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허리에 통증이? 척추는 이미 병들기 시작했다!”비수술 척추 치료 권위자 이동엽 참포도나무병원장

송화선 기자

2023. 03. 08

늘 머리가 무겁다. 힘 좀 쓰고 나면 온몸이 쑤신다. 어떤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나지 않는다. 실제 나이보다 10년은 더 들어 보이는 것 같다…. 지금 이런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면, 당장 자세부터 돌아볼 일이다. 구부정한 척추를 바로 세우기만 해도 건강과 미모가 따라온다고 말하는 신경외과 전문의 이동엽 원장을 만났다.



최근 서점가에 ‘이동엽 원장의 자세혁명’(이하 ‘자세혁명’)이라는 책이 등장했다. “자세를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표지 문구가 시선을 붙든다. 척추·관절 통증을 치료하는 참포도나무병원을 운영하는 저자는 “디스크 질환 가운데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5%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나머지 95%는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책장을 넘기니 “평소 자세만 고쳐도 척추질환을 상당 부분 예방 또는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바른 자세’ 취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사진이 가득하다. “이런 책을 내면 병원에 오는 환자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동엽 원장을 만나 직접 물었다. 그는 껄껄 웃으며 “그렇다고 환자한테 도움이 될 정보를 알려드리지 않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자세를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

척추 건강의 기본은 ‘바른 자세’와 ‘좋은 생활습관’이라고 말하는 이동엽 참포도나무병원장(오른쪽)과 저서 ‘이동엽 원장의 자세혁명’.

척추 건강의 기본은 ‘바른 자세’와 ‘좋은 생활습관’이라고 말하는 이동엽 참포도나무병원장(오른쪽)과 저서 ‘이동엽 원장의 자세혁명’.

2021년 우리나라 신경외과 전문의 가운데 최초로 생활습관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척추질환 치료뿐 아니라 예방에도 관심이 크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척추 건강은 성장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많은 분이 평소 척추의 중요성을 잊고 살아요. 심한 통증이 찾아오거나 일상에 불편이 생긴 뒤에야 비로소 잘못을 깨닫고 후회하시죠. 저는 그러기 전, 즉 환자가 되기 전에 미리미리 좋은 자세와 생활 습관을 유지해 질환을 예방하시라고 늘 말씀드립니다. 이 부분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싶어 생활습관의학 전문의 자격도 취득했어요. 신경외과 전문의와 생활습관의학 전문의는 의사로서 제가 가진 2개의 날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척추질환이 생긴 뒤에도 자세 및 생활 습관 교정이 치료에 도움이 될까요.

물론입니다. 제 환자 사례를 하나 말씀드릴게요. 5년 전쯤, 전남 완도 전복 양식장에서 일하는 30대 후반 남성이 병원에 오셨습니다. 디스크가 터져 마비가 시작된 상태였어요. 딱 봐도 건강이 안 좋은 것 같더군요. 비만 체형에 술·담배를 다 하시고, 당뇨까지 갖고 계셨어요. 처음엔 바로 응급수술을 해야 하나 생각했죠. 그런데 디스크 상태를 보니 아직 재활치료의 골든타임이 남아 있었어요. 제가 “생활 습관 개선으로 수술 없이 한번 치료해봅시다” 했죠. 다행히 환자가 제 조언을 잘 듣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셨어요. 1년 만에 체중이 12~13kg 줄고, 디스크도 치료됐습니다.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자세 교정에 힘쓰면 이런 드라마틱한 변화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주위를 보면 목이나 허리가 좀 불편해도 “병원 가면 수술하라고 권할까 봐 못 가겠다”고 참는 분이 제법 많아요.

그런 말씀을 들으면 참 안타깝죠. 한때 우리나라에서 척추 수술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건 사실입니다. 허리가 불편해 병원에 가면 수술 권유를 받는 경우가 많았고, 수술 과정에서 주변 조직이나 근육까지 손상돼 불편을 겪는 일도 있었던 걸로 알아요. 특정 의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당시 의료 트렌드와 의료 기술이 그랬던 겁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크게 달라졌어요. 의학 논문에 ‘살 많이 벌리고 못 많이 박는 수술은 경과가 좋지 않다’는 내용이 다 나옵니다. 이제는 상당수 의사가 비수술적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수술이나 시술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현미경·내시경·내비게이션 등 첨단 도구를 활용해 신체 손상을 최소화합니다. ‘수술하라고 할까 무섭다’는 생각에 통증을 참으시면 절대 안 된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세혁명’을 보니 “통증은 내 몸이 지르는 비명”이라는 말씀까지 하셨더군요.

네. 통증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보통 환자들은 급성통증만 신경을 써요. 날카로운 통증이 갑자기 확 찾아오면 병원에 가든 약을 먹든 개선 방법을 찾는 거죠. 그러나 만성통증도 절대 소홀하면 안 됩니다. 몸 어딘가가 늘 쑤시는 거, 견딜 만한데 불편한 거 있잖아요. 이런 통증이 만성화하면 감각 이상을 동반하게 됩니다. 저리고, 땅기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러다 나중엔 기능이 떨어져요. 아프지는 않은데 걸음이 휘청휘청해지는 식이죠. 이렇게 골든타임을 다 허비하고 나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게 됩니다. 저는 통증은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몸 어느 부위에서든 통증이 느껴지면 사소하게 여기지 마세요. 통증이 한 달 이상 이어진다? 그건 반드시 원인을 찾아 개선해야 할 일입니다. 잘못된 자세나 생활 습관이 원인일 경우가 많은데, 그것만 바로잡아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소파 치우고 요가 매트, 건강과 행복의 지름길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 가운데 “척추 건강을 지키려면 이것만큼은 절대 하면 안 된다”라고 조언해주실 만한 게 있나요,

목에 안 좋은 행동 하나, 허리에 안 좋은 행동 하나를 각각 말씀드릴게요. 먼저 목 건강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건 소파 팔걸이에 머리를 얹는 행동입니다. 그 상태로 자거나 TV를 보는 습관이 있다면, 목 디스크로 가는 최단 지름길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어요.

허리에 치명적인 자세는 오랫동안 쪼그려 앉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호미질, 모내기, 김장 등의 행동을 반복하면 허리에 큰 손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요즘 청소년기에도 척추질환이 잘 나타나는데, 한 자세로 계속 공부만 해서 그래요. 수시로 일어나고, 자세를 바로잡아줘야 합니다. 서서 책을 보거나, 혹은 트레드밀 위를 걸으면서 태블릿을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다양한 학습 자세를 취하는 게 좋습니다.

이번에는 바른 자세를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법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이것만큼은 꼭 하라”고 추천하실 만한 운동이 있다면요.

서서하는 운동, 누워서 하는 운동을 각각 하나씩 말씀드릴게요. 먼저 바르게 선 뒤 양손을 머리 뒤에서 마주 잡고 가슴을 쭉 폅니다. 그럼 허리가 바로 펴져요. 이 상태에서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스트레칭하세요.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배를 집어넣고, 항문을 조여야 한다는 겁니다. 양손 머리 뒤, 고개 들고, 가슴 펴고, 배 넣고, 항문 조이고, 스트레칭. 간단하죠? 이걸 꾸준히 하시면 등과 척추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척주기립근이 바로 서고 정상 커브가 만들어지죠.

이번엔 누워서 하는 운동법이에요. 바닥에 엎드려 양쪽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뒤 머리를 드세요. 일명 ‘슈퍼맨 날아가는 자세’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시선입니다. 아래를 보면 안 돼요. 앞쪽 45도 각도를 보면서 배 집어넣고 항문을 조이세요. 이 동작은 맨바닥에서 못 합니다. 매트를 사셔야죠. 요즘 요가 매트 많이 판매하지 않습니까. 좀 두껍고 넓은 종류를 골라 꼭 사세요. 2개 사셔서 부부가 같이, 또는 자녀와 함께 매일 하시는 걸 권합니다. 이거 열심히 하면 병원 올 일 없으실 겁니다. 제가 병원 문 닫을 위험을 감수하고 말씀드리는 거예요(웃음). 팔걸이 높은 소파 치우고, 그 자리에 매트를 깔아두세요. 수시로 운동하면 자세가 올발라지고, 허리가 건강해지며, 삶 전체에 활력이 생길 겁니다. 이게 바로 제가 바라는 ‘자세혁명’입니다.

#척추건강 #디스크치료 #자세혁명 #이동엽원장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