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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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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를 부르는 아우라 한소희

EDITOR 이미나

2020. 04. 27

요즘 제일 핫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엔 주인공 김희애보다 더 눈에 띄는 신예가 등장한다. 데뷔 4년 차, 드디어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한소희 얘기다.

‘월요일이면 주가가 오른다,’ 최근 증권가에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제작한 제이콘텐트리를 두고 하는 우스갯소리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드라마가 방영되고 나면, 치솟는 화제성과 시청률에 주가도 함께 상승한다는 나름의 ‘논리적’ 분석이다. 그만큼 ‘부부의 세계’가 최근 방송가에서 갖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지난 3월 27일 6.3%(닐슨코리아 유료방송 가입서 가구 기준)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타다 지난 4월 18일 20%대를 돌파했다. 지난 2015년 영국 B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한 ‘부부의 세계’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주인공이 한순간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거짓으로 점철됐던 ‘완벽한 세계’를 벗어나 진실을 찾아 나서며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면서 함께 주목받는 배우가 있다. 주인공 지선우(김희애)의 대척점에서, 지선우의 남편 이태오(박해준)를 빼앗으며 갈등의 중심에 서는 여다경을 연기하는 배우 한소희(26)다. 뻔뻔하리만치 당당하게 제 욕망을 드러내는 여다경, 아니 한소희의 존재감은 ‘믿고 보는 배우’ 김희애의 맞상대로 부족함이 없다.

울산에서 상경한 겁 없던 소녀, 뮤직비디오로 연예계 입성

한소희는 2017년 배우로 데뷔해 이제 갓 4년 차가 된 신예다. 울산에서 성장한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했다. 단돈 30만원이 가진 것의 전부였다. 그리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서울에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TV에 나오는 손녀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할머니의 바람이 꿈의 시작이었다. 

배우로 데뷔한 이듬해, 그는 당시를 “매일 눈을 뜨면 강남의 한 호프집으로 출근해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일하며 그해를 견뎌냈기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싶다”며 “퇴근하고 집에 와 조용한 원룸에 앉아 있으면 왜인지 모르게 그 조그마한 방이 텅 빈 것처럼 넓어 보였다”고 회상한 바 있다. 아르바이트와 각종 화보 및 쇼핑몰 모델 활동을 병행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기회를 잡은 건 지난 2016년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뮤직비디오 ‘텔 미 왓 투 두(Tell Me What To Do)’에 출연하게 되면서다. 당시 사용하던 ‘정크’라는 아이디로 이미 많은 SNS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던 그에게 뮤직비디오 제작진이 러브콜을 보냈고, 그는 샤이니 멤버들과 함께 일탈에 빠진 청춘의 한 때를 표현했다. 잇따라 한소희는 동서식품의 ‘리츠’ 크래커와 ‘CJ 그곳에 가면’ 등의 CF에 출연했다. 특히 강렬한 붉은색 세트장을 배경으로 크래커를 베어 무는 ‘리츠’ CF는 지난해 MBN 예능 프로그램 ‘바다가 들린다’에서 뒤늦게 CF의 주인공이 한소희임을 알게 된 개그맨 장도연이 “웬일이야. 소름 돋았어”라며 크게 놀랐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또한 지금의 소속사인 나인아토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 ‘CJ 그곳에 가면’은 한소희가 단편적인 이미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모델로서의 활동에서 벗어나 몸을 움직이고 대사를 내뱉어 감정을 전하며 누군가와 호흡을 맞추는 배우로서의 길을 전격적으로 모색하게 된 변곡점이 됐다. 

한때 흐릿해졌던 배우라는 꿈이 선명해지고, 목표가 되고, 현실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7년 SBS ‘다시 만난 세계’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그는 같은 해 MBC ‘돈꽃’에 출연했고, 2018년엔 KBS ‘옥란면옥’과 tvN ‘백일의 낭군님’, 2019년 tvN ‘어비스’에 출연하며 쉼 없이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올해 ‘부부의 세계’를 통해 드디어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주체적이면서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 꿈꿔

언뜻 눈길을 사로잡는 건 한소희의 화려한 미모다. 특유의 분위기는 ‘한소희 데뷔 전’이 검색어가 되고, 현시대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는 배우 김태희의 고등학교(울산여자고등학교) 후배라는 사실이 새삼 회자될 만큼 독보적이다. 많은 신예 배우들이 밝고 청순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는 반대다. 실제 한소희가 연기해 주목을 받은 배역들도 그의 나이가 무색하게 불륜을 저지르거나, 음모를 꾸미는 경우가 많았다. 연출자들이 그의 얼굴에 드리워질 그림자를 관찰해내고, 억눌린 욕망이나 드러내지 못한 분노 등의 서사를 덧씌우길 선호한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여느 때보다 대중문화계에서 주체적인 여성, ‘존재’로서의 여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가고 있는 지금 배우 한소희가 그리고 있는 궤적이 이와 일치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최근 한 잡지 화보 인터뷰에서 “김희애 선배의 전작들과 지금 연기하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나도 저 배우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김희애 선배가 연기한 역할들은 여성이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렇게 진취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한소희는 종종 자신의 외모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시쳇말로 ‘벼락 스타’가 된 지금의 자신에 도취하지도 않는다.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며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20세의 자신을 설명하고,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물 제작·거래 사건인 이른바 ‘n번방’에 꾸준히 목소리를 낸다. 과거 타투와 흡연 사진이 뒤늦게 화제가 됐을 때, “여성 배우에게만 ‘논란’이 되는 건 차별”이라는 여론이 압도적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때로는 퍼스널 트레이너에게 “오늘은 딸기맛 몽쉘을 먹겠다”고 엉뚱한 엄포를 늘어놓으면서도, 누구 하나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회적 문제에 의견 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의 스타 탄생이다. 

어린 나이지만 인기의 유한함을, 젊음과 아름다움의 덧없음을 잘 알고 있는 듯한 한소희는 단지 한 계단 한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들을 향한 감사의 표현이라는 것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지난 2017년 그는 팬들의 응원과 관심을 향해 “고작 나는 내 빈 껍데기 하나 비친 것뿐인데 그 빈 껍데기가 무색할 만큼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도 나를 예뻐해주고 응원해주고 있다”고 썼다. 그 후 이따금 블로그에 올리는 글에서도 내내 삶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힘이 다름 아닌 팬들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닳도록 얘기해도 조금 전해질까 말까 한 제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달하고자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 저렇게 표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중략)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부끄럽진 않은 이소희(본명)가 되겠습니다.”

기획 강현숙 기자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나인아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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