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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NTERTAINER

just ERIC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제공 · E&J 엔터테인먼트 | 장소 협조 · 바르도 청담 | 디자인 · 박경옥

2016. 07. 27

그룹 ‘신화’ 팬들은 말한다. 에릭이 리더여서 다행이라고. 드라마 〈또 오해영〉의 음향실 식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평생 실제로도 ‘에릭바라기’를 할 거라고. 화면 속 ‘심쿵남’ 박도경보다 실제 모습이 더 따뜻하고 매력적인, 그래서 꼭 만나고 싶었던 에릭에게 말 걸기.

에릭(37·본명 문정혁)이 드라마 〈또 오해영〉을 만나기 전까지 그의 대표작은 〈불새〉(2004)였다. 이 드라마에서 연상의 돌싱 헬퍼(고 이은주)에게 열렬히 구애하는 재벌 2세 순정남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소화한 에릭은 그룹 ‘신화’의 리더가 아닌 배우로서도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이쯤 되면 어깨와 목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 ‘스타병’에 걸리기 마련이지만 그는 예외라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그 무렵 배우 신은경의 아들 돌잔치가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려 많은 연예인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안면이 있는 톱스타 A에게 다가가 덕담 한마디를 청하자 카메라를 의식한 듯 계속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참으로 당혹스럽던 그때, 옆에 있던 훈훈한 외모의 스타가 “제가 대신하면 안 될까요?” 라고 말했다. 바로 에릭이다.

당시 에릭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에 대한 고마움을 언젠가 전하리라 다짐했는데 그러기까지 꼭 11년이 걸렸다. 지난 6월 30일, 〈또 오해영〉 촬영을 마친 그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는데, 그는 그때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되레 “잘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왜 그랬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만 모르는 답은 인터뷰 안에 있다. 다음은 그와 주고받은 일문일답.



‘그냥 오해영’보다 ‘예쁜 오해영’처럼 말하는 여자가 좋아   

▼ 〈또 오해영〉을 끝낸 기분이 어떤가요.



아쉬워요. 좀 더 했으면 좋겠어요. 100부까지요. 극 중 등장인물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특히 임신한 수경(예지원)과 아이 아빠가 된 진상(김지석) 커플요.

▼ 6월 28일에 진행한 프리 허그(시청률 5% 공약) 행사도 반응이 뜨거웠죠?


여성 팬들이 많이 오셨더라고요. 마지막에 남자 3명이 무대에 올라왔는데 당연히 서현진 씨나 전혜빈 씨를 보러 왔거니 했어요. 근데 김지석 씨와 허그를 하는 거예요. 지석 씨가 막춤 추는 걸 보고 반했대요. 하하하.

▼ 드라마가 성공한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팀워크요.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막내 스태프까지 으샤으샤 하면서 재미를 살리려고 노력했거든요. 저희끼리 서로 독려하고 응원하면서 촬영에 활기를 불어넣었는데, 그런 기운이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져 좋은 반응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러브 라인의 상대였던 서현진 씨와의 케미가 너무 좋아서 둘이 사귀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났어요.


실제로 호흡이 정말 잘 맞았어요. 제가 원래 쫑파티를 할 때쯤에야 여배우를 편하게 대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서현진 씨도 작품이 끝나갈 때 친해지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신기한 건 그런 두 사람이 만났는데 의외로 빨리 친해졌어요. 드라마 초반부터 무리해서 친해지려고 억지로 노력한 것도 아닌데 둘 다 자기 캐릭터에 많이 빠져 있다 보니, 박도경(에릭)의 옆집으로 그냥 오해영(서현진)이 이사 오면서 드라마처럼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 만약 박도경의 처지가 된다면 그냥 오해영과 예쁜 오해영(전혜빈) 중 누구를 잡을 건가요.

그냥 오해영요. 예쁜 오해영처럼 결혼을 파투내고 도망간 여자와는 다시 잘되기가 힘들 것 같아요. 저뿐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상처를 준 셈이니까요.

▼ 이상형이 있나요.

말투가 다정하고 예쁜 사람이 좋아요. 말을 세게 하는 여자는 별로예요. 일단 확실한 건 그냥 오해영은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굳이 꼽자면 예쁜 오해영이 더 이상형에 가깝죠. 말투가 착하잖아요.

▼ 최고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4회에 나온, 현진 씨가 날아서 제 품에 안기는 신요. 처음에는 벽 키스 신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이 더 임팩트가 있더라고요. 사실 그 장면은 현진 씨가 와이어에 오래 매달려 있다가 찍어서 잘못하면 망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날아오는 움직임을 슬로비디오로 느리게 하고 음악을 얹으니까 그림이 되더라고요.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채워주는 느낌이랄까요. 대본과 배우와 영상과 음악이 가장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장면이죠. 그 신이 나간 다음에 저희끼리 조심스럽게 대박을 점쳤죠(웃음).



마음 터놓을 상대는 신화 멤버들뿐

▼ 극에서 맡은 박도경이라는 인물을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나요.

도경이는 어릴 때부터 상처를 많이 받고 자라 상심하거나 버림받는 데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에요. 어릴 적 음향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산에 갔다가 벼랑으로 떨어진 아버지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아 트라우마가 생겼죠. 그런데 커서도 결혼을 약속한 여자한테 버림받아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해요. 저도 연예계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봐서 그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함께 일하던 매니저나 동료가 친해질 만하면 다른 회사로 가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거든요. 결국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은 ‘신화’ 멤버들밖에 없더군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굳이 친해지려고 애쓰지도, 깊은 얘기를 나누려고도 하지 않아요. 그런 부분이 도경이와 맞닿은 지점이죠.

▼ 지금도 캐릭터에 빠져 있나요.

캐릭터에 빠져 있다기보다 그냥 드라마가 안 끝나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작품을 함께한 사람들 그리고, 이 드라마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게 아쉬워요. 사실 작품이 끝나고 나면 아무리 사이가 좋았어도, 자주 보자고 말은 했어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어제 쫑파티에서도 다들 많이 아쉬워하며 다음 작품을 빨리 못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동안 여러 작품을 했지만 이번처럼 배우들과 합이 잘 맞고 촬영 현장이 좋았던 적은 없어요. 현장에서 사고 한번 없이 웃으며 일하고 뜨거운 반응까지 얻었으니까요. 배우로서 평생 잊지 못할 인생작이죠.

▼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박도경에 매료된 이유가 뭘까요.


그동안 바람둥이나 여자를 유혹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캐릭터를 많이 했지만 그런 인물들을 멋있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근데 도경이는 제가 보기에도 멋있는 남자예요. 겉모습은 무심해 보여도 사랑하는 여자를 티내지 않고 계속 챙겨주거든요. 그런 ‘츤데레’ 매력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 만약 ‘신화’ 멤버들을 〈또 오해영〉에 마음대로 캐스팅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그냥 오해영’ 역은 제가 맡고, 박도경 역은 막내인 앤디에게 주고 싶어요. 앤디는 귀엽기 때문에 뭐든 좋은 게 있으면 다 주고 싶어요(웃음).

▼ 데뷔 후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나요.

‘신화’ 멤버들이 군 복무를 했을 때요. 멤버가 하나 둘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우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뭔가 하려고 해도 흐지부지됐어요. 원래 있던 소속사에서 나와 저희끼리 회사를 꾸리고 앨범을 만들려고 했는데, ‘신화’라는 이름을 쓰는 데 제약이 있었어요. 그때는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지, 잘된다는 보장도 없었고요. 대중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었는데 팬들과 한 약속 때문에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멤버들이 군대 가기 전 마련한 신화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4년 후 다시 만나자’고 했거든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두 열심히 노력했고, 고맙게도 팬들 역시 저희를 기다려줬죠.

▼ 리더여서 다른 멤버들보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아요.  

제 포지션이 리더일 뿐, 저희는 모두 각자 위치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제가 아마 다른 걸 잘했다면 다른 걸 했을 거예요. 저마다 목표가 있고 약속한 건 꼭 지키자는 주의예요. 만약 목표가 신화라는 그룹을 이어가는 것이면 그걸 위해 최선을 다하죠.



서현진, 한지민과 한 번 더 ‘로코’ 하고 싶어

▼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연말에 ‘신화’의 13번째 앨범을 낼 계획이에요. 내년 3월에는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이어갈 예정이고요.

▼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보여준 에릭 씨의 연기가 좋다는 사람이 많아요. 다시 그런 액션 느와르에 도전해보는 건 어때요.

그 캐릭터를 저도 무척 좋아하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을 것 같아요. 주된 활동 무대가 TV인데, 한국 드라마 제작 여건상 액션 느와르는 찍기가 힘들거든요. 앞으로도 저는 감성에 호소하는 로맨틱 코미디를 계속하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서현진 씨, 한지민 씨와 한 번 더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 이것만은 꼭 이뤄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나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도경이와 두 해영이뿐 아니라 수경, 진상, 안나, 음향 녹음실 ‘폴리’ 식구들까지 골고루 사랑을 받았어요. 한가족 같았던 그분들이 다른 작품에서도 지금처럼 계속 많은 사랑을 받고 잘되면 좋겠어요. 사실 연예계에서 활동하면서, 좀 까칠하고 도도하고 안하무인인 성격이 일하기가 수월한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착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들은 자기 어필을 잘 못 해서 주목받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근데 〈또 오해영〉을 통해 그런 사람들이 주목받고 있으니 더 응원하고 싶어요. 아무리 연기를 잘하고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도 실제 모습이 실망스러운 사람은 응원하기 싫어지는데, 좋은 사람들이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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