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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행복한 이유

박미선 이봉원 부부 권태기 극복하고 친구처럼 사는 비결 공개

“결혼 3∼4년 뒤 찾아온 권태기를 극복하고 나니 서로 편안한 친구처럼 느껴져요”

■ 기획·이영래 기자(laely@donga.com) ■ 글·최숙영 ■ 사진·최문갑 기자

2003. 02. 28

이봉원 박미선 부부가 올해로 결혼 10주년을 맞았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코미디 전문 연예기획사 ‘B-ONE’을 운영하고 있는 이봉원과 KBS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등에 출연하며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하는 박미선 부부의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

박미선 이봉원 부부 권태기 극복하고 친구처럼 사는 비결 공개

지난 93년 결혼한 이후, 연예가의 손꼽히는 잉꼬커플로 금실을 자랑해온 이봉원(40), 박미선(36) 부부가 결혼 10주년을 맞았다.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아내 박미선을 주인공으로 하는 육아비디오를 찍고 있는 이들 부부를 촬영 현장에서 만나보았다.
“이제는 편안한 친구 같아요. 서로 동지애를 느낀다고 할까요. 연애할 때만큼의 열정은 없지만 이해심은 더 많아졌어요. 이봉원씨도 아마 그럴 거예요. 연애할 때는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줄 것처럼 굴었는데(웃음)…. 한국 남자들이 어디 그런가요. 열정이 사그라들었죠. 그래도 저는 지금이 더 좋아요.”
예전에는 티격태격 싸우기도 잘했지만 이제는 별로 싸울 일도 없다. 성격도 점점 유해져서 “아니, 뭬야?” 하고 눈에 쌍심지를 켤 일도 지금은 “그럴 수도 있지 뭐…” 하고 너그럽게 받아넘긴다. “남편을 생각하면 한때 좋아했던, 편안한 친구 같다”는 것이 박미선의 말이다.
하지만 이들도 결혼의 ‘위기’는 있었다. 결혼하고 3∼4년 정도 지났을 때, 지치고 힘든 나머지 박미선은 ‘내가 왜 이 남자와 결혼했을까…’라는 회의에 빠졌다. 그때가 흔히 말하는, 권태기였다. 그러나 결혼의 ‘위기’는 남편 이봉원이 99년 일본 유학을 가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상대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서로 떨어져 있으니까 이메일로 편지를 주고받잖아요. 근데 글이라는 게 참 묘한 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더라고요. 다시 신혼으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이었어요. 제가 일본에 가면 남편이 알아서 요리도 해주고 여행도 많이 데리고 다녔죠.”
이봉원이 잘하는 요리는 어묵볶음, 김치찌개, 된장찌개, 달걀찜. 맛도 일류 요리사 뺨칠 정도로 수준급이라고 한다.
게다가 자상한 성격이라서 결혼기념일이나 생일날이면 일본에서 꽃다발을 보내왔다. 한번은 이런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박미선’이라고 그녀의 이름을 적지 않고 ‘유리 엄마에게…’라고만 써서 보냈다가 꽃다발이 주인을 찾지 못해 방송국을 한바퀴 돌았던 것. 결국 우여곡절 끝에 그녀 앞으로 배달이 되긴 했지만 이봉원의 자상한 성격에 방송국 사람들이 놀라워했다고 한다.
“지금도 저한테 잘해줘요. 사람들은 제가 남편을 잘 챙겨줄 것 같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예요. 남편이 저를 더 잘 챙겨주죠. 방송 끝나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몸이 파김치가 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제가 침대에 누워서 “자기야, 물 좀 갖다줘” 하면 물도 갖다주고 “불 좀 꺼줘” 하면 불도 꺼줘요. 그렇다고 남편이 저한테 꽉 잡혀서 산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10년 동안 저를 휘어잡고 산 걸 보면 대단한 남자죠.”
사업가로 변신한 남편, 걱정스럽게 지켜봐
2001년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뒤 이봉원은 한동안 방송 환경이 많이 달라져서 힘들어했다. 그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SBS <코미디쇼 오! 해피데이>는 다소 실망스런 결과를 낳았다. 때문에 한동안 이봉원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붕 떠있는 듯한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내로서 속상했다는 박미선, 하지만 이봉원은 정통 코미디의 부활을 위해 최양락과 의기 투합, i-TV로 진출해 재기에 성공했다. 현재 그는 i-TV <최양락·이봉원의 소문만복래>, 코믹드라마 <러브러브>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박미선은 “이제 남편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한다.
이봉원의 활약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봉원은 개그맨으로서는 서세원에 이어 두번째로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미디 전문 연예 매니지먼트를 축으로 이벤트, 음반, 영상, 인터넷 방송까지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B-ONE 엔터테인먼트’가 바로 그의 회사다.
처음 이봉원이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박미선은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고 했다. 돈 때문이 아니었다. 돈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있으면 되니까 별문제가 안됐지만, 그보다는 ‘남편이 공부한 성과가 잘 나타나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 더 컸다고 한다. 그녀는 이 말 끝에 “이봉원씨 정말 장가 잘 갔어요”라며 특유의 톤으로 농을 달았다. 이에 빙그레 웃는 이봉원, TV에서 보던 것하고는 달리 내성적이면서 수줍음을 잘 타는 듯했다.

박미선 이봉원 부부 권태기 극복하고 친구처럼 사는 비결 공개

이봉원 박미선 부부가 육아비디오를 찍고 있는 현장.


일본 유학 후 이봉원의 생활은 무척 많이 바뀌었다. 그는 더는 연기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그의 꿈은 자신이 직접 제작, 연출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 때문에 귀국 후 인터넷 방송용 성인 시트콤을 직접 제작, 연출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박미선을 주인공으로 한 육아비디오를 찍기로 했다.
“결혼 10주년을 기념해서 아내를 주인공으로 하는 육아비디오를 찍기로 했어요. 우리나라에는 0∼3세 아이들을 위한 육아비디오가 없어요. 일본만 해도 3세 이하 아이들의 단어 능력을 키워주는 비디오가 많거든요. 우리 아이들도 그 시기에 외국에서 수입한 비디오를 많이 보고 자랐는데 우리나라 것이 없어서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점에 착안해서 이번에 육아비디오를 제작하게 된 거죠. 집사람을 출연시킨 이유는 연예인인데다 아이들을 키워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먼저 ‘출연할 생각이 있냐’고 제의를 하자 집사람도 ‘아, 그거 재미있을 것 같다’며 흔쾌히 OK를 하더라고요.”
일곱 살된 아들 상엽은 개그맨 되는 게 꿈
기획 단계만 6개월, 그 과정에서 박미선의 역할이 컸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했던 것. 이봉원은 감독 입장에서 볼 때, 아내 박미선의 연기가 매우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베테랑 연기자답게 연기를 아주 잘한다”는 이봉원의 칭찬에 박미선도 한마디했다. “저는 절대로 NG를 안 낸답니다.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그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와아∼”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남편의 유학 기간 학비를 보내주며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던 그녀가 이제 이봉원의 사업 뒷바라지에도 아낌없는 내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자녀교육에 대해서는 어떨까. 육아비디오를 제작할 정도면 자녀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는 뜻인데 순간 두 사람의 자녀교육법이 궁금해졌다. 현재 이들에게는 아홉살 된 딸 유리와 일곱살 된 아들 상엽이가 있다.
“아이들에게 강요해서 억지로 공부를 시키는 것은 없어요. 억지로 시킨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아이가 스스로 필요성을 느낄 때, 그때 가서 공부를 해도 늦지 않으니까 기본적인 것만 가르치려고 해요.”(박미선)
“저는 기본적인 것도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주의예요. 초등학교 때 사교육을 많이 시킨다고 해서 그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초등학교 때 많이 놀게 해주고 중고등학교 때 아이가 원하는 걸 뒷바라지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봅니다.”(이봉원)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서로 의견이 같지만, 놀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박미선은 놀더라도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놀게 하는 데 반해 이봉원은 무조건 아이들의 의사에 따르게 한다. 가령 오락을 하고 싶어하면 마음껏 오락을 할 수 있게 내버려두는 식이다.
그녀가 “오락은 시간을 정해놓고 해야 된다”고 하면 그는 “재밌으면 계속하는 거지, 그런 게 어딨냐”면서 아이들의 편을 든다. 어떤 때는 심하게 장난을 해서 아이들을 울릴 때도 있다. “아이들을 왜 울리느냐?”고 하면 그는 “어릴 적부터 투쟁심과 전투력을 길러줘야 한다”면서 아이들하고 레슬링과 권투를 했다고 한다.
“과격한 아빠죠. 아이들은 아빠를 좋아하면서도 또 가장 무서워해요. 왜냐면 야단을 칠 때는 엄하게 치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우리 부부는 거짓말하는 걸 굉장히 싫어해서 어쩌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할 때면 호되게 나무라요. 그런 점에서는 엄한 편이죠.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해요. 남편이 오락을 하라고 허락해줘도 저한테 전화를 걸어서는 “엄마, 오락해도 돼요?”라고 물어보고 또 하고 나서는 얼마나 했는지 일일이 보고를 하죠.”

박미선 이봉원 부부 권태기 극복하고 친구처럼 사는 비결 공개

제작 총지휘를 맡은 이봉원은 아내 박미선의 연기에 대해 “베테랑답게 아주 잘한다”며 OK 사인을 냈다.


그녀는 바빠서 아이들하고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 한다. 더구나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엄마가 준비물이며, 숙제며, 챙겨줘야 할 게 많은데 일 때문에 바빠서 못해줄 때면 여간 속상하지가 않다. 그것이 일하는 엄마로서 가장 힘든 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도 단련이 돼서 자신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편이다. 큰아이는 일하는 엄마가 자랑스러운지 편지를 쓸 때마다 꼭 끝에다가는 “엄마, 건강하고 일도 열심히 하세요”라고 쓴다고 한다. 아주 기특하다는 표정이다.
“딸 유리는 여섯살 때부터 화가가 되고 싶어하더니 신기하게도 그 꿈이 변하지 않더라고요. 지금도 ‘뭐가 되고 싶니?’하고 물으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해요. 그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저도 그 방면으로 뒷바라지를 해줄 생각이에요. 아들 상엽이는 개그맨이 되는 게 꿈인데요, 그때마다 우리가 웃겨보라고 해요. 그러면 실제로 웃기기도 하고요, 그런 끼는 우리 부부를 닮은 것 같아요.”
둘만의 시간 많이 갖고 돈관리는 따로따로
이봉원이 일본 유학에서 돌아오면서부턴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두 사람의 밤 외출이 잦아졌다는 것도 전과 다른 점이다. 두 사람은 시간이 날 때면, 아이들을 시부모에게 맡기고 밤에 나가서 심야영화도 보고, 포장마차에 가서 국수도 먹고, 또 기분이 나면 소주도 한잔 걸치고 들어온다.
가족여행은 서로 바빠서 아직까지 못 가고 있는 실정이지만, 결혼 10주년이 되는 날 시댁식구, 친정식구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갔다올 계획도 세우고 있다.
“돈관리는 남편이 유학을 가기 전에는 제가 다 했는데 갔다오고 난 후에는 각자 하고 있어요. 남편이 사업을 시작해서 제가 계속하기에는 무리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따로따로 관리를 하고 있는데 저는 재테크에는 별로 밝지를 못해요. 돈이 생기면 곧바로 은행에 저금을 하는 것이 고작이에요. 주식 투자는 물론 안하죠. 하면 속 터지고 늙을까 봐서 아예 관심도 안 갖고 있어요.”
때문에 요즘은 서로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도 잘 모른다. “그게 여자의 입장에서는 더 나쁘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녀가 큰 눈을 더 크게 뜨면서 “여자가 경제적으로 독립을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게 아닌가요”라고 되묻는다. 그녀의 또다른 면을 보는 것 같다. 이봉원은 이런 아내 박미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결혼 초창기 때는 집사람의 고마움을 몰랐어요. 아이들이 크면서 아이들을 통해서 집사람의 소중함을 느꼈죠.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 대해서 말을 할 때면 어떤 땐 섬뜩하기도 해요. 가장으로서 역할을 더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집사람의 위치가 새삼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죠.”
그 말에 감동하는 그녀,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박미선은 남편과 같은 일을 하니까 결혼 초창기에는 부딪치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는 조금씩 양보할 줄도 알고 서로 불편한 점은 감수할 줄도 알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다른 부부들 얘기를 들어보면 살아갈수록 대화가 없어진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같은 일을 하기 때문인지 대화가 더 많아지고 오히려 닮아가는 부분이 많아요. 모난 돌이 깎이고 다듬어져서 둥근 돌이 되는 것처럼 싸울 일도 없어지고 서로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육아비디오를 같이 제작하면서 자녀교육에 대한 중요함도 깨달은 두 사람, “아이가 어릴수록 아빠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똑같이 입을 모은다. 이봉원은 “나 역시도 육아비디오를 제작하기 전에는 자녀교육을 집사람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그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가를 깨달았다”면서 “부모의 순간 선택이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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