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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새 역사 쓴 이정재의 차기 행보

심미성 프리랜서 기자

2022. 09. 22

지금 그보다 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한국 배우는 아마 없을 것이다. 감독 데뷔부터 에미상 수상, 글로벌 스타로서의 행보까지 쉼 없이 달려가고 있는 이정재. 그의 마성 매력에 대하여.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과 친구, 가족 그리고 소중한 우리 팬들과 이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또렷한 한국어 수상 소감이 미국 TV 시청자에게 날아가 박혔다. 과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이정재의 시대다. 9월 12일(현지 시간), 미국 드라마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이 열렸다.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 역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이정재는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 ‘베터 콜 사울’의 밥 오덴커크, ‘세브란스: 단절’의 아담 스콧,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먼 등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정재의 남우주연상을 필두로 ‘오징어 게임’은 감독상, 미술상 등 총 6개의 트로피를 석권했다. 지난해 시작된 ‘오징어 게임’의 고공 행진은 에미상 역사를 새로 쓰며 그 정점에 올랐다. 73년 만에 처음으로 비영어권 작품이 에미상에서 수상 기록을 남긴 것. 이정재 역시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의 쾌거를 이뤄냈다. K콘텐츠의 저력이 입증된 순간임은 물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한국 배우 이정재의 위상이 증명된 역사적 순간이다.

그는 이번 여름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하기도 했다. 이정재가 직접 연출·각본·주연까지 1인 3역을 소화한 첩보 액션 영화 ‘헌트’가 관객들을 만났다. ‘헌트’는 ‘외계+인 1부’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과 벌인 텐트폴 무비(tentpole movie·대작 영화) 4파전에서 공공연히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다소 아쉬움을 남긴 작품들 사이에서 이정재의 첫 연출 데뷔작 ‘헌트’는 거침없는 액션과 균형감 있는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감독 이정재의 연출력에 대한 입소문이 이어지며 9월 13일 기준 약 429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흥행과 비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신인 감독의 탄생이다. 이로써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목말랐던 한국 영화계는 연출 능력을 겸비한 스타를 발굴하게 됐다.



‘오겜’의 성기훈, 시리즈의 제왕 되나

“연출 계획은 전혀 없고요. 연기만 하는 작품을 찾고 있습니다(웃음).”(8월 영화 ‘헌트’ 인터뷰에서)

글로벌 스타로 우뚝 선 이정재의 차기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초 이정재는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와의 계약 소식을 알렸다. 톰 행크스, 스티븐 스필버그, 비욘세 등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글로벌 아티스트가 소속된 회사다. 여기에 전례 없는 에미상 스포트라이트까지 더해지며, 누가 이정재와의 작업을 선점할 것이냐의 문제만이 남았다. 미국 영화 매체 콜라이더는 “이정재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최고의 인재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9월 8일, 북미 언론을 통해 들려온 소식이 명절을 앞둔 대한민국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바로 ‘스타워즈’ 세계관의 새 디즈니+ 시리즈 ‘애콜라이트(The Acolyte)’에 이정재가 주연으로 캐스팅됐다는 것. ‘애콜라이트’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보이지 않는 위험’의 1세기 앞선 시점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시리즈가 될 전망이다. ‘스타워즈’의 제작사 루카스필름이 제작하고, 넷플릭스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을 만든 레슬리 헤드랜드가 연출을 맡는다. 이정재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쳐져 있으나, 전 세계의 가장 많은 팬덤을 거느린 시리즈 ‘스타워즈’의 새로운 이야기에서 이정재가 어떤 존재감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가 모인다.

이정재는 최근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연출작 ‘헌트’에서 ‘박평호’,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 역을 연기했다(왼쪽부터).

이정재는 최근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연출작 ‘헌트’에서 ‘박평호’,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 역을 연기했다(왼쪽부터).

그 밖에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 소식도 들려왔다. 2020년 개봉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스핀오프 시리즈 ‘레이’가 제작될 예정이다. ‘레이’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이정재가 맡았던 무자비한 추격자의 이름이다. 영화의 투톱 주연이었던 황정민의 캐릭터 ‘인남’을 쫓는 레이는 목적 앞에서 끝없이 잔혹해지는 메인 빌런이다.

하지만 레이는 매력적인 빌런의 용모와 성미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전사(前史)가 거의 설명되지 않은 모호한 캐릭터였다. 자이니치(재일 한국인) 레이는 ‘백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처단한다. 영화에서 짧게나마 그의 입을 통해 과거가 서술되는 부분이 있지만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혹한 사람이 됐는가는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 맥락에서 레이를 메인으로 한 ‘레이’ 시리즈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레이’에 합류한 제작진의 면면도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인기 넷플릭스 시리즈 ‘D.P.’의 원작 만화 ‘D,P 개의 날’을 집필한 김보통 작가, 광고계에서 활약 중인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홍원찬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나선다. 무엇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훌륭한 영상미의 모범으로 만든 촬영감독 홍경표의 합류가 눈에 띈다. 그는 ‘기생충’ ‘버닝’ ‘곡성’ 등 독보적인 영상 연출의 대가로 손꼽히는 테크니션이다. 스타일리시한 화면 아래 거침없는 액션을 펼칠 레이, 이정재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이정재 #에미상 #스타워즈 #레이 #여성동아

사진 AP뉴시스 
사진출처 넷플릭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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