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35). 그는 바다 같은 남자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거친 파도처럼, 일단 목표를 정하고 나면 거침이 없다. 그의 이런 연기 열정이 녹아난 작품이 지난 2월7일 개봉돼 호평을 받은 영화 ‘블루’다. 4년여의 기획 기간. 그중 신현준은 시나리오 작업부터 2년여 동안 ‘블루’에 매달렸다. 하루에도 강산이 몇번씩 변한다는 충무로에서 웬만한 뚝심이 아니면 버티기 힘든 장기간의 프로젝트였지만 그는 초심 그대로 자신의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그런 열정 때문이었을까. 영화 ‘블루’에서 신현준은 지금까지 관객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90년 영화 ‘장군의 아들’로 스크린에 데뷔하면서부터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히어로로 자신의 이미지를 굳혀왔다. 영화 ‘장군의 아들’의 하야시, ‘은행나무침대’의 황장군, ‘비천무’의 자하랑까지, 모두 방금 깁스를 한 것 같은 캐릭터. 강력하다 못해 경직되고, 급기야 부러지고야 마는 성격이다. 한국인으로선 보기 드문, 두드러진 콧날과 부리부리한 눈매는 그의 이런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왔다.
그런데 ‘블루’에선 새로운 이미지를 펼쳐보였다. 해군해난구조대(SSU) 소속 잠수대원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블루’에서 신현준은 감성적이고 온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성적이고 강직한 군인상인 친구 이태현 대위(김영호)와 달리 그는 부하들을 애정으로 감싸고 용기를 북돋워준다.
신현준은 스크린 데뷔 후 처음으로 끊임없이 관객들을 웃긴다. 극중 김영호와 심각한 충돌을 하는 장면에서도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지∼”라며 막춤을 춘다. 가라오케에서 파슬리를 귀에 꽂고 뛰어노는 장면은 ‘깜찍’ 그 자체다. “카메라 앞에서 마음껏 놀아봐라”는 이정국 감독의 주문대로, 신현준은 평소 모습을 그대로 스크린에 담았다고 했다.
“‘킬러들의 수다’에서 눈에 힘 빼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봤는데 관객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용기를 더 내봤죠.”
결과는 대성공이다. 시사회 직후 신현준의 연기 변신에 대해선 평단의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드넓은 바다처럼 그의 야망엔 끝이 없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모두 받은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비천무’는 흥행에선 체면을 차렸지만 평단으로부터는 혹평을 받았고, ‘싸이렌’은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외면받았다. 이번 ‘블루’도 시사회 전엔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촬영 중 수많은 루머가 돌았다. 진해 로케이션 당시 이틀에 한번꼴로 “작품 엎어졌다며? 왜 아직 진해에 있어”라는 투의 전화를 받았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영화에만 매진했다.
그의 뚝심은 어디에 기인하는 것일까?
“많은 무리들 가운데 특별한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요. 배우는 나에게 천직이고, 세월이 흘러 돌이켜봤을 때 내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퇴마록’ 이후 한국 영화에서 폭파장면이 대거 늘어났습니다. ‘비천무’ 이후 와이어 액션이 보편화됐구요. 처음 시도하는 건 무엇이든지 불안해보일 수밖에 없지만, 누군가가 테이프를 끊지 않는다면 발전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죠.”
이런 확고한 원칙이 있었기에 오늘날 ‘블루’ 포스터에서 우린 신현준의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뚝심은 그의 연애 스타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인 손태영(23)과 공식 커플이 된 지 어느새 2년이 되어간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반쪽인 만큼 신현준의 연인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하루에도 문자메시지를 수십번씩 주고받는 것은 기본이다. 손태영은 지난해부터 신현준이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교회에 같이 다니고 있다. 두 사람은 가족 공인 커플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
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측근은 “천생연분이란 말은 바로 이 둘을 놓고 하는 말일 것”이라며 “밝고 구김살 없는 손태영과 매사에 여유가 넘치는 신현준은 주위에서 보기에도 부러울 정도로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평했다.
신현준은 공식 석상에서 연인에 대한 질문을 받아도 주춤하는 법이 없다. 대개의 연예인 커플이 인터뷰에서 상대방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회피하거나 구체적인 답변을 꺼리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결혼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신현준은 당당하게 대답을 한다.
“그 친구(신현준은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에선 손태영을 친구라고 칭했다)가 올해 계절학기를 열심히 들어야 하거든요. 졸업을 한 후에야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손태영은 현재 상명대 무용과 4학년 재학중. 신현준의 말대로라면 두 사람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결혼에 골인할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신현준은 사랑에 있어선 적극적이다. ‘블루’에서 신현준이 연기한 김준이란 인물은 친구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지만, “현실의 나라면 그렇게 쉽게 뒤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손태영 또한 솔직하긴 매한가지. 신현준이 ‘블루’에서 노출 연기를 한 것에 대해 “여자친구의 입장에서 솔직히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키스신과 누드신이 다 필요한 부분이었다. 오빠의 뒷모습 누드는 물론 연기도 완벽했다”며 당당하게 대답, ‘역시 닭살 커플’이란 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 멋진 남자는 3월 말 공포영화 ‘페이스’로 관객들에게 또다른 모습을 보여줄 계획. 데뷔 후 처음 시도하는 공포영화로, 그의 도전 의욕을 활활 불태우겠다는 구상이다.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남자, 신현준의 화려한 2003년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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