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 영화 ‘사라진 밤’은 예고편 조회수가 1천2백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은 웰메이드 스릴러물이다. 원작인 스페인 영화 ‘더 바디’를 한국적인 정서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거듭되는 가운데 배우 김상경(46)과 김강우, 김희애가 펼치는 심리전이 러닝 타임 내내 보는 이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완전 범죄를 계획한 남편(김강우)과 시체 보관실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죽은’ 아내(김희애) 사이에서 허술한 듯 냉철한 해결사 노릇을 하는 우중식 형사 역을 맡은 김상경은 개봉 전날인 3월 6일 기자를 만나자 이창희 감독이 수백 곡을 들어본 끝에 인트로에 삽입했다는 가수 심수봉의 히트곡 ‘젊은 태양’을 신의 한 수라며 말문을 열었다.
“스릴러물은 도입부가 중요한데 이 노래가 처음부터 영화에 빠져들게 하더라고요. 심수봉 씨의 목소리는 그로테스크한데 멜로디는 경쾌한 점도,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라는 가사도 영화 속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가사를 쓴 분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이창희 감독도 그 노랫말을 듣는 순간 ‘이거다!’ 했대요.”
영화를 위해 살을 찌웠었나요. 영화 속 모습과 많이 달라진 듯해서요.
그때보다 몸무게가 7~8kg 빠졌어요. 캐릭터에 맞게 체중을 늘렸다 줄였다 해왔어요. 1월 개봉된 ‘1급 기밀’을 찍을 때는 정갈한 외모에 살집이 별로 없는 캐릭터여서 체중 감량을 하고 좋아하는 술도 안 마셨어요. 그래서 그 영화와 ‘사라진 밤’에 함께 출연한 서현우라는 친구가 폐인으로 변한 제 모습에 한 번, 술을 못하는 줄 알았는데 술고래여서 또 한 번 크게 놀랐죠. 하하하. 영화를 찍을 땐 그 인물에 최대한 가깝게 생활해요. 심지어 촬영용 의상을 집에서도 입고 다니죠. 그 옷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요.
가족들이 매번 다른 사람과 사는 느낌이겠어요(웃음).
하하하. 이제는 아내도 그런 삶에 익숙해져 제가 덥수룩한 몰골로 다녀도 조금도 놀라지 않아요. 영화 촬영 때문에 지방에 있을 때가 많아 주말 부부 같은 느낌이 있죠.
원작 영화를 참고했나요.
잔상이 머리에 남을까 봐 일부러 안 봤어요. 원래 제 연기에 대한 모니터링도 안 해요. 마음에 쏙 들거나 너무 안 들어서, 저도 모르게 그걸 염두에 뒀다가 자기 검열을 하게 될까 봐요.
영화 ‘살인의 추억’ ‘몽타주’ ‘살인의뢰’에 이어 네번째 형사 역할을 맡았어요. 자칫 기시감이 들 수도 있는데 형사 역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배역이 어떤 직업이냐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직업이 아니라 인간을 표현하는 거니까 캐릭터는 달라야죠. 캐릭터만 다르면 같은 직업을 열 번, 백 번 해도 상관없어요.
김상경 씨가 출연하는 작품의 촬영 현장은 늘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김강우 씨와는 서먹하게 지냈다고 하던데요.
원래 극에서 대립하는 역할을 하는 배우하고는 촬영할 때 최소한만 얘기해요. 안 그러면 감정선이 흐트러져서 연기에 방해가 되더라고요. 김강우는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아하는 배우예요. 잘 생기고 매력적이지만 바람을 피우고 아내를 죽이는 남편 역할은 김강우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를 못하면 살릴 수 없는 인물이었거든요. 김희애 선배를 아내 윤설희 역으로 캐스팅한 것도 흡인력을 높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예요. 김희애 선배가 그 역을 맡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끝까지 아내가 죽었을지, 살았을지를 의심하면서 영화에 빠져들 수 있는 거거든요. 시나리오, 감독, 배우 3박자가 맞아떨어진 아주 괜찮은 작품이라고 자신합니다.
동료들에게 천생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본인도 인정하나요.
연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긴 해요. 하하하.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고2 때지만 어릴 적부터 연기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초등학교 학예회 때도 늘 연극을 하겠다고 손을 들었고요. 남들 앞에서 시선을 받는 게 좋았어요. 어릴 때 아버지가 도장에서 배운 태권도를 친척들 앞에서 해보라고 시켜도 그게 불편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다행인 건, 연기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어서 행복해요.
삶의 우선순위를 3가지만 꼽는다면요.
첫째는 가족이죠. 둘째는 제가 하는 일인 연기고요. 셋째는 잘 모르겠어요. 하하하(김상경은 2007년 5세 연하의 치과 의사 김은경 씨와 결혼해 2남을 뒀다. 첫째는 2010년, 둘째는 지난해 태어났다).
집에선 어떤 아빠인가요.
아주 평범한 아빠예요. 제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배우라는 게 아이들에겐 불편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려고 해요. 육아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 콜도 많이 받았는데 모두 사양했죠.
그동안 세종대왕, 검사, 변호사, 의사, 형사, 시민군 등 정의로운 역할을 주로 맡았어요. 실제로도 정의파인가요.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대학(중앙대) 후배인 김강우가 한 인터뷰에서 연극영화과가 예전에는 규율이 엄격했는데 저희 기수에서 후배들을 강압적으로 길들이던 관행을 없앴다고 말했더군요. 그 일화가 답이 될 것 같네요(웃음).
예전부터 시사 프로그램 진행 제의를 자주 받았다고 들었어요. 좋은 진행자가 될 것 같아요.
2014년 KBS에서 방영된 ‘공소시효’라는 파일럿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원래 작가가 써준 대로 읽는 스타일이 아니고 편하게 진행하고 싶어 시청자의 눈으로 질문을 제가 직접 만들었는데 공부할 게 너무 많더라고요. 지금은 연기에 충실할 때라고 생각해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주연에서 한발 물러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연기관이랄까요. 어떤 철학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화려한 역할보다 일반 사람으로 쓰임새가 있는 배우, 누구나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친근한 배우이고 싶어요. 친근함이 제 강점이고 그래서 드라마도 넘나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대로 잘 늙어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주말드라마에서 아빠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생각하는 아빠 모습을 가진 이순재, 김영철 선배님처럼요.
나이를 먹는 게 두렵지 않나요.
배우에게 주름살은 아름드리 나무에 새겨진 나이테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걸 무서워하지 않고, 그런 나이테가 새겨지는 걸 훈장처럼 여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계획은요.
이번 영화가 입소문이 나 롱런하면 좋겠고, 또 다른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친근한 아빠, 다정한 남편이 되는 거고요. 사실 저는 복 받은 놈이에요. 지금까지 주위에 아픈 사람이 없고 운명처럼 작품을 만나 일도 꾸준히 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지금만 같으면 좋겠어요(웃음).
designer 김영화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사진제공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완전 범죄를 계획한 남편(김강우)과 시체 보관실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죽은’ 아내(김희애) 사이에서 허술한 듯 냉철한 해결사 노릇을 하는 우중식 형사 역을 맡은 김상경은 개봉 전날인 3월 6일 기자를 만나자 이창희 감독이 수백 곡을 들어본 끝에 인트로에 삽입했다는 가수 심수봉의 히트곡 ‘젊은 태양’을 신의 한 수라며 말문을 열었다.
“스릴러물은 도입부가 중요한데 이 노래가 처음부터 영화에 빠져들게 하더라고요. 심수봉 씨의 목소리는 그로테스크한데 멜로디는 경쾌한 점도,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라는 가사도 영화 속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가사를 쓴 분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이창희 감독도 그 노랫말을 듣는 순간 ‘이거다!’ 했대요.”
영화를 위해 살을 찌웠었나요. 영화 속 모습과 많이 달라진 듯해서요.
그때보다 몸무게가 7~8kg 빠졌어요. 캐릭터에 맞게 체중을 늘렸다 줄였다 해왔어요. 1월 개봉된 ‘1급 기밀’을 찍을 때는 정갈한 외모에 살집이 별로 없는 캐릭터여서 체중 감량을 하고 좋아하는 술도 안 마셨어요. 그래서 그 영화와 ‘사라진 밤’에 함께 출연한 서현우라는 친구가 폐인으로 변한 제 모습에 한 번, 술을 못하는 줄 알았는데 술고래여서 또 한 번 크게 놀랐죠. 하하하. 영화를 찍을 땐 그 인물에 최대한 가깝게 생활해요. 심지어 촬영용 의상을 집에서도 입고 다니죠. 그 옷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요.
가족들이 매번 다른 사람과 사는 느낌이겠어요(웃음).
하하하. 이제는 아내도 그런 삶에 익숙해져 제가 덥수룩한 몰골로 다녀도 조금도 놀라지 않아요. 영화 촬영 때문에 지방에 있을 때가 많아 주말 부부 같은 느낌이 있죠.
원작 영화를 참고했나요.
잔상이 머리에 남을까 봐 일부러 안 봤어요. 원래 제 연기에 대한 모니터링도 안 해요. 마음에 쏙 들거나 너무 안 들어서, 저도 모르게 그걸 염두에 뒀다가 자기 검열을 하게 될까 봐요.
영화 ‘살인의 추억’ ‘몽타주’ ‘살인의뢰’에 이어 네번째 형사 역할을 맡았어요. 자칫 기시감이 들 수도 있는데 형사 역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배역이 어떤 직업이냐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직업이 아니라 인간을 표현하는 거니까 캐릭터는 달라야죠. 캐릭터만 다르면 같은 직업을 열 번, 백 번 해도 상관없어요.
김상경 씨가 출연하는 작품의 촬영 현장은 늘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김강우 씨와는 서먹하게 지냈다고 하던데요.
원래 극에서 대립하는 역할을 하는 배우하고는 촬영할 때 최소한만 얘기해요. 안 그러면 감정선이 흐트러져서 연기에 방해가 되더라고요. 김강우는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아하는 배우예요. 잘 생기고 매력적이지만 바람을 피우고 아내를 죽이는 남편 역할은 김강우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를 못하면 살릴 수 없는 인물이었거든요. 김희애 선배를 아내 윤설희 역으로 캐스팅한 것도 흡인력을 높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예요. 김희애 선배가 그 역을 맡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끝까지 아내가 죽었을지, 살았을지를 의심하면서 영화에 빠져들 수 있는 거거든요. 시나리오, 감독, 배우 3박자가 맞아떨어진 아주 괜찮은 작품이라고 자신합니다.
동료들에게 천생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본인도 인정하나요.
연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긴 해요. 하하하.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고2 때지만 어릴 적부터 연기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초등학교 학예회 때도 늘 연극을 하겠다고 손을 들었고요. 남들 앞에서 시선을 받는 게 좋았어요. 어릴 때 아버지가 도장에서 배운 태권도를 친척들 앞에서 해보라고 시켜도 그게 불편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다행인 건, 연기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어서 행복해요.
삶의 우선순위를 3가지만 꼽는다면요.
첫째는 가족이죠. 둘째는 제가 하는 일인 연기고요. 셋째는 잘 모르겠어요. 하하하(김상경은 2007년 5세 연하의 치과 의사 김은경 씨와 결혼해 2남을 뒀다. 첫째는 2010년, 둘째는 지난해 태어났다).
집에선 어떤 아빠인가요.
아주 평범한 아빠예요. 제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배우라는 게 아이들에겐 불편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려고 해요. 육아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 콜도 많이 받았는데 모두 사양했죠.
그동안 세종대왕, 검사, 변호사, 의사, 형사, 시민군 등 정의로운 역할을 주로 맡았어요. 실제로도 정의파인가요.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대학(중앙대) 후배인 김강우가 한 인터뷰에서 연극영화과가 예전에는 규율이 엄격했는데 저희 기수에서 후배들을 강압적으로 길들이던 관행을 없앴다고 말했더군요. 그 일화가 답이 될 것 같네요(웃음).
예전부터 시사 프로그램 진행 제의를 자주 받았다고 들었어요. 좋은 진행자가 될 것 같아요.
2014년 KBS에서 방영된 ‘공소시효’라는 파일럿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원래 작가가 써준 대로 읽는 스타일이 아니고 편하게 진행하고 싶어 시청자의 눈으로 질문을 제가 직접 만들었는데 공부할 게 너무 많더라고요. 지금은 연기에 충실할 때라고 생각해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주연에서 한발 물러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연기관이랄까요. 어떤 철학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화려한 역할보다 일반 사람으로 쓰임새가 있는 배우, 누구나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친근한 배우이고 싶어요. 친근함이 제 강점이고 그래서 드라마도 넘나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대로 잘 늙어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주말드라마에서 아빠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생각하는 아빠 모습을 가진 이순재, 김영철 선배님처럼요.
나이를 먹는 게 두렵지 않나요.
배우에게 주름살은 아름드리 나무에 새겨진 나이테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걸 무서워하지 않고, 그런 나이테가 새겨지는 걸 훈장처럼 여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계획은요.
이번 영화가 입소문이 나 롱런하면 좋겠고, 또 다른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친근한 아빠, 다정한 남편이 되는 거고요. 사실 저는 복 받은 놈이에요. 지금까지 주위에 아픈 사람이 없고 운명처럼 작품을 만나 일도 꾸준히 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지금만 같으면 좋겠어요(웃음).
designer 김영화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사진제공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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