 많은 대사를 암기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을 터.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으면 진도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촬영장에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귀가한 뒤에도 그는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밤늦게까지 대본과 씨름을 했다.
“정말이지, 고3 수험생이 따로 없었어요. 아마 고3 때 그렇게 공부했으면 명문대에 갔을 거예요. 그렇게 3개월을 보냈더니 살이 4kg이나 빠지더라고요. 드라마 끝내고 나서 일주일 쉬었더니 다시 2kg 정도 불었죠. 건강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한회, 한회 해나가도 벅찼으니까요. 정말 마지막 녹화 끝나고는 수능시험을 치른 기분이었죠.”
그는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나서야 그동안 등한시했던 가족들을 떠올렸다. 촬영에 몰두하느라 아이들이나 남편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었던 것. ‘완전한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역할을 ‘완전히’ 포기해야 했음에도 남편과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를 묵묵히 응원해주었다. 엄마의 손에 길이 든 기현(7)과 기훈(5), 두 아들은 처음에는 집을 나서는 그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지만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로 엄마의 ‘비즈니스’에 차츰 협조적으로 바뀌어갔다.
‘고3 수험생’ 같은 나날 속에서 남편의 배려에 감동받아
“특히 남편은 이번에 100%의 도움을 줬어요. 그것이 너무 고맙고 미안할 뿐이에요. 정말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남편의 사람 됨됨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어요(웃음). 제가 투정을 부려도 반응을 하지 않아서 무덤덤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보니 참 무던한 사람이더라고요.”
드림위즈 대표인 남편 이찬진씨는 ‘완전한 사랑’에서 출연 섭외가 들어왔을 때부터 무척 호의적으로 그를 배려해주었다고 한다. 본래는 그가 ‘아내’를 끝마치고 나서 쉬기를 바랐지만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선뜻 그의 뜻을 받아준 것. 처음부터 특별한 관심을 갖고 배려해준 남편은, 그러나 그가 보는 앞에서 드라마를 시청한 적이 없다고 한다.
드라마가 끝난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가족 여행이라는 김희애.
“저는 제 연기를 모니터할 때 옆에 누가 있으면 쑥스러워서 주로 혼자 보는 편이거든요. 그것을 잘 아니까 일부러 피해주는 것 같아요. 아마 나중에 인터넷으로 보는 모양이에요. 제 연기에 대해 가끔 ‘좋았다’고 칭찬해주곤 하거든요.”
느닷없이 올해 연기 대상은 누가 받을 것 같냐는 질문이 튀어나오자 그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차인표를 꼽았다. 이에 질세라 차인표도 “김희애씨가 받을 것”이라며 얼마 전에 꾸었다는 꿈 얘기를 했다.
“김희애씨가 받을 수밖에 없는 게, 꿈에서 봤어요. 김희애씨가 연기를 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금 우박이 소나기처럼 떨어지더라고요. 그게 메달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차인표의 해몽이 끝나자마자 김희애는 “돈벼락이 아닐까요?” 하며 한술 더 뜬다. “농담이고, 아무튼 차인표씨가 좋은 꿈을 꿔주셔서 내년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는 김희애와 “연기 대상 꿈이 맞다니까요!” 하는 차인표의 모습은 극중의 영애와 시우처럼 잘 어울렸다.
“연기하면서 친해졌냐고요? 이 정도면 친한 거 아닌가요? 차인표씨나 저나 사근사근하게 격의 없이 대하는 걸 못해서 쉽게 친해지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차인표씨가 워낙 깍듯하고 좋은 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같은 연기자로서 늘 좋은 느낌을 갖고 있어요.”
그는 이번 드라마를 마친 뒤 당분간 쉬면서 엄마, 아내의 자리로 돌아가 그간 못다한 남편과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신경을 쓰겠다는 각오다. 또한 쉬는 동안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여행을 참 좋아해요. 딱 꼬집어서 어디 가고 싶다기보다는 여기저기 따뜻한 나라도 가고 싶고, 사람 북적거리는 데도 가고 싶어요. 이번에 건강검진도 받을 거예요. ‘카레이스키’라는 드라마 이후 한번도 받은 적이 없거든요. 정말 건강만큼 소중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앞으로는 좀더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려고 해요. 촬영하는 동안 노상 감기가 들락날락거렸고, 그걸 또 아이들에게 옮기고, 옮고 그랬어요. 제가 좋아하는 유일한 취미가 운동과 목욕인데, 그것들만 잘해도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결혼 후 7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후 ‘아내’ ‘완전한 사랑’의 연이은 히트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희애. “시간이 갈수록 길이 들어 음색이 좋아지는 기타나 바이올린처럼 연기도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으며 더 늘게 마련”이라는 그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