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지난해 12월29일 MBC <2002 방송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시트콤 부문 우수상을 받은 최민용(26)이 수상소감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을 고백, 눈길을 끌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탤런트 허영란(23). 두 사람은 최민용의 돌출고백 후 서로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흔쾌히 인정, 류승범·공효진과 함께 신세대 스타 커플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최민용은 시트콤 <논스톱Ⅲ>에서 짠돌이 ‘최민용’ 역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허영란은 SBS <야인시대>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주목을 받았다.
“시상식 날 고백을 해야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없었어요. 그저 연기를 시작한 후 처음 받는 상이라 너무 감격스러웠고 그래서인지 영란이가 참 보고 싶더라고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6년. 당시 최민용은 대학생, 허영란은 중학생 신분으로 방송활동을 하면서 동료 탤런트로 가볍게 인사만 주고 받던 사이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지난해초 같은 연예기획사에 소속되면서 다시 만났다.
“어린애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 순간 여자로 보이는 거예요. 처음엔 무서웠어요. 어린 동생에게 어떻게 이런 감정을 가질 수 있나 싶었죠. 중학생 때 마냥 귀엽던 영란이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그래서 쉽게 고백하지 못하고 꽤 오랫동안 짝사랑만 했어요.”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말이 왜 그렇게 안나왔는지 몰라요”
최민용이 허영란에게 사랑을 고백한 것은 지난해 12월초. 두 사람은 처음으로 단둘이 저녁을 먹고 차를 마셨다. 그리고 최민용은 ‘사랑하는 이에게’라는 노래를 부르며 “사귀자”고 고백했고 허영란도 수줍게 웃으며 고백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오빠가 저녁 사줄게’라는 말이 왜 그렇게 하기 어려웠는지 몰라요.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도 그날 처음으로 영란이에게 전화를 걸었거든요. 신호가 가는데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영란이는 제 속눈썹이 마음에 들어 고백을 받아들였다고 해요(웃음). 제가 너무 편해서 좋대요. 또 작은 것 하나도 세세히 신경 써주는 자상함에도 끌렸다고 하고요.”
허영란의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냐고 묻자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화장을 안해도 예쁘다” “겉모습보다 마음이 훨씬 예쁘다” “너무 현명하다” “생각이 굉장히 깊다”며 여자친구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두 사람은 주로 서울 압구정동에서 데이트를 즐긴다고 한다. 여느 연인들처럼 함께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영화도 본다고. 또 시간이 나면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바다에서 일출 보기를 즐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허영란이 회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툭하면 영란이가 ‘오빠, 우리 회 먹으러 가요’라고 말해요. 그러면 전 바로 차를 몰고 영란이와 함께 동해안으로 떠나죠. 시간이 없으면 경기도 미사리 카페촌에 가서 차 한잔 마시고 오기도 하고요. 저희 둘 다 돌아다니는 것을 참 좋아하거든요.”
지난 크리스마스 때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서울 명동 거리를 누볐다. 최민용은 크리스마스에 여자친구와 보낸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꽃과 선물을 주고 받은 후 함께 명동성당에 갔다. 평소 연인끼리 미사를 보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여서 자신도 꼭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고. 또 두 사람은 며칠 전 커플링을 맞췄는데 너무 크고 화려해 예물반지라는 놀림을 받는다고 한다.
“저희는 매일 만나요. 너무 바빠서 얼굴만 보고 헤어지더라도 만나죠. 사실 ‘너 예쁜데, 한번 사귀어볼까’ 해서 만나는 사이가 아니잖아요. 사랑한다고 말했으니 그 말에 책임을 져야죠. 종종 다투기도 하지만 그럴 땐 제가 먼저 사과하고 안아줘요. 그리고‘우리 결혼한 후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한이불 속에서 꼭 안고 자자’고 말하죠(웃음).”
그의 사랑 이야기를 듣다 보니 최민용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우혁’이라는 인물이 떠올랐다. 2001년 그는 KBS 드라마 <비단향꽃무>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우혁 역을 맡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지난해말 <논스톱Ⅲ>에서 짠돌이 ‘최민용’ 역으로 다시 주목을 받을 때까지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동안 그는 무엇을 하고 지냈을까.
최민용은 MBC 시트콤 <논스톱Ⅲ>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사기를 당했어요(웃음). 사실 영화 제의가 들어와 출연하기로 했었죠. 저는 한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해서 영화에만 전념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촬영이 시작되지 않는 거예요. 영화사에 전화하면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고요.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뚝 끊겼어요. 알고 봤더니 영화사가 망했더라고요.”
그는 영화사 측에서 솔직하게 영화를 못 찍게 됐다고 말했다면 별로 화나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힘들었다는 그는 당시 술로 세월을 보냈다고. 그러면서 늘어난 것이 바로 카드 빚이었다. 고정된 수입 없이 지출만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젠 망가지는 제 모습을 볼 때 희열감마저 느껴져요”
“고등학교 친구들이 대신 갚아줬어요. 자기 카드 값은 내지 못해도 제 빚은 갚아줬죠. 이유를 물었더니 ‘너는 공인이니까 빚이 있으면 안된다’는 거였어요. 정말 눈물이 나대요. 그래서 돈을 조금 벌게 된 요즘은 친구들을 위해서 돈을 써요. 협찬받은 옷도 모두 친구들에게 주고요. <논스톱Ⅲ>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친구들 신세를 지고 있을 테니까요.”
<논스톱Ⅲ> 출연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논스톱Ⅲ>의 전신인 <뉴논스톱> 제작진으로부터 오디션을 받아보라는 연락이 온 것. 하지만 그는 별로 출연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시트콤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다 그저 경험을 쌓는다는 심정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그에게서 코믹한 요소를 발견한 제작진은 바로 출연을 제의했다.
“제작진이 한번 <뉴논스톱>에 특별출연을 해본 후 <논스톱Ⅲ>의 출연 여부를 결정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출연료가 짭짤했어요(웃음). 1주일 동안 고민하다가 그간의 무거웠던 이미지도 버릴 겸 출연을 결정했죠.”
그는 자신이 송승헌이나 조인성 같은 ‘왕자과’ 이미지로 출연할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대본을 받고 보니 자신이 맡은 배역의 캐릭터는 양동근과 같은 ‘짠돌이과’. 게다가 매주 대본을 받을 때마다 어찌나 더 망가지는지 읽기가 두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시트콤의 매력에 푹 빠진 이후로는 망가지는 연기를 할 때마다 뭔지 모를 희열감마저 느껴진다고.
일설에는 최민용이 조만간 <논스톱Ⅲ>에서 하차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계약기간이 오는 5월인데, 그때까지는 방송국에서 자신을 자르지 않는 한 출연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후 재계약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에게 연기 연습을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증산도 수련”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항상 진리를 추구하는 자세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면 연기력도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접한 증산도에 푹 빠졌다는 그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증산도 관련 철학서인 <이것이 개벽이다>를 꼽았다.“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지혜와 여유를 주는 책”이라는 평까지 덧붙이면서.
인터뷰를 마친 후 허영란을 만나기로 했다는 그는 “인터뷰가 너무 늦게 끝나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요. 영란이한테 혼나겠는데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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