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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PILOGUE

안녕~ 최시원

글 · 두경아 자유기고가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15. 12. 15

‘슈퍼주니어’ 멤버이자 연기자인 최시원에게 2015년은 잊지 못할 해로 기억될 것 같다. MBC 인기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똘 기자’로 변신해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 기세를 몰아갈 겨를도 없이 군에 입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녕~ 최시원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연기자 최시원(28)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시종일관 능청스럽게 농담을 던지다가도 속 깊은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똘 기자’ 김신혁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그는 ‘저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침없이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았는데, 바로 그것이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이기도 했다. 그가 자주 쓰던 대사인 “없지 않아 있는 경향이 있는데~”는 유행어로 등극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가 ‘그녀는 예뻤다’ 출연을 결심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대표의 조언으로 마음을 돌리게 됐다.

“처음에는 4부까지만 대본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군대 가기 전이라 부담이 돼 대본을 멀리하게 됐어요. 그런데 사장님이 저를 불러 ‘내 앞에서 그 대본을 다 읽어보고, 그러고 나서도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제서야 대본을 읽기 시작했는데,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어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나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하는 말처럼 신혁의 대사 속에 위트가 살아 있었거든요.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정했죠.”

그를 연습생 시절부터 15년을 보아온 이수만 대표는 최시원에게 “그 캐릭터는 원래 너지, 너!”라며 적극 추천했다.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김신혁이 정말 나일까?’ 하고요. 기본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았어요. 또 최근 탑재된 ‘다른 이미지들’도 김신혁과 닮아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효과를 높이지 않았나 싶어요.”

그가 말한 다른 이미지들은 바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아메리칸 스타일의 개그와 ‘포춘 쿠키(자전거 바지를 입은 그의 중요 부위가 포춘 쿠키 같다는 반응을 이른 말)’일 것이다.



“(포춘 쿠키가) 괴상망측했지만,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드린 것 같아요. 부끄러웠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됐어요.”

SM 이수만 대표의 강력한 권유

‘그녀는 예뻤다’에 출연하기 전 최시원은 자신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로 고민이 많았다. 그로 인해 한정된 배역만 들어왔기 때문. 그러던 차에 만난 ‘똘 기자’ 캐릭터는 이미지를 호감형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터닝 포인트였고, 결과적으로 모든 고민이 해결되는 계기가 됐다.

“사실 뭔가를 기대할 만한 여유도 없었던 것 같아요. 입대 전,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만 했죠. 좋은 대사를 써주신 작가님, 신혁을 더 멋지게 살려주신 PD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준 장면을 함께 찍어준 정음 누나에게 감사해요. 코믹한 부분은 끝맺음이 확실하지 않으면 그냥 잊히기 쉬운데, 누나가 그 끝맺음을 정말 잘해줬어요. 모든 부분에서 열려 있는 누나라 재미있는 장면들을 마음껏 만들 수 있었어요.”

두 사람이 합심해 눈물바다를 만든 장면도 있다.

“김신혁이 마지막에 떠나면서 ‘잭슨(극 중 황정음의 애칭)’을 거리에서 안았을 때 슬픔이 복받쳐 올랐어요. ‘인간 김혜진이 좋았고, 즐거웠다’고 말하는 장면에선 그 말의 의미가 가슴 깊이 와 닿아 울컥했어요. 하지만 감정을 가까스로 추슬렀어요. 거기서 울면 김신혁이 아니니까요.”

김신혁 캐릭터를 완성시킨 것은 턱수염이었다. 텁수룩하게 기른 수염은 꽃미남 최시원을 단번에 똘 기자로 만들었다. 또 드라마 막바지에 그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텐’이라는 엄청난 비밀을 스스로 밝히며 수염을 시원하게 밀고 나타났을 땐, 수염 속에 감춰져 있던 잘생긴 외모가 드라마의 반전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턱수염을 깎을 때 만감이 교차했어요. 그날을 기점으로 입대 준비를 시작했고, 드라마 속에서도 면도하는 게 새로운 시작이자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이었거든요. 사실 감독님과 저만 소설가 텐과 재벌 2세가 누군지 알고 있었어요. 주위에서 수염을 다듬으라고 했는데 그걸 묵묵히 받아넘길 수밖에 없던 이유가, 마지막에 목이 메었을 때 마시는 사이다 같은 장면을 보여주고 싶어서였어요. 하하하.”

군대에서 맞을 30대, 진격의 시즌 될 것

그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슈퍼주니어다. 이번 드라마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그를 두고 멤버들의 반응을 묻자 그는 “시기와 질투가 있었다”고 했다가 이내 “농담”이라며 웃었다.

“저희는 함께한 지 너무 오래돼서 시기나 질투 같은 걸 안 키워요. 저희 멤버들의 공통점이, 응원을 묵묵히 해요. 큰 반응은 없죠. 근데 이번 드라마를 찍는 동안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격려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줬어요. 언제나 밥은 제가 샀지만 앞으로 더 많이 사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여전히 그룹 안에서 찾았다.

“앞으로 10년은 더 슈퍼주니어 멤버로 재미있게 활동할 생각이에요. 꼭 공연이 아니더라도 팬들과 살을 맞대며 활동하지 않을까요.”

최시원은 지난 2년간 국내보다 미국 할리우드나 중국 등 해외에서 주로 활동했다. 존 쿠삭, 성룡과 영화 ‘드레곤 블레이드’를 찍기도 했다.

“얼마 전 제가 구입한 영화 판권이 있는데, 할리우드에서 시놉시스에 관심을 보이더군요. 미국에서만 세계를 구하라는 법은 없으니 동양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11월 19일 입대하는 그에게 군대에서 30대를 맞이하는 소감을 묻자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다부진 답변이 돌아왔다.

“30대를 어디서 시작하느냐는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요. 20대가 제 인생의 1막이었다면 30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진격의 시즌이 될 것 같아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매사에 열정적으로 임하며 늘 감사하면서 살 겁니다. 연말이면 그해 감사했던 일들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어요. 지난해에는 33가지였는데, 올해는 아직 다 지나가지 않았음에도 68가지나 되네요. 할리우드 관련 일과 슈퍼주니어 앨범, 콘서트, 또 포춘 쿠키를 보여드린 ‘무한도전’ 덕분에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웃음). 30대에도 올해처럼 감사한 일을 많이 만들고, 여러분들에게 좋은 기억을 심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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