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희망재단을 통해 부친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한 박세리.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 박세리는 늘 기쁜 소식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박세리는 1998년 ‘맨발 샷’으로 US오픈에서 우승하며 IMF 위기로 신음하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긴 것을 시작으로 LPGA 우승컵을 25회나 들어 올린 국민 영웅이다. 은퇴 후 예능 프로그램 ‘노는 언니’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운동선수 출신 후배들과 매니저를 따뜻하게 챙기는 모습에서는 대인배이자 ‘좋은 언니’의 면모가 느껴졌다. ‘리치 언니’ 콘셉트로 방송을 누빌 땐 ‘박세리니까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며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런 박세리가 최근 부친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오랫동안 부친의 채무 문제로 고통받아온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부친 고소에 이어 ‘나혼산’ 나왔던 대전 집 경매 알려져
박세리가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위조 인장과 실제 재단의 인장 비교 사진(왼쪽).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박세리.
해당 부동산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1785㎡ 대지 규모에 박세리 부모가 살던 주택과 차고, 업무시설 등이 포함돼 있다. 두 번째는 바로 그 옆에 위치한 539.4㎡ 규모의 대지와 4층 건물이다. 박세리는 2020년과 2022년 ‘나혼산’ 출연 당시 대전 집을 공개하며 “부모님 집 옆에 4층 건물을 지어 자매들과 함께 산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세리는 ‘나혼산’에서 “4층 집은 직접 설계와 인테리어를 했다”고 말하며 집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박세리 부모가 살던 정원 딸린 주택(위)과 박세리가 새로 지은 집. 모두 경매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부친 고소 사건에 이어 대전 집 경매 사건까지 이슈가 증폭되자 박세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사안들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쁜 소식을 가지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좋지 않은 소식으로 인사드려 죄송하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세리와 재단 측 김경현 변호사는 부친 고소 건에 관해 “설립 업체가 관련 서류를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위조된 도장인 것을 알게 됐다”고 고소 배경을 전하며 재단의 공식 인장과 위조된 인장을 공개했는데, 2개가 확연히 달랐다. 박세리는 부친 고소 결정 당시 이사회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는 “제가 먼저 사건의 심각성을 말씀드렸고, 제가 먼저 (고소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것이 재단 이사장으로서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집 경매 이슈와 관련해서는 “저와 아빠가 원래 반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저는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급하게 연락을 받았는데, 집에 갑작스럽게 경매가 들어온다는 거였다. 어떤 상황이냐고 물으니, 아빠 채무 때문에 경매가 들어왔다더라. (집에) 현금이 없으니 급한 대로 아빠 채무를 갚는 대신 지분을 제가 사게 됐다. 이후 대전 집 명의는 온전히 제 것이 됐다. 증여를 받은 것이 아니라 법적인 절차를 밟아 채무를 정리해드리고 지분을 사서 제 명의로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성공하기까지는 가족의 희생이 있었다. 거기에 언니와 동생도 있었다. 그런데 자매들이 가져야 할 부분도 없더라. 은퇴하고 저도 자리를 잡아야 해서, 제 땅에 건물을 지어 자매들을 모시려고 했다. 그런데 아빠 앞으로 또 다른 채무 관련 소송이 들어왔다. 그래서 또 해결을 해드렸다. 그런데 얼마 안 있다가 또 다른 소송이 들어오더라.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법적으로는 저와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이제는 책임질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현 변호사는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경매 건은 가족들과 개인 간의 문제다. 이번 사건과 전혀 상관없다. 강제경매 사건의 경우 재판이 모두 끝나면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언급했다.
갚아도 갚아도 계속 나오는 아버지의 채무, 더 이상 감당 안 돼
사문서 위조와 경매 사건은 직접 관련이 없다 해도, 부친으로부터 비롯된 문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세리는 “아버지와 딸, 부녀 관계에서 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현재도 그렇다. 그런데 해결해야 하는 일의 범위가 점점 커지더라. 문제가 한두 가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해외에서 오래 생활하다 2016년 은퇴하고 이후에 개인적인 생활을 했는데, 그때부터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조용히 해보려고 했는데, 채무 관계를 해결하면 또 다른 채무 관계나 문제가 나오더라. 그러다 문제가 커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부친은 박세리를 처음 골프의 길로 인도했고, 그가 골프채를 잡은 열세 살 때부터 늘 함께했다. 박세리가 골프 여제가 되기까지는 물론 그의 재능과 노력이 가장 컸지만 아버지의 공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 선수 시절부터 박세리를 오랫동안 알아온 한 기자가 “(선수 시절) 아버지와 함께했던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지금 박 프로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데, 일이 생기기 전에 막을 순 없었냐”고 묻자 박세리는 1분여간 말을 잇지 못했다. 애써 감정을 추스르려 입을 앙다물었지만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박세리는 “눈물이 안 날 줄 알았어요, 진짜”라며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왜냐면 화도 너무 나고….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가족이 저한테 가장 컸기 때문에 (채무 문제가 생기면) 일단 막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하는 일에) 계속 반대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아빠와 제 의견이 완전히 달랐다. 한 번도 아빠의 의견에 찬성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다”면서 “저는 그냥 제 갈 길을 갔고, 아버지 가시는 길을 만들어드렸다. 그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1996년 프로로 데뷔한 박세리는 5개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LPGA 투어에서 25회나 우승을 차지했으며 140억 원이 넘는 상금을 획득했다. 일부에서는 우승 상금과 CF 출연료 등을 합하면 그가 벌어들인 수입이 50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런 그는 지난 2021년 방송된 Mnet ‘TMI NEWS’에서 “(번 돈을 부모님께) 다 드렸다. 열심히 해서 이제부터 벌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세리는 가족의 일이기에 자신이 다 해결하고 고통을 감내하려 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되짚었다. 그는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그 착각이 지금의 화를 부른 것 같다. 이번 사태는 저에게도 살면서 큰 교훈이 됐다. 앞으로는 더 신중하게, 더 크고 넓게 살아야 한다는 걸 배웠고, 아직 부족한 만큼 더욱 열심히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친의 구체적인 채무 금액이 얼마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꽤 오랜 시간 이어졌기 때문에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채무의 원인에 대해서도 “저도 아빠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무엇 때문에 그 큰 금액을 빚졌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세 딸 중 둘째인 박세리는 현재 부모와는 거의 소통하지 않고, 자매들과만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부친과의 관계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부모와 자식 관계가 있기 때문에…”라며 말을 아꼈다. 아울러 “아시다시피 가족사가 쉬운 것은 아니다. 저도 심적으로 너무 힘들다. 가족도 가족이지만 살면서 고민, 걱정이 없을 수는 없겠더라. 지금 혼란스럽고 심란하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본다. 가족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번 일로 골프 유망주 후원 꿈 더 확고해져
박세리는 재단을 통해 ‘박세리 & 안니카 인비테이셔널 아시아’ 대회를 개최하는 등 골프 유망주 발굴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2022년 ‘박세리 월드매치’에 함께한 박세리와 안니카 소렌스탐(맨 왼쪽).
1998년 US오픈 연장전, 워터해저드에 들어간 공을 멋지게 쳐내며 우승을 일궈냈던 박세리는 인생에서 맞닥뜨린 시련에 담담하게 대처했고,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용인시와 협의해서 아카데미를 열고 선수들을 키울 예정이다. ‘세리 키즈’가 대한민국 골프계에서 잘 이어지고 있다. 후배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꿈을 이루고자 열심히 달려가고 노력할 텐데, 그 꿈을 이룰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제 꿈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유망주들에게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하며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부터 그 마음이 더 굳건해질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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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호영 기자 뉴스1
사진 출처 ‘나 혼자 산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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