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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새로운 각오

태극마크 반납하고 연예계 진출한 쇼트트랙 영웅 김동성

■ 기획·최호열 기자 ■ 글·조희숙 ■ 사진·박해윤 기자

2003. 06. 10

2002 동계올림픽에서 오노에게 억울하게 금메달을 빼앗긴 비운의 빙상스타 김동성이 연예계에 전격 데뷔했다. 태극마크까지 반납하며 연예계에 진출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

태극마크 반납하고 연예계 진출한 쇼트트랙 영웅 김동성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동성(24)은 예전과 많이 달라 보였다. 짧게 자른 헤어 스타일에 경쾌한 물방울무늬 셔츠, 청바지, 갈색 안경… 제법 연예인 티가 난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본인의 말처럼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된 때문인지 표정도 한결 밝아 보였다.
“어릴 때부터 운동선수와 연예인이 꼭 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는 운동 때문에 미뤄왔지만 이제부터는 두가지를 병행할 거예요.”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선수 김동성은 빙상계의 간판스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 97년 세계빙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하면서‘얼음판의 천재’로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1000m에서 미국 안톤 오노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억울하게 금메달을 빼앗긴 후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런 그가 지난 4월16일 태극마크를 자진 반납하고 본격적인 연예계 진출을 선언했다. 그를 아끼는 팬들은 갑작스러운 결정에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계올림픽 이후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는데도 일절 언론노출을 삼간 채 훈련에 몰두,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악바리였기 때문이다.
김동성은 대표팀 자진사퇴와 연예계 진출에 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지난 동계올림픽 이후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사실상 운동을 중단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데 대한빙상경기연맹 측에서 무릎부상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지 않은 그를 추천 케이스로 국가대표팀에 발탁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의 불화설이 나기도 했다.
“추천선수로 태극마크를 달게 되어 자존심이 상한 것은 사실이에요. 부상중인 상태에서 훈련에 참가하면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먼저 몸을 추스른 후 내년 4월에 당당하게 제 실력으로 다시 대표팀에 들어갈 겁니다.”
그는 국가대표 타이틀은 반납했지만 선수생활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도 동두천시청 소속 선수. 그는 올 12월까지만 방송활동을 하고 그후에는 내년 2월 전국체전과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역선수가 방송활동을 병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선수생활과 방송활동, 두 마리 토끼를 앞에 두고 누구보다 고민이 많았던 사람은 바로 김동성 본인이었을 것이다. 그는 방송활동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선수생활의 위기감을 들었다. 현역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10대들로, 올해 스물넷인 김동성은 빙상선수로서는 ‘꽉 찬 나이’라는 것. 앞날을 설계해야 할 때인데다, 고질적인 무릎부상이 심해지면서 운동할 수 있는 몸상태도 아니었다고 한다.
지난 98년 무릎부상으로 첫번째 수술을 받은 그는 2001년까지 같은 부위를 세차례 수술받았다. 그 결과 그의 무릎 연골은 보통 사람의 40%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 아스팔트 위에서 뛰는 것은 물론 무릎을 꿇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지난 올림픽 때도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안 좋았어요. 하지만 모두 금메달이라는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했지 제 몸 상태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더군요. 그저 ‘계속 잘하겠지’ 하고만 생각하셨죠.”

태극마크 반납하고 연예계 진출한 쇼트트랙 영웅 김동성

김동성은 당분간 쇼트트랙 선수생활과 방송생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06년 토리노시 동계올림픽까지 출전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6월부터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1차 목표는 자신의 실력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것.
“제가 연예활동을 시작한 것을 두고 안 좋게 보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저도 그것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고요. 본업은 운동선수인데 방송을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해이해져 운동을 소홀히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은퇴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운동에 미련이 많다는 뜻이기도 해요. 남들보다 배로 열심히 해서 2006년 올림픽 메달에 도전할 생각이에요.”
그는 요즘 각종 오락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중이다. 곧 SBS ‘뷰티플 선데이’와 KBS ‘산장미팅’에도 출연할 예정. 앞으로 영화와 시트콤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는 매일 춤과 연기연습에 몰두하며 방송활동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2남1녀 중 막내인 그는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던 그의 아버지는 지난 97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현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연금과 실업팀에서 나오는 월급으로 어머니와 함께 살며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소속팀에서 나오는 월급으로 생활하니까 가장이 맞죠. 아버지는 2년 동안 심장병을 앓으셨어요. 제가 고2 때 출전한 국내선발전을 보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응급실로 실려갔어요. 병원에 가니까 아버지는 산소호흡기를 끼고 누워 계시고 가족들은 울고 있더라고요.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는 상태에서 눈물을 흘리시던 아버지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는 집안의 막내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 탓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구김살 없이 자랄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그가 연예활동을 결심하는 데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바로 그의 어머니다.
“어머니는 제가 하고 싶어하는 것은 말리지 않는 편이세요. 중학교 때 스케이트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나 다시 시작할 때 말없이 끝까지 밀어주셨거든요. 방송을 한다고 하니까 다른 걱정보다 ‘방송할 얼굴이 아닌데 그쪽으로 가면 어떻게 하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빙판이 아닌 무대로 자리를 옮긴 김동성은 요즘 생활에 대해 “하고 싶은 일을 두가지 다 하니까 좋다”면서도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될까 봐 걱정스럽다”며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남들이 한 시간 연습할 때 두 시간 하는 마음자세로 임하겠다”고 다짐한다.
“빙판 위에서는 몇년 동안 준비한 것을 1∼2분 안에 보여주고 승패가 나니까 성취감이 높아요. 방송은 순발력이 뛰어나야 하니까 스릴 있어 재미있고요. 아직 방송이 어색하지만 스케이트를 탔던 것만큼 열심히 해야죠. 그리고 스케이트 선수로 은퇴하기 전에는 꼭 오노와 붙어 실력으로 제가 한수 위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조심스럽게 빙판 위에 첫발을 내딛듯이 연예계에 진출한 김동성. 그의 바람처럼 오노로부터 빼앗긴 메달도 찾고 강호동과 강병규 버금가는 스포츠스타 출신 방송인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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