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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영국 찰스 국왕이 포옹으로 경의 표한 ‘K-정원사’ 황지해

정세영 기자

2023. 05. 24

22일(현지시각) 첼시 플라워쇼를 찾은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황지해 작가의 작품을 감상한 뒤 그와 포옹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첼시 플라워쇼를 찾은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황지해 작가의 작품을 감상한 뒤 그와 포옹하고 있다.

황지해(47) 작가가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첼시플라워쇼 ‘쇼 가든’ 부문에서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로 금상을 수상했다. 첼시플라워쇼는 1827년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고 195년 넘게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정원박람회다. 250년 역사를 가진 영국왕립원예협회가 주관하며, 전 세계 가든 산업과 디자인 트렌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기간 전체 가든 산업 연간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구매계약이 성사되는 등 경제적 파급력도 상당하다. 황 작가는 지난 2012년 ‘DMZ:금지된 정원’으로 쇼가든 부문 전체 최고상(회장상)과 금상을 받은 바 있다. 이어 11년 만에 또 다시 금상을 받았다.

황 작가가 출품한 ‘백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는 지리산 동남쪽 약초 군락을 모티프로, ‘약초와 원시적 형태의 자연 풍경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가로 10m, 세로 20m 크기의 땅에 지리산에만 있는 지리바꽃과 나도승마, 산삼, 더덕 등 토종 식물 300여종을 심었다. 개울이 흐르는 산비탈을 표현하기 위해 총 200t의 바위들을 곳곳에 배치했으며, 약초꾼들의 건조장을 참고해 만든 5m 높이 탑을 중앙에 세워 지리산의 야성적인 모습을 재현했다. 그는 “지리산 약용식물의 가치와 이를 키워낸 독특한 환경을 보여주면서 자연과 인간의 공생, 다음 세대를 위한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그의 작품은 마치 풍경과 같다”라며 “바위, 개울 그리고 한국 토종식물이 돋보인다”고 평론했다.

황지해 작가가 만든 정원에서 한국의 차를 마시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전시팀 관계자.

황지해 작가가 만든 정원에서 한국의 차를 마시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전시팀 관계자.

황 작가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개막일인 22일 행사에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황 작가의 작품을 제일 먼저 둘러보며 ‘멋지다(Brilliant)’, ‘경탄할 만하다(Marvellous)’라는 등의 찬사를 쏟아냈기 때문. 사실 그는 정원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만 관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정원에 들어가 보겠다고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을 때 환하게 웃으며 따뜻한 포옹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황 작가는 전남 목포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디자이너이자 환경예술가로, 2011년 첼시플라워쇼에서 ‘해우소: 근심을 털어버리는 곳’으로 한국인 최초 금메달과 최고상을 받았다. 2012년에 수상한 ‘DMZ:금지된 정원’은 행사장 가장 중심부에 전시되며 글로벌 정원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한국의 자연주의적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국정원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사진 황지해 작가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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