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근육질 스타 아놀드 슈워제너거(56)가 지난 10월7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실시된 주지사 소환투표에서 주지사로 재임 중이던 그레이 데이비스를 누르고 승리했다. 캘리포니아 선거법에 따라 그는 11월 중 캘리포니아의 주지사로 취임해 데이비스의 잔여임기 3년 동안 주지사로 활동하게 된다. 이로써 아놀드는 66년 로널드 레이건에 이어 두번째로 주지사로 변신한 할리우드 스타가 됐다.
아놀드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나치 당원으로 활동한 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으로 건너와 83년에 시민권을 획득한 이민 1세대. 할리우드 데뷔 전 세계대회를 13차례나 석권하는 등 보디빌더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가 할리우드에 데뷔한 건 70년, ‘뉴욕의 헤라클레스’라는 작품을 통해서다. 그러나 데뷔작에서 쓴맛을 보고, 오랜 무명의 세월을 보낸 끝에 82년에야 ‘코난’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코만도’ ‘터미네이터’ ‘토탈 리콜’ ‘유치원에 간 사나이’ ‘트루 라이즈’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기며 ‘터미네이터’ 한 단어로 통하는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아내도 직장 휴직하고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선거 기간중 공개된 재산 내역에 따르면 그는 현금만 3억달러(약 3천6백억원)를 보유한 거부. 이 때문인지 정치는 근육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출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그는 “머리는 빌릴 수도 있다”고 자신 있게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패기를 볼 수 있을지는 사실 후보등록 기간 막판까지도 미지수로 남아 있었다. 그가 줄곧 출마 가능성을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그가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48)가 속해 있는 케네디가의 반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인 NBC에서 기자와 앵커로 활약해온 아내 슈라이버는 미국인들이 최고의 명문으로 여기는 케네디가 출신으로 대통령을 지낸 존 F 케네디의 조카. 케네디가는 전통적인 민주당 가문으로 슈워제네거가 공화당 후보로 나서자 그에 대한 지지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가 후보등록 마감일 직전 TV 토크쇼에 출연해 출마 의사를 밝히고, 선거에 참여한 것은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공화당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며 키워온 정치적 야심을 접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집안의 반대와 달리 아내 슈라이버는 남편이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자 무급 휴가를 내고 남편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특히 유세 막판에 슈워제네거가 과거 할리우드 여성들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불거졌을 때도 꿋꿋하게 남편에 대한 믿음을 과시하며 든든한 방패 역할을 했다. 이에 슈워제네거는 10월8일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서 “당신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표를 얻었는지 알고 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함으로써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기쁨도 잠시, 그에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 넘어 산이다. 더욱이 에너지 가격 급등, 3백80억달러에 달하는 주 재정적자 등 형편없는 캘리포니아 경제에 불만을 가져온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소환투표’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임기를 11개월밖에 채우지 못한 데이비스를 밀어내고 그를 주지사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놀드는 선거운동 기간 각종 방송사에서 주관한 주요 후보들간의 토론회에 계속 불참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얼버무리는 등 캘리포니아가 당면한 문제들에 무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가 영화에서처럼 해결사 역할을 제대로 해 캘리포니아의 경제를 되살려놓고, 성공적인 정치인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