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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ory

청춘의 얼굴 강하늘

“해외 진출? 일단 영어부터, 지금은 자막 아니면 가능성이 낮아요”

글 두경아

2021. 04. 28

청춘의 표상부터 차도남, 지고지순한 순애보남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온 강하늘이 이번에는 자신을 똑 닮은 영화 속 캐릭터로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누구든 인생에서 한 번쯤은 가슴 설레던 시간이 있지 않을까 ‘아, 이 감정이 뭐지?’하는 물음표와 느낌표들은 우리 삶에 작은 울림을 선사한다. 충무로의 대세 배우 반열에 오른 강하늘(32)과 천우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4월 28일 개봉)’는 이런 따사로운 추억을 소환해주는 작품이다.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강하늘)는 어느 날 어린 시절 자신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었던 여학생을 기억해 내고 즉흥적으로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편지를 받은 친구는 투병 중이고, 그런 친구를 대신해 답장을 보내는 그의 동생 소희(천우희).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설렘과 기다림, 애틋한 감정들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위안을 얻고, 소희는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 낮은 제안을 한다.

강하늘은 영화 속에서 삼수생 영호로 분해 방황하는 청춘의 시간을 그려냈다. 어딘가 부족해 보여도 진심으로 가득한 영호는 그의 실제 모습과 무척 닮아 있다는 평이다. 지금껏 강하늘이 맡아온 역할 중 자신을 많은 부분 투영해 연기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2007년 KBS 2TV 드라마 ‘최강! 울엄마’로 데뷔한 강하늘은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를 오가며 누구보다 바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SBS ‘상속자들’과 tvN ‘미생’ 등의 드라마에서는 차도남 캐릭터를 맡았고, 영화 ‘청년경찰’ ‘쎄시봉’ ‘동주’에서는 다양한 청춘의 얼굴을 그려낸 바 있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한층 발전해 2019년 군 제대 후에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순박하면서도 우직한 인물인 황용식으로,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는 순수한 감성을 가진 영호로 업그레이드됐다.

강하늘은 무대 공연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유명한데, 큰 인기를 모은 ‘동백꽃 필 무렵’ 종영 후 연극 ‘환상동화’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역할은 크지 않지만 “대본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 온달의 아버지 온협 장군으로도 출연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개봉을 앞두고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웃음이 헤픈 남자’라 소개하며 따스하고 진중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인터뷰는 그야말로 웃음으로 시작해 웃음으로 끝났지만, 그의 웃음 속에는 작품에 대한 혜안은 물론 배우로서의 철학과 고집도 가득 했다.





이번 작품 속 영호는 강하늘 씨와 닮았다는 평이 많아요,

영호는 겉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에요. 저는 영호보다는 확실한 걸 더 좋아하는 편이고요. 그동안은 배역을 맡으면 그 역할처럼 보이도록 노력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영호가 강하늘처럼 보이도록 신경 썼어요. 그래서 좀 더 편안한 호흡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영호의 나이인 20대 초반, 강하늘 씨는 어땠나요.

연기자로 한참 공연하고 있었어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었을 거예요. 그때 저는 정말 하루하루가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이었어요. 실수가 있으면 안 됐고 항상 잘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부담감이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았어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듯해요. 개인 강하늘을 생각하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재미있는 거 좋아하고 웃는 거 좋아하는 건 똑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공감됐던 대사나 장면은요.

예고편에도 나오는 장면인데 영호가 우체통 앞에서 편지를 보낼까 말까하거든요. 편지를 우체통에 넣을까 말까 고민했던 느낌보다는 어떤 일을 벌이려고 하기 직전, 딱 그 느낌이 공감됐어요. 막연하지만 기분 좋은, ‘될까 안 될까’, ‘해도 되나 안 되나’ 하면서, 기분 좋은 설렘을 맞게 되는데 영호에게는 그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하거든요.

영화 ‘동주’나 ‘청년경찰’ 등에서 청년 역할을 많이 맡아왔어요. 청년의 얼굴로 감독들에게 선택되는 이유가 궁금해요.

감독님들이 왜 저를 선택해 주셨을까요(웃음). 잘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면 감독님들이 다루기 쉬운 사람이라서가 아닐까요. 저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감독님들도 저를 좀 편하게 생각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영호는 여주인공을 기다리면서 어떤 감정이었을까요.

어떤 감정의 흐름이 생길지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설렘보다 긴장이었을 것 같아요. ‘막상 그 사람이 나타난다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하면서요. 그 긴장감은 시간이 흐르면서 기대감이 되고 분노도 됐다가 원망도 됐을 것 같은데, 그런 감정의 변화를 담아 보고 싶었어요. 물론 영화적 시간으로는 금방금방 지나가지만 각각의 변화를 표현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강하늘 씨에게도 극중 영호처럼 간절히 기다린 사람이나 무언가가 있었나요.

기다림을 간절하게 바라는 성격이 못돼요. 기다림의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 가장 기다린 건 영화 개봉이었어요. 부모님께서 이번 작품을 굉장히 보고 싶어 하셨거든요.

부모님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 것 같나요.

소품이나 편지 등에서 재미를 느끼시겠지만 그건 부수적인 듯하고, 기본적으로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이 부모님께도 없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제가 오랜만에 영화로 인사를 드리는 거라 부모님께서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2017년 영화 ‘기억의 밤’이 상영될 때는 군대에 있어서 극장에서 못 봤어요. 부모님만 보셨고요.

영호의 성장을 연기하며 실제 진로를 고민하고 사춘기를 겪던 시절도 떠올랐을 것 같아요.

좀 웃기지만, 저는 삶에서 그렇게 고민해본 기억이 많지 않아요. 되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때도 지금처럼 재미있는 일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겸손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운이 잘 닿은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에서 삼수를 준비하다 과감히 그만두는 설정이 나와요. 강하늘 씨도 용기를 내어 그런 결정을 한 경험이 있나요.

그 장면은 공감이 많이 갔어요. 저는 고집을 넘어서 아집이 있어요. 제가 맞다고 생각하면 해야 하거든요. ‘이 선택을 하면 분명히 후회할 텐데’ 하더라도 그냥 하고 말아요. 드라마 ‘최강 울엄마’를 준비하던 때도 꼭 해야 할 것 같은 공연이 있었어요. 그래서 ‘드라마에 내가 선택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감독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진짜 큰 용기를 낸 거였죠. 다행히 감독님께서 좋게 말해주셔서 드라마와 공연 모두 하게 됐어요. 용기내서 말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 내내 상대 배우와 만나지 않아요. 아무래도 상대방을 상상하며 연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개인적으로는 답답함보다는 오히려 더 깊은 교류를 나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상대방(천우희)이 녹음한 내레이션을 들으며 연기를 했는데,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이러이러한 행동일거야’하는 것들이 생기니 제게는 더 큰 만남이었던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도 코믹한 장면들이 적절하게 등장하고, 평소 코믹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해요.

잘못 연기하면 관객들이 잔잔하게만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 못지않게 관객들이 재미있게 관람하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잔잔하고 나긋나긋한 톤의 어떤 인물로만 남기고 싶지 않아 피식피식하실 수 있는 장면들을 조금씩 넣었어요. 영호가 내성적이면서 조금씩 허당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감독님도 오케이하셔서 여러 가지를 시도했지요. 코믹 연기의 비결은 딱히 없고,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그런 듯해요. 어떤 상황에서 진짜 있을 법한 느낌들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제 의도를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제대 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결이 다르지만 멜로 연기를 선보였어요. 제대 후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제가 그렇게 야망이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웃음). 계획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사실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지’ 하는 건 없었어요. 저는 시나리오(대본)가 재미있으면 좋은 느낌을 전달할 거라고 믿고 해요. 저는 그냥 딱 하나에요. ‘관객들이 제가 나오는 작품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 마음뿐입니다.

과거의 추억이나 사랑을 떠올리는 작품들이 많은데, ‘비와 당신의 이야기’만의 매력이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의 매력은 영호의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보다는, 남녀가 서로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요.

무대 공연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영화를 무대로 옮긴다면 출연이나 기획을 할 생각이 있나요.

만일 제가 기획을 한다면 더 잘하실 배우들에게 주인공을 맡기고, 기획자로 공연이 잘 되게 만들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진짜 실력 좋은 분들이 많거든요. 만일 공연으로 만들어져서 제게 영호 역할이 들어온다면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영화에서 했던 연기와는 특별히 다르지 않을 것 같네요.

‘기생충’이나 ‘미나리’처럼 우리나라 영화와 배우들이 세계적으로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우선 영어 학원부터 잘 다녀야 할 것 같아요. 일단 영어를 해본 다음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고려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지금은 자막 아니면 가능성이 없어요(웃음).

영화 속에서 영호가 부산에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부산이 고향이잖아요.

부산은 제 고향이다 보니 언제 가든지 반갑고 웃을 수 있는 곳이에요. 부산에서 일주일 동안 촬영했는데 호텔에서 머문 적이 없어요. 매일 가족이나 친척 집을 전전하면서 지냈어요. 하루는 형네서 자고, 또 하루는 이모 댁에서 자는 식으로요. 맛있는 음식도 많이 얻어먹었고요.

강하늘 씨에게는 언제나 해맑음이 느껴져요. 그 해맑음의 근원이 어디인지 궁금하네요.

저도 궁금해요. 해맑음이라 표현해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웃음이 헤픈 게 아닐까요. 유년 시절도 항상 즐겁게 지냈고 집안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지금 같은 성격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도전하고픈 역할이나 장르가 있나요.

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딱 있는 편은 아니고, 대본이 재미있으면 하는 편이에요.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역할을 해보는 건 좋은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현대에 살고 있는 제 나이또래 아버지 역할 같은 걸 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연극,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데 각각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떤 작품이든 대본을 집중적으로 봐요. 앉은 자리에서 다 보게 되는 작품이 좋더라고요. 연극은 현장성과 일회성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공연할 때의 느낌, 다시는 그 순간이 올 수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영화는 그 날의 감정과 컨디션으로 캐릭터를 담아내야 하는 긴장감이 매력적이에요. 드라마는 장거리 달리기 같은 느낌인데, 한 인물이 가지는 감정을 길게 갖고 가는 작업이에요.

20대의 강하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쉬엄쉬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또 하나 ‘군대는 20대 초반에 다녀와라’요. 저는 서른한 살에 제대했는데, 군대는 20대 초반에 다녀오는 사람이 승자인 것 같아요(웃음).

올해 데뷔 15년이 됐어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연기할 때 지키려고 하는 좌우명 같은 게 있나요.

벌써 15년이나 됐네요. 저는 처음 연기를 배울 때부터 항상 작품보다 제가 드러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 역할 밑에 작품이 있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은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역할마다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이번 작품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영화를 보고 난 뒤 과거 기다렸던 상대를 한 번씩 생각해 보기만 해도 좋을 듯해요. 사실 예전 기억들은 잊히기 마련이잖아요. 영화를 보면서 그 시간이 떠오른다면,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서 두 시간을 투자하신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제공 ㈜키다리이엔티 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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