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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응답하지 않아도 좋아, 류준열

editor 김지영 기자

2016. 08. 26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데뷔 1년 만에 스타가 됐고, 올 들어 벌써 6편의 출연작을 선보인 ‘욕심 많은’ 배우 류준열. 배우로서 평범한 조건을 비범함으로 만든 그의 ‘건강함’에 대하여.

류준열(30)을 만난 건 7월 21일,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가 종영된 지 일주일 뒤였다. 방영 초반의 높은 기대와 달리  이 드라마는 시청률 10.3%로 막을 내렸지만 류준열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한 작품에서 너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 다음 작품을 망치기 십상인데, 류준열은 자신의 인생작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응팔〉)보다 〈운빨로맨스〉로 더 좋은 반응을 얻어 일종의 ‘차기작 징크스’인 “〈응팔〉의 저주를 풀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지금은 얼굴이 명함일 정도로 유명하지만 2014년 단편 영화 〈미드나잇 썬〉으로 데뷔하기 전까지 그는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꾸리던 배우 지망생이었다. 그 시간을 견디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겠지만 오랫동안 알바의 세계에서 쌓은 사회 경험이 그의 연기 내공에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난해 영화 〈소셜포비아〉와 드라마 〈응팔〉에서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비중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 중이다. 〈운빨로맨스〉와 영화 〈로봇, 소리〉 〈섬. 사라진 사람들〉 〈글로리데이〉 〈계춘할망〉  〈양치기들〉까지 올해만 벌써 6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올겨울엔 조인성,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 영화 〈더 킹〉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운빨로맨스〉를 끝낸 뒤에도 곧바로 송강호, 유해진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에 들어가 숨 돌릴 겨를이 없는 상황. 그런 그가 어렵게 시간을 내 인터뷰에 응했다.


▼ 〈응팔〉의 저주를 풀었다고들 하더군요.  




고맙습니다. 저주를 풀고 말고를 떠나 〈응팔〉은 제가 연기하는 데 큰 힘이 됐고 많은 사랑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 소중한 작품이에요. 먼 훗날 대중이 기억하는 류준열의 대표작이 〈응팔〉뿐이라 해도 행복할 것 같아요.

▼ 〈응팔〉 작가와의 불화설이 있었어요 사실인가요?  

전혀 아닙니다. 작가님과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요. 〈응팔〉 끝나고 푸껫 여행 가서 만났을 때도 저한테 무척 고마워하셨어요. 캐릭터를 너무 잘 표현해줬다면서요(웃음).

▼ 〈운빨로맨스〉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에서 시작한 소위 ‘츤데레’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도 있어요.

제가 맡았던 제수호라는 인물은 츤데레의 매력을 타고난 캐릭터는 아니에요. 원래 무뚝뚝하고 로봇 같은 친구인데 심보늬(황정음)를 만나면서 따뜻하게 바뀐 거죠.

▼ 제수호와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였다고 생각하나요.

어떤 배역이 주어지면 저와 같은 부분을 찾아 집어넣어요. 제수호에게서도 순간순간 준열이의 모습이 나왔어요. 거침없이 표현하거나 행복해할 때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랄까. 그런 모습을 표현할 때는 연기하기가 편했어요. 또 제가 애교 많은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수호로 살다 보니 애교 부리는 것도 할 만하더라고요(웃음).

▼ 상대역인 황정음과 키스 신이 많았는데 어떤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서로 어떻게 하면 더욱 달달하게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대화를 사전에 많이 나눴어요. 서로 하모니를 이루기 위한 가장 예민한 신일 수 있는데 누나가 베테랑다운 모습으로 잘 리드해주셨어요. 그런 데서 저를 배려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죠.



▼ 〈응팔〉 성덕선과 〈운빨〉 심보늬 중 누구에게 더 끌리나요.

덕선이에게는 친구나 가족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요. 그런 우직하고 따뜻한 면이 매력적이었죠. 또 심보늬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견뎌내는데, 그런 인내심과 운명을 이기려는 노력이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둘 다 매력이 있어요.   

▼ 제수호처럼 사랑에 직진하는 타입인가요.

직진한다기보다 사랑하는 걸 숨기지 않죠. 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편이고, 밀당 같은 건 안 해요. 근데 연애한 지가 워낙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 극에선 알코올만 들어가면 취하던데 실제 주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잘 몰라요. 실제로도 술을 못 마셔요. 소주 한 잔 마시고 사경을 헤맬 정도는 아니지만요. 술 자체보다 술자리를 즐겨요. 사람들과 만나 도란도란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축구광이어서 축구로 풀어요. 액티브한 활동을 좋아해서 친구들 만나 운동하고 수다 떨고 게임 하고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 극에서 소년 제수호는 물과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을 무서워하는 천재였는데, 소년 류준열은 어떤 아이였나요.

수호처럼 트라우마가 있지는 않았어요. 굉장히 까불까불하고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아이였어요.

▼ 청소년기에는 어땠나요.

남들 공부할 때 공부하고, 남들 놀 때 노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범생이’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 안 가면 안 되고, 수업 시간에 졸면 안 되고 선생님 어려워 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거든요.

▼ 원래 꿈이 배우였나요.

어릴 적 꿈은 선생님이었는데 워낙 영화를 좋아해서 고등학교 시절 배우를 꿈꾸게 되었고 방송 드라마도 많이 찾아보면서 연기자의 길로 자연스럽게 들어섰어요. 그런 제 선택과 결정을 의심한 적은 없어요.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에는 늘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어요.



▼ 배우의 꿈을 키우며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들었어요.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요즘은 새로운 얼굴들과 만남을 이어가면서 제가 가졌던 작은 편견들을 깨나가고 있어요.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많은 사람을 접했지만 그들과는 감정을 주고받은 적이 없어서 첫인상으로 사람을 평가했거든요. 그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요즘 새삼 느끼고 있어요.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건 살면서 늘 경계해야 할 일이죠.

▼ 그래도 배우는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직업이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외모에 크게 관심을 두는 편이 아니에요. 제가 맡은 인물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려낼 수 있을지 고민하지 겉모습은 신경 쓰지 않아요. 많은 평범한 남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감사하죠.

▼ 피부가 깨끗한데 따로 관리하고 있나요.

피부과를 다니며 관리하는 건 아니고 몸에 좋지 않은 건 잘 안 해요. 담배와 술, 둘 다 몸에서 받지 않더라고요. 항상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나 싶어요.

▼ 앞으로 어떤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나요.

개인적으로 도전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지만 연기에는 도전이라는 말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배우는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니 어떤 역이든 소화해내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캐릭터 욕심은 없어요. 그저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으로 족해요.

▼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 돼 있을까요.

지금처럼 인터뷰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10년 후에는 제가 많이 바뀌어 있을 것 같아요. 뚜렷하게 그려지진 않지만, 그때는 주변을 돌아보고 지금보다 더 어른스러워지길 바라요. 제 롤 모델은 작품 활동을 오래 하고 계신 배우들이에요. 그분들을 계속 찾는 이유가 있거든요. 저도 그분들처럼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 현재 〈택시운전사〉를 같이 찍고 있는 송강호 씨도 대표적인 롱런 배우인데, 그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이야기예요. 저는 광주에서 나고 자란 대학생, 송강호 선배님은 광주의 택시 운전사로 출연하죠. 선배님을 보고 있으면 너무 경이로워요. 선배님은 굉장히 여유 있고 편하게 영화를 찍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 신, 한 컷을 찍을 때마다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하시더라고요. 선배님과 함께한다는 그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숨 쉬는 것에서조차 배울 게 있죠.


스타이기보다 견고한 배우이기를 소망하며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배우려는 자세로 연기갈증을 채워가고 있는 그를 대하노라니, 인터뷰 말미 “건강한 청년이네요!”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도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화답했다.

“건강하다는 말 무척 좋아해요. 배우로서든, 한 사람으로서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궁극의 소망이자 목표입니다(웃음).”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 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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