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명문대, 둘째 특목고 보낸 방송인 김경화
이후 13년이 지난 2023년 12월, 그동안 ‘대치맘’이 된 김경화가 자신의 SNS에 소식을 전했다. 대원외고에 재학 중이던 서연이가 연세대 1년 장학생과 고려대 4년 장학생으로 최초 합격했고, 서진이가 외국어고등학교에 합격했다는 것. 두 아이의 입학을 한 달 앞두고 다시 만난 김경화는 아이 마음을 더 잘 알아주는 친구 같은 엄마로 진화해 있었다.
“특목고 합격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비결은…”
존폐 기로에 섰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존치가 올 1월 확정됐다.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과열을 막기 위해 자사고와 국제고, 외국어고를 예전처럼 일반고와 함께 12월에 지원하는 ‘후기 선발 방식’과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그대로 운영하도록 결정했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1차에서 중학교 내신 성적으로 선발한 후 2차 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한 인성 면접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이번 자사고·국제고·외국어고 존치와 2028 대학입시 개편안이 맞물리면서 학군지와 자사고·특목고 쏠림 현상이 더 강해질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9등급인 고등학교 내신 평가가 2025학년도부터 5등급으로 간소화돼 내신 부담이 다소 완화되기 때문이다. 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직접 학군지와 특목고를 경험해본 김경화에게 장단점을 물었다.
어릴 때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독하는 게 중요하지만, 시간이 없는 중고등학생 때는 가고자 하는 대학교의 추천 도서 목록을 참고해 진로에 맞춘 전략적 독서를 한다(왼쪽). 디지털 시대지만 손으로 쓰며 되새기는 아날로그 방법도 필요하다. 서연이는 빈 공간에 기억나는 내용을 적으며 복습하는 ‘백지노트’와 틀린 문제를 분석하는 ‘오답노트’를 활용했다.
법조인, 로봇공학자, 의사, 범죄심리학자 등 다양한 꿈을 꾸던 서연이는 최종적으로 연세대학교를 택했어요. 현재는 실버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령 인구에 방향성을 맞춰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었거든요.
둘째 서진이도 목표로 하는 대학교와 전공이 있나요.
항상 꿈은 서울대죠(웃음). 아이들 꿈은 계속 바뀌잖아요. 그냥 “잘할 수 있다” 격려해주면서 지켜보고 있어요.
서연이는 중학교 3학년 봄쯤 출연했던 ‘공부가 머니?’에서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이하 용인외대부고)를 가고 싶어 하는 걸로 나왔는데, 왜 외고로 방향을 틀었나요.
사실 서연이는 중학생 때 꿈이 의사였고 이과를 생각해 용인외대부고를 가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방송 당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만큼 이슈가 되다 보니 마치 나중에 진짜 여기 입학하면 방송 컨설팅을 받아 합격한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죠. 꼭 그 일 때문에 바꾼 건 아니지만 갑자기 서연이가 2학기 때 자기는 이과 성향이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운이 좋았던 게, 서연이가 학생회 활동을 3년 동안 했는데 코로나19 시기 학생회에서 하는 일이 많아지며 생활기록부가 좋아진 거예요. 잘 준비하면 합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안 되더라도 이런 준비 과정이 인생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외고 자기주도학습 전형 준비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서류에 뭐, 뭐 했다고 단순히 적는 게 아니에요. ‘평소 이런 궁금증과 탐구심을 갖고 있는데 관찰하다 보니 이 내용이 나왔고 여기서 또 의문을 품어 더 깊은 연구를 해 이런 결과를 얻어냈다, 나는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이렇게 더 해보고 싶다’ 단계를 보여줘야 해요. 서연이는 코로나19 유행이 버스 이용자 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뤘어요.
한번 해봤으니까 서진이 외고 입시 준비는 일찍부터 했겠네요.
특목고 입시 준비는 오래 할 수가 없어요. 학기 중에는 아이들이 정말 바쁘거든요. 서진이는 3학년 여름방학 때 스스로 탐구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글쓰기 훈련을 했고, 그 후로는 진로에 맞춰 관련 서적을 읽고 정리하는 작업을 틈틈이 했어요. 집중적으로는 2개월 정도 준비했어요. 친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고, 가설에서 오류를 찾아낸다거나 어떤 결론에 이르는 연구 기간이 좀 걸리거든요. 한번 해봐서 좀 낫지 않을까 했는데 제출 마지막 날 1시간 전까지 탈고했다니까요. 온 가족이 달라붙어서 오자가 없는지 확인했어요.
면접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서연이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서연이가 예상 질문을 뽑고 저와 남편이 각각 예상한 질문을 합해 온 가족이 심사 위원처럼 재미있게 연습했어요. 서진이 때는 이번 대학입시 개편안에서 내신이 5단계로 바뀌며 외고 경쟁률이 올라갔죠. 특목고 지원자는 1지망에서 떨어지면 거의 강제 배정을 받기 때문에 허수가 적어 경쟁률이 조금만 올라도 실제론 영향이 커요. 게다가 1차 발표 후 면접까지 5일이 주어졌는데, 그사이 수학여행을 가서 결국 수학여행지에서도 영상통화로 연습했죠. 처음 전화해서 기승전결이 있게, 두괄식으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끊고 생각할 여유를 줬다가 또 전화하고 그랬어요.
알고 보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대치동?
특목고에서는 수시와 정시 중 어떤 전형이 더 일반적인가요.내신 점수 따기가 힘드니까 정시를 더 많이 쓰지 않느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특목고에서는 대부분 수시 준비를 해요. 중학교 3학년 때 준비했던 그 탐구 과정을 3년 내내 더 깊게 파고드는 거죠. 물론 힘들지만 그래도 수시는 6곳에 지원할 수 있잖아요. 서연이는 서울대, 연대 3개, 고대 2개로 집중해서 지원했어요. 면접만 안 겹치면 가능해요. 다만 애초에 학교생활기록부의 방향이라는 게 정해져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심리 쪽에 맞춰 준비했다가 3학년 때 희망하는 학교 커트라인을 보고 심리와 연관이 있으면서도 조금 더 커버할 수 있는 실버 분야까지 걸쳐놓고, 다시 좁혀나갔어요. 한번 정하면 틀기 힘들어요.
수시 준비하는 게 쉽지 않음에도 둘째를 또 특목고에 보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반고와 비교하면 학교 설명회도 많이 하고 여러모로 대학입시에 엄청 적극적이에요. 첫째 중학생 시절, 일반고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가 몇 줄로 나오는데 특목고는 문단으로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실제로 와보니 그런 편이었어요. 물론 수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그것도 부족하지만요(웃음). 또 수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학교 성적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어요. 아무래도 많은 아이가 수업 시간에 집중하니까 면학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죠.
대신 내신 관리에 수시 준비까지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는 어차피 받아요. 다만 장르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수시가 3년 내내 긴장해서 여섯 번의 기회를 얻는다면, 정시는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수능에 ‘올인’하는 거죠.
특목고의 장단점이 명확하네요. 그럼 대치동에서 경험해본 학군지는 어떤가요.
학군지의 장점은 특히 중등 때 나타나요. 사춘기 아이들이 공부 안 하고 놀 수 있잖아요. 놀더라도 좀 덜 놀아요. 우리 아이들에게 왜 대치동이 좋냐고 물어봤는데, “다 우리 또래밖에 없어서 밤 10시가 돼도 밖에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는 밤 10시가 가장 안전한 시간이에요. 모든 학원이 동시에 끝나면서 거리에 아이들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학원 주변에 분식집, 마라탕 집, 카페뿐이고요. 예전에는 거기서 혼밥을 하는 학생들 보면 안타까웠는데, 그나마 멀리 다닐 필요 없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게다가 슬리퍼, 조거 팬츠, 패딩 점퍼 등 옷차림도 비슷하게 하고 다니니까 아이들이 무리 속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안정감도 있대요.
그럼 학군지의 단점은요.
부모 입장에서는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게 힘들죠. 지하 주차장도 없고요(웃음). 차도 엄청 막혀요. 밤 10시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면 그냥 차도가 주차장이에요. 어른들은 그런 생활적인 면이 힘들고, 아이들은 자기보다 우월한 친구를 보면서 기죽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순간이 있겠죠. 그런데 다행인 건, 우리 집 아이들은 잘하는 친구를 보고 ‘세상에 이런 애들도 있구나, 공부를 저렇게 하는구나’ 하면서 배우더라고요. 아무래도 본인이 원해서 온 데다 성향이 맞아서 그런 것 같아요. 경쟁하는 분위기를 싫어하면 힘든 곳이에요.
서연이가 대치동에 오기 전 선행학습을 해놔서 적응을 잘했나 봐요.
선행학습을 안 해놓으면 버거운 게 사실이에요. 요즘 2학기를 앞서가는 건 선행학습이라고 안 해요. 예습이죠. 초등학생 때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해야 대치동에서 적응할 수 있다는 자극적인 얘기도 많은데, 저는 그렇게까지 진도를 빼고 다시 돌리고 하는 건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4학기 정도 앞서 배워도 충분했어요.
대치동에서 사교육을 고를 땐 어떤 기준이었나요.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저학년 때는 영어, 수학 학원 한 곳씩만 보내고 바둑, 수영, 배드민턴, 인라인스케이트, 줄넘기 등을 시켰어요. 재미있게 놀다 오라고요. 어차피 중학교 후반부터 달려야 하기에 그 전에는 체력을 갖춰놔야 하거든요. 여기서 체력은 피지컬과 멘털 모두예요. 체력을 갖춘 다음부터는 아이 실력에 맞는 학원을 골라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어요. 대치동은 학원 한 군데에 문의만 해도 신기하게 다른 곳에서 연락이 와요. 업데이트되는 정보 문자들을 보고 우리 아이와 맞겠다 싶은 학원을 찾아가면 돼요. 아이들 초등학생 때는 교육 정보를 얻기 위해 회사 휴가 내가며 학교 일에 참여하고 엄마들 사귀려는 노력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 실력에서 차이가 나니까 그렇게 알아낸 평판 좋은 학원도 우리 아이에게 안 맞을 수 있더라고요. 요즘은 학원 설명회 가서 들어본 후 고르고, 고른 다음이라도 아이와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빼요.
과외는 안 했나요.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외는 시간당 단가가 학원보다 훨씬 높은 것에 비해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단 학원은 달리는 기차 같아서 어떻게든 자신이 노력해서 쫓아가야 해요. 그런데 과외는 좀 힘들어하면 진도도, 학습량도 ‘슬로다운(slowdown)’해줘요. 공부는 하기 싫어도 꾸준히 해야 하는 습관 같은 거예요. 저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오늘 내게 주어진 몫을 해야 밥 먹을 자격이 있다, 오늘도 내 밥값을 했다’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습관 만들기에 엄청 힘썼어요. 처음부터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 어디 있나요.
아이 관찰만 잘해도 스트레스의 씨앗이 보인다
고3이 있는 집은 온 집안 식구가 고3이 된다. 공부 스트레스로 한껏 예민해진 아이에게 맞춰 전전긍긍하며 지내는 것. 워킹맘이라면 일하랴, 아이 챙기랴 과부하가 와도 자신을 챙기는 건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서연이가 고등학교 2학년 올라갈 무렵까지 14년간 영어 유아 학교를 운영하며 프리랜서 아나운서로서 각종 행사 진행을 해온 김경화 역시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아이가 다니고 싶다고 한 학원의 등록 날 오픈런을 놓치고 아이를 울린 적도 있다. 결국 입시 레이스를 완주해내려면 부모와 아이 모두 서로를 위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아무리 우등생이어도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두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요.
맛있는 걸 먹으면 풀리는 편이에요(웃음). 어디의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고 얘기하면 제가 미리 사놨다가 줘요. 무엇보다 평소 제가 아이를 잘 관찰하고 있다가 기분이 조금이라도 안 좋아 보이면 먼저 보듬어주죠. “무슨 일이 있었냐?” “그랬구나. 힘들지?” “잘하고 있어”하면서 엄마가 알아주면 더 크게 폭발하지 않더라고요.
그럼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요.
종종 새벽 골프로 풀었어요. 그런 날은 남편이 아이들 밥과 등교를 책임지죠. 운동 후 집에 오면 오후 2~3시 정도 되니까 제가 다시 아이들 학원 라이딩을 하면 돼요. 남들이 보기엔 골프도 치러 다니고 살 만한가 보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도 숨통 트일 구멍은 있어야죠.
아나운서 출신으로서 언어 쪽으로 더 신경 써준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늘 책을 가까이하게 해줬고, 밥상머리에서 대화를 정말 많이 해요. 공부 관련 얘기부터 엄마 아빠 경험, 연예인, 미래 등 다양한 화제를 올리고 아이의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해요. 특히 “공부 안 해도 좋은데 훗날 사회에 나왔을 때 밥 먹고 살 수는 있어야 한다”고 희망과 두려움을 한 스푼씩 첨가하죠(웃음). 걱정이 많아도 안 좋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하니까요. 또 추천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매년 초 온 가족이 새해 계획을 전지 한 장에 써서 문에 붙여놓고 한 명씩 발표하는 거예요. 1년이 지나 다시 새 계획표를 붙이면서 한 해 동안 잘 지냈는지 서로 얘기도 하고, 그렇게 쌓인 계획표들이 우리 가족의 포트폴리오가 되더라고요.
아직 갈 길이 멀잖아요. 두 아이가 어떤 꽃을 피우길 바라나요.
저는 아이들에게 최고가 되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어요. 그렇게 주입하면 나중에 안 됐을 때 오는 상실감이 있을 거 아니에요. 대신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 그룹에는 들어가면 좋겠단 이야기를 자주 해요. 무슨 직업이든 상관없이 사람들이 보고 배우고 싶어 하고, 어떤 쪽이든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이요. 아이들이 직접 일궈나갔으면 좋겠어요.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깁니다. 원래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나요. 아니면 현모양처의 꿈이 있었나요.
전혀요.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저에게 주어진 미션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열아홉 살 이전까지 부모님에게 받았고 이제는 돌려줄 때가 된 거죠. 물론 지난해 봄에는 드라마에 출연하느라 고3이 된 서연이에게 두 달 동안 신경을 써주지 못했지만 그만큼 나머지 기간에 더 집중했어요. 이왕 할 거면 제 인생에서 이 시기 동안은 다른 부분을 조금 줄이더라도 주어진 미션을 잘해보자는 게 제 삶의 태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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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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