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30만 명의 유튜브 채널 ‘교육대기자TV’를 운영하고 있는 방종임 씨. 조선에듀 편집장 출신으로 17년간 교육 현장을 누빈 그는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교육 전문가를 만났다. 이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의 말을 물으니 이렇게 말했다.
“조선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이 둘을 키우는데, 첫째는 세세하게 하나하나 육아서 지침대로 하셨대요. 둘째는, 일이 바빠지기도 했고 마음도 느슨해져서 되는 대로 키우셨대요.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님이 걱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잘 일어나지 않으니까 마음을 내려놓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제게 현실적인 조언으로 들렸습니다.”
열 살과 다섯 살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한 그는 최근 책 ‘자녀교육 절대공식’을 펴냈다. 책에서 그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 역시 ”부모의 걱정이 아이를 망친다“이다. 3월 10일 매거진동아 스튜디오를 찾은 방 씨는 ”저도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내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괜한 걱정을 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성적을 받아오면 어쩔 수 없이 내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우리 아이가 문제아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잘하고 있는데도 부족한 면을 찾게 되고요.
어떻게 걱정을 줄일 수 있나요.
기준을 주변에서 찾으면 안 됩니다. 다른 아이가 어떤 학원을 다니는지, 어떤 성적을 받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학부모님들을 만나보면 충분히 잘하고 계시다가도 옆집 엄마와 만난 뒤에는 마음의 부담을 가지는 분이 많아요. 그럴 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요.
나와 아이를 하나로 생각하는 ‘동일화’의 문제도 지적하셨는데요.
아이를 키우는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의 부모님들은 이 사회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아이가 일찍 경쟁력을 갖기를 원하죠. 그러다 보면 아이를 나 자신으로 생각하고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렸을 때 잘못해서 겪은 일을 아이가 또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죠. 교육시장에서의 경쟁도 더 치열해지니 부모님들의 걱정이 따라 느는 것 같아요.
현재 교육시장에서의 경쟁은 얼마나 치열한가요.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재수생 숫자는 계속 늘고 있어요. 이른바 ‘의치한약수’로 대표되는 전문직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본인 의지가 아니라 부모님의 권유로 재수를 선택하는 아이도 많고요.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부모가 긴장하면 아이에게도 전달돼”
방 씨는 “좀 더 많은 부모님이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최근 대학생들을 만날 일이 많은데, 적성과 상관없이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온 친구들은 대부분 답답함을 토로해요. 지금껏 대입만을 향해 열심히 달려왔는데 그게 끝이 아닌 거죠. 명문대에 대한 압박만으로 많은 친구가 청소년기를 보내잖아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 진학해도 달라지는 게 없고 오히려 그 경쟁이 심화하는 걸 느끼거든요. 그래서 대학 2학년 때 전공 공부를 시작하면서 ‘대2병’을 겪는 학생이 많아요. 기회비용이 너무 큰 것 같아요. 이 점을 학부모님들도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그는 이렇게 소모적인 입시 문화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입시로 통한다. 수많은 상위 0.1% 우등생과 그들의 학부모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하기도 한 그에게 공부의 정도(正道)를 물었다.
어떻게 하면 성적이 잘 나오나요.
성적은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으냐에 따라 결판납니다. 대부분 학습 과정에서 배우는 시간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해요. 학습이 배움(學)과 익힘(習)으로 이뤄진다면 ‘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진짜 공부는 학교와 학원, 인강을 통해 배운 걸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내 걸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게 제일 어렵지 않나요.
그래서 이 어려운 걸 계속하는 친구들은 결국 상위권이 돼요. 선생님의 설명을 ‘알 것 같다’고 생각하고 넘기면 성적이 안 나와요. 요즘엔 인강을 프리패스로 끊어서 1.5배속, 2배속으로 훑듯 보는 학생이 많아요. 그리고 머릿속에 지식이 들어왔다고 착각하는 거죠. 공부하다가 스스로 부족한 걸 발견하면 찾아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성적이 오르는 겁니다.
얼마나 혼자 공부해야 하나요.
적어도 배운 시간만큼 혼자 공부해야 합니다. 요즘엔 그걸 ‘순공 시간(순수 공부 시간)’이라고 불러요. 중고등학생 기준으로 적어도 하루에 3시간은 순공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학부모님들은 아이의 스케줄을 한번 체크해보시고 너무 푸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가령 평일에는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적어도 주말은 비우는 식으로요. 요즘엔 방학이나 주말에도 특강 프로그램이 너무 많거든요. 아이가 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그걸 공부 시간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초등학생의 경우엔 학교나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 정도는 챙겨서 할 여유를 줘야 해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인가요.
성적이 우수한 학생 중에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공부하는 아이들이죠. 그런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부모님이 기여하는 바가 클 거라고 생각해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부모님도 공통점이 있나요.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진심으로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안 했다는 분과 학원을 많이 보내지 않았다는 분이 다수였어요.
상대적인 이야기 아닐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죠. 그래도 자녀에게 공부 압박을 덜 줬다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아이를 푸시하는 대신 오히려 ‘너를 믿는다’고 신뢰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해요. 학교 성적과 학원에서 보는 테스트 결과에 부모님이 더 긴장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그 긴장이 아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져요.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기 위해 공부하다 보면 시험에서 긴장하게 되고, 결국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하게 되죠.
아예 간섭하지 않는 것을 0, 풀 케어를 10으로 둔다면 어느 수준에서 아이의 공부를 도와줘야 하나요.
어렸을 때는 어느 정도 공부 습관이 잡힐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처음부터 “엄마, 나 공부할게” 하는 아이는 없으니까요. 숫자로 굳이 표현해야 한다면 유치원, 초등학생 시절엔 8 정도의 관심과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게 점점 줄어야 합니다. 고3이 되면 1 정도만 남겨야 해요. 저는 대입은 부모님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남은 1은 기본적인 교육 정보에 대한 관심이죠.
“교육부 보도 자료·대학 홈페이지 확인하자”
교육 정보는 어디서 얻는 게 좋을까요.요즘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정말 많아요. 문제는 그만큼 가짜 정보도 많다는 겁니다. 정보를 왜곡하는 경우도 다수고요. 예를 들면 대입에서 논술 전형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상식적으로는 논술 전형이 줄면 다른 전형을 더 유의 깊게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학원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죠. “논술 경쟁이 치열해지니까 더 일찍 준비해야 한다”고요. 그럼 학부모님들은 휘둘리게 되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보의 원자료를 확인해야 합니다. 공개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면 불안감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교육 관련 정책 브리핑이 끝나면 교육부나 각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보도 자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매일 들어가볼 필요는 없습니다. 교육 관련 뉴스를 보다가 내 아이에 해당되는 키워드를 기억해두세요. 그리고 교육부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보는 거죠. 대입이나 고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대학교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입학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어요. 영상으로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과 전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곳도 있고요. 고등학교의 경우엔 ‘학교알리미’ 홈페이지를 통해 졸업생 진로 현황이나 커리큘럼, 내신 난이도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교육 유튜브 채널은 어떤가요.
유튜브도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하시면 좋겠어요. 다만 센 발언보다는 두루 팩트를 제시해주되 내 아이에게 적용할 때 주의할 점도 알려주는 채널을 추천합니다. 저는 교육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치 어떤 것 하나만이 정답인 것처럼 말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도가 바뀌어도 계속 유지되는 대입의 핵심이 있나요.
제가 기자로 일해온 17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죠. 하지만 2가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는 학교생활의 중요성이에요. 대입 제도는 크게 수시와 정시로 나뉘는데, 수시는 수업 시간과 그 외 활동에 어떻게 임했는지를 보는 거예요. 정시는 결국 국영수 성적입니다. 이 능력을 어떻게 다져왔는지를 보는 거죠. 용어가 달라지더라도 두 큰 줄기는 바뀌지 않아요. 역으로 생각하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학부모님들은 아이의 학교생활과 국영수 기초를 놓치지 않으면 좋겠어요.
학교생활을 잘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좋은 습관이 필요한가요.
학교와 공부에 대한 감정은 초등학생 때부터 형성됩니다. 이미 갖고 있는 감정이 부정적인데 갑자기 중고등학교에 가서 학교가 좋아지고 공부를 잘하기는 어렵거든요. 어릴 때부터 적어도 아이가 학교와 공부를 싫어하지 않게 도와줘야 합니다.
사교육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어느 나라와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사교육은 정말 체계적입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벗어던져야 합니다. 돈을 얼마나 쓸까보다는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50만 원, 100만 원 이렇게 한 달 사교육비를 미리 정해두지 않기를 권합니다. 비효율적인 지출이 되기 쉬워요. 또 강조하고 싶은 건 한번 지출한 사교육비는 아이가 고학년이 될수록 늘면 늘었지 결코 줄지 않아요. 그러니 아이가 그 학원과 얼마나 잘 맞는지, 아이가 공부하는 데 학원을 필요로 하는지를 유심히 체크해야 합니다. 학원을 보낸 뒤에는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 점검하는 게 좋아요. 성적은 오르고 있는지, 학원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자녀와 직접 대화해보세요.
두 아들은 학원에 다니나요.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활동 프로그램만 다니고 있어요. 앞으로 아예 사교육을 시키지 않을 생각은 아닙니다. 아이가 원하면 언제든지 보낼 수 있죠. 가끔 공부하다 어려워하는 게 보이면 “학원에 가볼까” 제안하기도 하는데, 아직은 “집에 있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수긍하면 보낼 생각입니다.
교육 일타를 꿈꾸며
방종임 씨는 2020년부터 ‘교육대기자TV’를 운영하며 교육 고민이 있는 부모와 만나는 창구를 넓히고 있다. 책 ‘초등 공부 전략’에 이어 ‘자녀교육 절대공식’을 출간하고, 온라인 플랫폼 ‘클래스101’을 통해 학부모를 위한 강의도 오픈했다. 그는 “우연히 교육 분야 취재를 시작해 교육계에 이렇게 오래 몸담을 줄 몰랐지만 지금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교육 문제로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 그리고 제가 도움을 드렸을 때 ‘감사하다’ ‘아이가 달라졌다’는 피드백이 오는 게 정말 좋았죠. 제가 아는 걸 나누면서 타인에게 기여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과 관련된 고민을 풀어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방종임 #교육대기자TV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출처 유튜브채널‘교육대기자TV’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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