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자리했지만 자연을 곁에 두고 싶어 대나무 울타리와, 큰 화로, 장독대로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식사 전에 효류정에 마주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 왼쪽부터 효재, 카를로스 고리토, 왕심린, 니클라스 클라분데.
“나훈아 씨가 이사 선물을 한다며 필요한 것 하나 사라고 하기에 냉큼 저 테이블을 구입했어요. 제가 내숭이 없어서 괜찮다는 말 못 하고 진짜 필요한 걸 샀죠.” 집을 방문한 나훈아는 자신이 선물한 테이블이 있는 정원에 ‘물이 흐르는 효재의 정원, 이라는 뜻의 ‘효류정’ 으로 이름을 짓고 현판 글씨까지 직접 써 걸어주었다.
새 집을 꾸미는 즐거움
움푹한 곳에 물을 채운 돌떡판과, 수집하는 소반으로 꾸민 다실.
글로벌 이모의 특별한 집들이
굴 파티를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왼쪽부터 카를로스 고리토, 왕심린, 니클라스 클라분데, 효재.
성북동 집 4층에 있던 피아노. 피아니스트인 남편 임동창 선생이 마흔 넘어 할부로 처음 산 보물이라 함께한다.
집들이에 초대된 손님은 예능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독일출신 니클라스 클라분데와 브라질 출신 카를로스 고리토, 중국에서 온 왕심린.
“시작은 니클라스 클라분데(이하 닉)예요. ‘여성동아’와 함께 2017년 1년 동안 한국의 아름다운 둘레길을 소개했는데, 초여름 게스트로 참석한 닉과 함께 진천에서 촬영하면서 친해졌죠.”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효류정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집들이 홈 파티를 시작했다.
“효재 선생님을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이에요. 한복을 만든다고 해서 집을 어떻게 꾸미셨을지 무척 궁금했어요. 이렇게 물이 졸졸 흐르는 테이블도, 대나무로 꾸민 정원도 정말 신기해요(왕심린).”
함께 촬영을 하면서 있었던 추억을 더듬기도 하고, 집을 장식한 소품과 가구에 담긴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
“타국에 와서 좋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많은 일들이 있을 텐데 열심히사는 모습이 정말 예쁘니까 잘해주고 싶어요. 한국에 있는 동안 나를 이모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효재는 이곳이 한국을 찾는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이모네 집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들이 메인 메뉴는 태안에서 온 명품 굴. 아일랜드 테이블에 굵은소금을 넉넉하게 깔고 먹음직스러운 굴을 올린 뒤 솔잎으로 장식하면 멋스러운 상차림이 완성된다.
“생굴은 그냥 먹으면 짜서 많이 먹을 수가 없어요. 굴은 쪄서 먹고, 굴 뚜껑을 술잔 삼아 술을 마시면 바다 향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어요.”
요리 설명을 들으면 손님도 주인도 자연스럽게 상차림에 끼어들고, 음식은 군침이 돌 만큼 맛있어진다.
“매년 겨울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해 굴 파티를 하는데, 직접 꾸민 새 집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니 그 맛이 남다르네요. 우리 집은 항상 손님들로 북적여요. 경희궁 효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셔서 반들반들, 반짝반짝한 문지방을 보면 행복할 거 같아요.”
photographer 홍태식
designer 이지은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