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IDA 입시연구소 인문논술 강사는 “전형의 명목 경쟁률이 아닌 수능 최저 등급을 충족한 학생끼리의 경쟁률인 실질 경쟁률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김경민 IDA 입시연구소 인문논술 강사는 치열한 경쟁률에도 60%의 합격률을 자랑하는 11년 차 인문논술 강사다. 그는 “인문논술 전형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런데도 모든 학생이 한 번쯤은 써봐야 하는 매력적인 전형”이라고 말한다. 이토록 희박한 확률에 베팅해도 괜찮은 걸까?
‘로또 전형’ 아냐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을 치르기 위해 수험생들이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대학 입시 수시전형의 하나입니다. 단순한 글짓기나 학생들이 자유자재로 쓰는 시험이 아닌 출제자의 의도에 따라 명확하게 답이 있는 시험입니다. 논술 전형의 주요 특징은 내신성적 반영률이 상당히 낮다는 것입니다. 내신성적이 생각보다 안 나온 학생들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전형이란 얘기죠. 뿐만 아니라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면 상위권 대학을 갈 수 있는 전형이기도 합니다. 준비만 잘하면 교과 종합 수시, 정시보다 더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어떤 학생에게 논술 전형이 적당할까요.
인문논술은 글을 쓰는 시험이기에 글짓기를 잘하는 학생만 응시하는 전형이 아닙니다. 내신 성적이 뛰어나지 않아 교과 종합을 못 쓰는 학생, 상위권 대학을 가고 싶은데 정시 점수는 좀 미흡한 학생들이 도전해볼 만합니다. 특히 모의고사에서 몇 과목은 점수가 잘 나오는 학생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글을 한 번도 써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논술에서 합격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은 기우입니다.
인문논술은 경쟁률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논술이 결코 만만한 전형이 아니란 뜻 아닌가요.
학생부 교과 전형과 달리 내신 1등급 학생도, 5·6등급 학생도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통계의 오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 같은 경우는경쟁률이 82.9:1, 경희대는 86.7:1입니다. 이처럼 명목 경쟁률은 높지만 막상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춘 학생들끼리의 실질 경쟁률은 10:1 정도로 떨어집니다. 논술을 꾸준히 준비해왔고,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는 학생이라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인문논술로 대학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은 언제부터 준비하면 좋을까요.
대다수 학생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글을 본격적으로 써본 적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인문 논술 준비 시작을 6월 모의고사 끝나고 7월부터 많이 하는데, 제가 봤을 때 그때는 늦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인문논술은 글을 쓰는 시험이기 때문에 매 수업은 글쓰기가 중점입니다. 글을 쓴 다음은 일대일 첨삭이 이루어지고 이후에는 문제 해설 수업을 진행합니다.
고난도의 제시문과 익숙지 않은 장문의 글쓰기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서 인문논술 전형은 ‘로또 전형’이라 불리기도 한다. 난도가 높아 결과가 나오면 의외의 학생이 합격하는 복권 같은 전형이라는 의미다. 김경민 강사는 이러한 인문논술에 대한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계획적으로 착실하게 준비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논술보다 수능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아무리 논술을 잘 써도 수능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합격할 수 없어요. 인문논술 전형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생각해도 수능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시간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까. 논술이 수능 공부를 방해하진 않을까.
공부는 수능 중심으로, 논술은 일주일에 두 시간만
김경민 강사는 “수능 성적이 안 나온다고 논술 공부를 게을리하는 건 최악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논술 전형도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춰야 하기에 수능 공부를 중점적으로 해야 합니다. 논술 공부와 수능 공부는 병행해야 합니다. 일주일에 3~4시간 정도 학원에서 논술 수업을 듣고, 복습은 일주일에 2시간만 투자하라고 권합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수능 공부를 해야죠.
당장 수능 성적이 안 나오는 학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혹 “선생님 제가 수능 성적이 안 나와서 모의고사 공부에 집중하고 성적이 오르면 다시 논술 공부를 하겠습니다”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최악의 전략입니다. 논술 공부와 수능 공부는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논술 제시문은 수능 EBS 교재 혹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출제됩니다.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각종 사회탐구 영역에서 출제되기에 수능 따로, 논술 따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논술을 통해서 수능 국어의 독해력을 올릴 수 있고 사탐 교과 내용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또 논술은 안 쓰면 감을 잃기 때문에 수능을 중심으로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학마다 출제 경향이 다른데 따로 준비해야 하나요.
30여 대학이 논술을 보는데 대학별 문제 유형이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각 대학별로 자주 출제되는 논술 유형이 있는데 원리 자체가 어렵지 않아 간단히 익힐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제시문이 나와도 이해할 수 있는 독해 역량입니다.
제시문이 고등학생에겐 많이 어려울 것 같던데요.
개인적으론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2015학년도 이후 교육부에서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논술 문제를 출제하라고 각 대학에 지침을 내려보냈습니다. 그래서 제시문의 내용도 학생들이 어디서 좀 많이 봤던 EBS 교재 또는 교과서에서 대부분 출제됩니다. 제시문을 보고 논술이 로또 전형이고 상당히 어려운 시험이라면서 지레 겁을 먹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복습 시간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요즘 대학교에서는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훌륭한 자료들을 다 공개합니다. 대학교가 내놓은 논술 가이드북을 보면 출제 의도와 채점 기준표, 예시 답안까지 다 있습니다. 답안의 경우 필사를 많이 하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처음 하는 학생들은 납득을 못 하기도 하는데, 세 번, 네 번, 다섯 번 하다 보면 학생들이 스스로 깨우치기 시작해요. 문장을 어떤 식으로 구성하고 문장과 문장이 어떤 논리적인 관계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전체적인 흐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깨우치는 거죠. 시험은 선생님이 아닌 학생이 보러 갑니다. 스스로 복습하고 공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원칙으로 불리는 다독, 다작, 다상량은 결국 논술과 연관이 있나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 책을 자주 읽고 글을 많이 써본 학생들이 훨씬 더 빠르게 실력이 늘고 잘합니다. 무협지도 괜찮습니다.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수능 성적이 안 나온다면 논술을 더욱 추천합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때부터 책 읽고 글 쓰는 연습을 하면 좋겠군요.
요즘 초등학생들은 프라이버시 침해 이슈로 일기도 안 쓰더라고요. 그러니 초등학교 때부터 논술을 시작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독해력과 문해력이 많이 거론되는데, 교육 현장에 계신 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요즘 학생들이 예전에 비해 글을 잘 못 읽고 못 쓰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대입 시험 역시 글쓰기를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리라 봅니다. 가령 2025학년도 입시에는 고려대가 7년 만에 논술을 부활시킵니다. 어릴 때, 아직 여유가 있을 때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자유분방하게 써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유리합니다.
문장력, 문단 나누기, 맞춤법, 필체도 점수에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는 이 부분들을 표현력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잘해야 합니다. 하지만 엄청 중요한 평가 요소는 아니기에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부분은 계속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늡니다. 글씨체는 또박또박만 쓰면, 채점자가 판독할 수 있을 정도로만 쓰면 됩니다. 펜글씨 교본을 사서 따로 연습할 필요는 없어요. 그럴 시간에 수능 영단어를 외우는 게 맞습니다.
독해·작문 중시하는 흐름으로 간다
인문논술이 내신,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노릴 수 있는 역전 카드처럼 느껴지는데요.내신이 1, 2등급인 학생들과 다른 수시전형에서는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논술은 내신 반영 비율이 낮은데 더해 최근 대학들이 수능 최저 기준을 완화하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서강대 같은 경우는 지난해 3합 6이었는데 3합 7로 완화됐고요. 건국대와 동국대는 2합 4였는데 2합 5로 완화됐습니다. 연세대, 한양대는 최저 기준이 아예 없고요. 자신의 성적보다 더 좋은 대학을 노리고 있다면 논술은 한 번쯤 지원해볼 만합니다. 논술 전형은 상위권 대학을 가는 고속도로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합격을 위한 소소한 ‘꿀팁’이 있다면요.
대부분 논술은 수능이 끝나고 치러집니다. 그런데 대학교별 시험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 잘 체크하셔야 합니다. 만약 두 대학의 시험시간이 겹친다면, 인기가 조금 덜한 학교에 가서 시험을 보는 게 합격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대부분 학생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유는 조금이라도 상위권 대학을 가기 위해서일 텐데요. 그러니까 판단을 잘하셔야 합니다. 지금 내가 내신 혹은 정시로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는지를 보세요. 그 대학보다 더 높은 대학을 갈 수 있는 전형이 논술입니다. 경쟁률이 높고 제시문이 어려워 ‘로또 전형이다’ ‘천재들만 합격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제 학생들의 합격률이 이런 말들을 반증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꾸준하게, 성실하게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니 지레짐작, 겁먹지 마시고 반드시 한 번쯤 덤벼볼 만한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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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호영 기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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