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것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톱스타 장동건(31)과 원빈(26)이 영화에서 형제로 만나게 됐다. 제작비 1백30억원대의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강제규필름 제작)에서 장동건은 동생을 무사히 집에 돌려보내기 위해 전쟁광이 돼가는 형 진태역을, 원빈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동생 진석 역을 각각 맡았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강제규 감독이 ‘쉬리’ 이후 4년 만에 직접 메가폰을 잡는 영화로 6·25 전쟁을 영웅주의나 이념 중심이 아닌 휴머니즘 차원에서 재조명할 휴먼 전쟁 드라마로 기획됐다. 강제규 감독은 지난 2000년 8월 전쟁 유해발굴 다큐멘터리를 보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장동건은 지난 2월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있었던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 발표회에서 “원빈과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닮은 데가 많아 사람들이 형제 아니냐고 묻곤 했다. 지금도 형제처럼 보이지 않냐?”고 원빈에 대한 끈끈한 애정을 내비쳤다. 장동건의 이같은 말에 원빈은 “데뷔 전부터 장동건 형은 나의 우상이었다. 형에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이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것은 96년, 매니지먼트사 스타제이에 있을 때다. 당시 장동건은 ‘우리들의 천국’ ‘마지막 승부’ 등으로 이미 스타덤에 올라 있던 상태고 원빈은 강원도에서 상경, 탤런트 데뷔를 준비하고 있던 때로 두 사람은 1년여간 같이 지냈다. 당시 장동건은 원빈을 친동생처럼 챙기며 친하게 지냈으나 소속사가 바뀐 이후에는 자주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형제 같지는 않지만 두 사람은 묘하게 닮은 데가 있다. 무엇보다 잘 생긴 것을 콤플렉스로 느낄 정도로 잘 생겼다는 점이 그렇다. 장동건은 그간 “잘 생긴 게 배우로서 나의 콤플렉스였다”며 끊임없이 연기 변신을 시도해왔다. 때문에 낮은 개런티에도 불구하고 저예산 영화 ‘해안선’에 출연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를 해왔던 것. 그는 이번에도 멜로영화의 귀공자가 아닌 전쟁터의 사신(死神)을 선택했다.
원빈 또한 “‘킬러들의 수다’ 이후 두번째 영화다. 두번째 영화인 만큼 이제 미소년 이미지를 벗고 성숙하고 남자다운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며 역시 미소년 탈피를 선언했다. 그는 스스로 “저는 연기 못한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배우라기보다는 여학생들이 열광하는 화보 속 스타였죠”라며 자신의 꽃미남 이미지에 반감을 표했다. 차라리 망가지더라도 연기파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은 장동건이나 원빈이나 한가지인 셈.
원빈, 이은주, 장동건 등 주연배우 세명은 “감독에 대한 신뢰로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 출연을 결정했다”며 강제규 감독에 대한 강한 믿음을 피력했다.
사실 원빈은 영화 크랭크인 전 어려운 고비를 하나 넘겼다. 취득 학점이 부족해 대학졸업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백제예술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용인대 연극영화학과에 편입, 올해 졸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석 미달로 몇몇 교양과목에서 F학점을 받아 졸업 학점을 채우지 못한 것. 그는 이미 용인대 대학원에 합격한 상태라 졸업이 안되면 대학원 진학도 취소될 상황에 처해 있었다.
문제는 원빈이 지난해 11월7일 현역병 입대 영장을 받아놓은 터라 더욱 심각했다. 만일 대학원 진학이 실패하면 원빈은 입영 연기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렇게 되면 이미 계약한 ‘태극기 휘날리며’의 출연도 위태로워질 수 있었던 상황. 다행히 그는 계절학기 수강으로 부족한 1학점을 채워 대학원에 ‘무사히’ 진학했다. 원빈은 이와 관련, “입영을 기피하는 건 아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이 끝나면 바로 입대할 예정”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원빈은 현재 영화촬영을 위해 머리를 빡빡 민 상태. 영화가 끝나면 그 모습 그대로 군대에 가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한편 장동건은 강제규 감독에 대한 신뢰 때문에, 또 6·25 전쟁이라는 소재가 맘에 들어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며 “할아버지나 아버지에게서 한국전쟁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전쟁 신이 많아서 준비해야 할 게 많은데 훈련은 ‘해안선’ 찍을 때부터 받았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해안선’이 단거리 경주였다면, ‘태극기 휘날리며’는 8개월에 걸쳐 촬영되는 마라톤이라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며 촬영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원빈 또한 “진석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전쟁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전쟁을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입니다. 몇달 전부터 영화를 위해 준비하고 공부해온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며 각오를 다졌다. 실제 원빈은 몇달 전부터 액션스쿨에 다니며 기초적인 체력 훈련과 액션 연기 지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건, 원빈 두 사람은 2월10일부터 영화촬영을 위해 전북 전주에 같이 머물고 있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자되는 전쟁 블록버스터에서 두 사람이 어떤 모습과 호흡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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