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 얼굴을 내밀 때만 해도 손예진(22)은 예쁘장한 얼굴에 청순가련한 이미지로 어필하는, 평범한 신세대 연기자에 불과했다. 더구나 최민식 유호정 안성기 등 대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배역의 비중 또한 미미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그의 성장세가 무서울 만큼 뚜렷하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연애소설’은 전국 관객 1백65만명, 올초 영화 ‘클래식’은 1백80만명을 동원했다. 멜로영화로는 그야말로 ‘대박’ 수준. 더욱이 차태현 이은주의 힘을 빌렸던 ‘연애소설’과 달리 ‘클래식’에서는 조승우와 조인성을 상대로 1인2역을 해내며 영화를 이끌어갔다. 연기력도 한 단계 올라선 모습을 보여주며 ‘배우’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제게 운이 따르는 것 같아요. 데뷔한 이후 연이어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고, 또 다행히 흥행면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함께 연기한 선배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데뷔 3년째의 길지 않은 연기경력이지만 그에겐 분명한 이미지가 존재한다. 시한부 삶을 살며 사랑과 우정을 연기한 ‘연애소설’의 수인과 아픈 사랑의 주인공이 됐던 ‘클래식’에서 주희가 보여준 순수하고 청초한 분위기가 그것. 10·20대에게는 이상형으로, 30·40대의 남성에겐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으로 어필, 많은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이른바 ‘섹시&코믹’에의 도전이다. 6월말 개봉한 영화 ‘첫사랑 사수궐기대회’가 그 무대로 영화는 진한 감동이 담긴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 여자에 대한 한 남자의 무지막지한 구애, 조건 없는 사랑을 그린 영화예요. 앞부분은 포복절도할 웃음으로 포장되지만, 중반 이후 차태현 선배와의 멜로는 객석을 눈물 바다로 만들 거예요. ‘멜로영화가 이렇게 웃길 수도, 이렇게 슬플 수도 있구나’를 보여주는 작품이죠.”
그는 이번 영화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 유동근의 명령으로 그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 차태현을 유혹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야릇한 시선을 던지는 등 섹시한 장면을 연출한 것.
기회만 닿는다면 영화 ‘해피엔드’ 전도연 수준의 노출연기 하고 싶어
실제로 기자시사회에서 확인한 그의 노출 정도는 지금까지의 이미지에 비하면 ‘충격(?)’ 그 자체였다. 육감적인 가슴 곡선과 늘씬한 다리가 상당 시간 노출됐는데, 시사회가 끝난 후 만난 기자들은 하나같이 “예상보다 풍만한 가슴, 섹시한 각선미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그는 영화 포스터 사진도 미니 스커트에 배꼽티로 섹시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청순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팬들에게 각인됐던 그에겐 나름대로 ‘파격’인 셈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는 부끄럽고 자신도 없어서 이 장면을 없애달라고 요청했어요.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 장면이 없으면 여자 주인공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겠더군요. 그래서 하기로 결정을 했고, 기왕 찍을 거면 화끈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비키니 수영복을 입었어요.”
청순함으로 어필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육감적인 가슴 곡선과 늘씬한 다리를 선보이며 섹시함을 드러냈다. 연기 변신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고.
그는 그 장면에서 관객이 숨죽이는 것을 보니 “여성스러운 느낌이 잘 살아난 것 같다”며 기회만 닿는다면 영화 ‘해피엔드’에서 전도연이 해낸 수준의 노출연기도 하고 싶다고 했다.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이 “손예진의 수영복 사진을 달라”고 요청하자 제작사인 팝콘필름측은 “영화 속에서 노출 수위를 높이는 대신 이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기로 사전에 손예진측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7월초부터 ‘가을동화’ ‘겨울연가’로 유명한 윤석호 PD의 신작 ‘여름향기’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극중 심장병을 앓고 있는 혜원 역으로, 이후 심장이식 수술을 받게 되는데, 심장을 주고 떠난 사람의 연인인 유민우(송승헌)와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는 곧 한류열풍의 주인공이 될 듯싶다. 영화 ‘클래식’이 오는 8월 홍콩에서 개봉하는 것을 필두로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도 역시 홍콩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드라마 ‘여름향기’도 일본 대만 중국 홍콩 등 아시아 각국에서 제작이 시작되기도 전에 치열한 판권경쟁을 벌인 작품이기 때문.
아직 남자 친구가 없다는 그.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에서 만난 남자 배우 중 어떤 스타일을 가장 좋아할까?
“TV에는 다 왕자들만 나오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싫어요. 제가 힘들어서 아둥바둥거릴 때 감싸주는 ‘큰 사람’이면 좋겠어요. 조승우 선배와 차태현 선배를 반반 섞어놓으면 좋겠죠.”
그 깊은 눈빛 속에 청순함과 섹시함을 모두 지니고 있는 손예진. 올여름 영화관객과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풀어놓을 그의 선물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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