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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다니엘’ 말고 배우 조태관으로 신고합니다!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조영철 기자 | 디자인 · 최정미 장소 협조 · 라쏨(02-517-0078)

2016. 05. 03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처럼 말투가 어눌하냐고? 아니다. 극 중 다니엘처럼 뭐든 척척 잘 고치냐고?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니엘처럼 오래 외국에서 살았고, 좋은 연기자를 향한 마음도 좋은 의사를 꿈꾸는 다니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가수 조하문의 꽃미남 아들이 아닌 배우 조태관으로 써 내려간 따끈따끈한 ‘자기소개서’.

이국적인 얼굴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애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훈남’이 있다. 출연하는 분량은 많지 않아도 그때마다 훈훈한 여운을 남긴 신인 배우 조태관(30)이 바로 그다. 우르크에서 재난구호 의사로 활동하는 다니엘 역을 맡은 그는 위험 지역에 가장 먼저 들어가 도움이 필요한 부상자들을 세심하게 보살피는가 하면, 망가진 자동차 수리까지 척척 해낸다. 이렇듯 온화함과 남성미를 모두 갖춘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화창한 봄날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테리아에서 만난 그는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물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인기가 있나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를 알아보고 사진 같이 찍자는 분은 많아졌어요. 식당 가면 밥도 더 퍼주시는 것 같고(웃음).”

〈태양의 후예〉에 출연하기 전인 2014년, Mnet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6〉(이하 〈슈스케〉)로 먼저 얼굴이 알려졌다. 당시 조태관은 이 프로그램에서 가수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열창해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아버지가 ‘이 밤을 다시 한 번’ 등 많은 주옥같은 노래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미남 가수 조하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연예계 데뷔로 인해 목회자의 길을 가고 있는 아버지에게 누가 될까 걱정하며 “누구의 아들이 아닌 배우 조태관으로만 봐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가 들려준 많은 이야기들을 ‘자기소개서’로 재구성했다.





#출연 동기 & 촬영 후기

싱크로율 높았던 ‘다니엘’ 덕분에 오랜 꿈 이뤄



〈태양의 후예〉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조태관입니다. 이 드라마의 시청자들에겐 ‘다니엘’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할 거예요. 감독님과 조감독님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온 건 지난해 초 SNS를 통해서였어요. 첫 만남에서 감독님은 저와 비슷한 캐릭터의 등장인물로 캐스팅하고 싶으니 오디션을 보면 좋겠다면서 ‘쪽대본’을 주셨죠. 이후 여러 번의 오디션을 치르고 다니엘 역에 캐스팅됐어요.

김은숙 작가님은 제게 “외국인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이 묻어난다”며 “그런 느낌을 잘 살려 경직된 분위기에서도 부드러운 매력을 발산하면 좋겠다”고 주문하셨어요. 김원석 작가님은 “재난 현장에 뛰어들어 슈바이처의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의사들처럼 따뜻하고 헌신적인 매력을 풍기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그래서 한국어가 서툰 사람처럼 보이도록 말도 어눌하게 하고 발음도 굴리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는데, 사실 저도 다니엘처럼 해외 여기저기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한국에서는 그걸 ‘역마살’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다니엘처럼 TV부터 셋톱 박스, 심지어 자동차까지 망가진 것이면 무엇이든 척척 고치는 재주는 없답니다(웃음).

〈태양의 후예〉를 찍으며 배운 게 참 많아요. 연기 경험이 없어 촬영에 들어가기 전 연기 지도를 받았는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게 더 많았어요. 함께 연기한 동료들도 그런 의미에서 제게 좋은 선생님이자 친구가 돼줬어요. 박훈(최 중사) 형과 진구 형은 고맙게도 농구 하자, 밥 먹자 하며 먼저 다가와줘서 가깝게 지냈죠. 외국인 배우들과도 친했고요.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많이 받은 칭찬 중 하나가 상대 배우였던 전수진 씨와의 ‘케미’가 좋다는 평이었는데, 현장에서도 호흡이 잘 맞는 콤비였어요. 그분은 최연소 간호사인 고려인 리예화 역을 맡았는데, 성격이 털털하고 연기도 참 잘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고려시대 사람을 고려인이라고 하는 줄 알고 ‘어떻게 고려인이 지금까지 살아 있지?’ 그랬다니까요(웃음). 고려인 말투를 쓰는 여자와 영혼이 자유로운 남자가 연인으로 만나니 그 자체로 이색적이고 재미있었어요. 마치 강아지와 고양이가 커플이 된 느낌이랄까요.

현실에서 사랑할 때는, 연애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타입인 것 같아요. 상대가 제 이상형인지를 한두 번 보면 알겠더라고요. 제 이상형은 물론 성격 좋고 예쁜 여자예요. 하지만 그건 너무 식상한 표현이고요. 제 가족들은 물론이고 친구들과도 잘 융화되는 사람, 저한테 잘해주고 저만 바라보는 사람, 화를 삭일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 좋아요. 여자 친구가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사랑의 힘으로 참는 걸 보면 안아주고 싶더라고요(웃음).  


#성장 과정

럭비와 밴드, 모델 활동 즐긴 자유로운 영혼

다니엘처럼 저도 외국에서 오래 살았어요. 저희 가족이 지낸 곳은 캐나다예요.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제가 먼저 캐나다로 유학을 갔고, 몇 년 후 저희 가족도 뒤따라왔어요. 캐나다는 교육열이 한국처럼 뜨겁지 않기 때문에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공부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거의 없어요.

중학교 때는 공부보다 운동에 빠져 있었어요. 그때 사춘기를 맞아 부정적인 에너지와 긍정적인 에너지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 넘쳐 그걸 온전히 럭비에 쏟아부었거든요. 그래서 중학교 동창들은 왜 이렇게 얌전해졌느냐고 하죠(웃음).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학업에 열중했어요. 캐나다에서는 시험문제가 교과서에서 다 나오기 때문에 그것만 열심히 공부하면 됐어요. 당시 취미로 밴드 활동을 했는데, 그 영상이 유튜브에서 떠돌다 〈슈스케〉 작가님의 눈에 띄어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거예요. 제 SNS로 작가님이 ‘오디션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셨더라고요.

가수가 되고 싶어서 그 프로그램에 나간 건 아니에요. 제 꿈은 원래 배우였어요. 토론토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시절 연기 학원을 다니며 오디션을 꾸준히 봤어요. 2007년부터 캐나다에서 광고 모델로 활동한 것도 연기할 기회를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어요. 대신 2007년 GE 가전제품 광고를 시작으로 2011년 워터파크 워터큐브 광고를 찍었고 뮤직비디오에도 몇 번 출연했어요.

제가 연기자를 꿈꾼 건 연기가 작가의 글을 재해석해 몸과 마음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이에요. 대학에서 광고브랜딩을 복수 전공한 것도 광고가 아이디어를 재해석해 영상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서고요. 연기와 광고는 카메라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도 닮았어요. 그동안 광고회사에 다니며 카메라 뒤에서 아트 디렉터로서 광고를 만들어왔는데, 〈태양의 후예〉 출연을 계기로 앞으로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게 돼 설레고 기대돼요.    

부모님은 제가 배우가 된 걸 환영하시진 않아요.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자신들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쪽 일이 힘들다는 걸 너무도 잘 아시니까요. 제 연기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으세요. 〈태양의 후예〉를 챙겨 볼 겨를도 없을 만큼 많이 바쁘시기도 하고요.

부모님은 2011년 한국으로 돌아오셨어요. 저는 그해부터 2014년까지 영국 팰스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는데, 지금은 저도 한국에 들어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요.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싶어서요. 부모님은 현재 잘 지내세요. 아버지는 20년 전부터 목회자로 살고 계세요. 아버지는 경건하고 조용하게 목회 활동을 하시는데, 저는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배우가 돼서 본의 아니게 불효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배우가 된 걸 후회하진 않아요. 편안함을 추구하기보다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즐기는데, 연기를 하면서 그런 것들이 좋은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미래

영화 〈타짜〉의 아귀 같은 역 해보고 싶어



제 롤 모델은 할리우드 배우 덴젤 워싱턴과 조니 뎁이에요. 덴젤 워싱턴이 출연한 작품을 빼놓지 않고 챙겨 볼 정도로 그의 연기 스타일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도 좋아해요. 조니 뎁은 잘생긴 외모를 드러내기보다 개성 있는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찾아서 연기하고, 같은 캐릭터라도 자신의 색깔을 입혀 새롭게 표현하는 점이 존경스럽고 무척 멋져 보여요.  

아직은 배우는 단계니까 광고나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제게 기회를 주는 일을 즐기고 싶어요. 배역의 비중에도 괘념치 않고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데, 굳이 꼭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을 말해야 한다면 ‘비중이 작더라도 존재감이 강한 캐릭터’라고 답하고 싶어요. 영화 〈타짜〉에서 출연 분량이 다섯 신밖에 안 되지만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던 아귀 같은 역이요. 반사회적인 캐릭터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상식과 상상을 뛰어넘는 사이코패스 역할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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