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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파워블로거로 산다는 것

글·김지영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샤넬코리아 제공

2014. 12. 16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만큼 행복한 삶이 또 있을까?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국내외 패션 뷰티 행사에 1순위로 초대되는 파워블로거 유진 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부부 블로거로도 이름이 높은 그가 초보 블로거들에게 들려주는 알짜 조언.

파워블로거로 산다는 것
파워블로거의 파급력은 일반 언론매체의 그것 못지않다. 일부 포털 사이트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검색 화면의 가장 상단에 블로그를 배치한다. 소비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제품을 평가하는 블로거의 입김은 제품 판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는 물론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신제품 출시나 론칭을 기념하는 VVIP 행사에 파워블로거를 1순위로 초청하는 이유다.

파워블로거는 전문가 수준의 해박한 지식과 발품을 팔아 찾아낸 생생한 정보를 밑거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해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블로거를 말한다. 패션 블로거 유진(33) 씨는 자타공인 파워블로거. 그의 블로그(www.youjinblog.com)는 현재 구독자수가 1만6천여 명, 누적 방문자수가 5백43만 여명에 달한다. 루이뷔통, 구찌, 샤넬, 프라다 같은 명품브랜드쇼와 각종 패션쇼의 VVIP 초청자 명단에 항상 1순위로 오르고 각종 럭셔리 숍에서 협찬을 자청한다.

그를 만난 곳은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이곳은 지난해 결혼한 그와 남편의 보금자리이자 두 사람이 각자 관리하는 블로그 운영 장소다. 이들 부부는 신기하게도 이름이 같다. 아내보다 두 살 위인 남편 유진 씨는 마케팅회사에서 근무하다 2012년 블로거로 전업했다. 남편은 남성 패션과 여행이 전문이다. 실내로 들어서자 벽에 나란히 붙어 있는 두 개의 책걸상과 데스크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에 떠 있는 블로그 초기화면은 이 집의 분위기처럼 화려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파워블로거로 산다는 것

서로 이름이 같은 유진 부부는 2년 전부터 함께 활동하며 사랑도 깊어졌다고 한다.

▼ 블로거로 활동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고교 졸업 후 증권회사를 거쳐 선박회사에서 11년간 비서로 일했다. 출퇴근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 재미있는 취미거리를 찾다가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운영하며 잡지 이벤트 참여나 서포터즈 활동을 간간이 했다. 그러다 2009년 한 패션지의 뷰티서포터즈 1기로 뽑혀 운영진에 들어가면서 블로거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당시 만난 블로그 운영자들에게 기술적인 부분을 배워 개인 블로그를 열었다. 원래 꿈이 디자이너였을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아 평소 인터넷이나 잡지를 통해 관련 정보와 전문지식을 쌓은 게 많은 도움이 됐다.



▼ ‘파워블로거’가 된 비결이 있다면.

내가 셀레브러티만 초대되는 행사에 참석하니까 팔로어들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많이들 찾아온다. 읽는 사람들이 마치 현장을 직접 방문한 것처럼 느껴지도록 정보를 세세하게 전달하는 것이 강점인 것 같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제품이나 행사에 대한 정보는 직접 체험한 후 솔직한 느낌을 표현하고, 방문자가 올린 댓글이나 문의에 즉각 답해왔다.

여러 브랜드에서 행사 참석 요청이 오지만 내 관심 분야가 아니면 가지 않는다. 행사에 참석하면 블로그에 올려야 하는데 정보를 제대로 파악해 전달할 자신이 없어서다. 그 때문에 간혹 오해를 산다. 잘나간다고 우리업체는 등한시하는 거냐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 속상하지만 나름의 운영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켜왔기에 블로그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직장생활과 블로거 활동을 병행하기 쉽지 않았겠다.

직장생활을 할 땐 근무를 마치고 저녁 시간에 행사를 찾아다닌 후 후기를 올렸다. 글 하나를 포스팅하는 데도 2~3시간이 걸려서 새벽에 자는 일이 허다하다 보니 건강에 이상이 왔다. 블로그가 활기차게 안정적으로 운영되니까 기업체에서 자사 블로그를 맡아서 키워달라는 제안도 들어왔지만 건강 때문에 거절했다. 이후에도 여러 기업체에서 제안이 들어왔는데 남편이 도와주겠다고 나서서 2012년 사표를 냈다. 이후 홍보대행사를 차려 5~6개 브랜드의 블로그를 관리했는데 목 디스크가 재발해 다 정리하고 두 곳만 남겨뒀다.

준비된 기반 없으면 안정된 수입 기대하기 힘들어

이들 부부는 지난해 7월 결혼식을 올리며 15년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그해 5월 사업자등록증을 낸 회사와 각자 관리하는 블로그 운영으로 시간을 내기 힘들어 그해 11월에야 신혼여행을 갈 수 있었다. 유진 씨는 “신혼여행 기간에 프랑스 현지에서 열린 H·M 행사에 초대받아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며 “남편과 블로거 활동을 함께하니 시너지 효과가 높다. 브랜드에서도 블로그는 생활 속에 녹아든 거라며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같이 와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블로거는 컴퓨터와 스마트환경에 친숙한 젊은이뿐 아니라 소일거리를 찾는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신종 직업으로 정착했다. 하지만 많은 예비 블로거의 롤 모델인 유진 씨는 “블로거가 알려진 것처럼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준비된 기반 없이 업으로 삼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연예인보다 협찬을 많이 받는다?

일반인이 가지 못하는 행사에 참석하다 보니 협찬을 자청하는 곳도 있고, 브랜드에서 기념품을 챙겨주거나 자사 제품을 써보라고 보내주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그건 발품을 팔아 정보를 전하는 블로거에 대한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몇 시간씩 제품을 분석해 글을 올리는 데 대한 노력의 대가랄까.

▼ 수입이 많다?

특정 브랜드의 블로그를 관리해 수입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떼돈을 버는 정도는 아니다. 행사나 제품 후기를 올리는 것이 주 업무라 행사에 참석해도 USB 같은 기념품을 받는 수준인데 엄청난 대가를 받는 것으로 오해하더라. 블로거 활동을 시작한다고 해서 고정 수입은 없다. 내 경우도 브랜드 블로그 관리 수입 외에는 많지 않다. 일부 기업에서 포스팅에 대한 원고료 명목으로 건당 10만원을 세금 떼고 주는데 그것도 서너 건에 불과하다.

▼ 파워블로거를 꿈꾸는 이에게 꼭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돈을 벌겠다는 목적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즐기면서 일기장에 글을 쓰듯이 편하게 담으면 꾸준히 오래하면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유진 씨는 기업이나 행사장에서 받은 제품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블로그의 댓글 이벤트 선물로 활용했는데 일일이 사진을 찍어 올리고 우편으로 보내주는 작업이 만만치 않아 중단했다. 대신 지금은 그 제품들을 가지고 자선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으로 물 부족국가를 돕는다.

“지난 6월 국내 브랜드 20곳과 함께 ‘유진 앤 프렌즈’라는 이름으로 패밀리바자회를 처음 열었는데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의류, 가방, 안경 등을 만드는 친분 있는 기업에 스크래치가 난 제품이나 샘플을 착한 가격에 내놨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기꺼이 도와주셨어요. 처치 곤란한 것들이니 기업도 좋아하고, 착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사니 구매자들도 좋아했어요. 지금도 언제 바자회를 여는지 알려달라는 문의가 빗발칠 정도예요(웃음).”

앞으로 출산, 육아 등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블로그 영역을 확대할 계획인 그는 마케팅을 전공한 남편과 함께할 온라인 비즈니스를 구상 중이다.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갈 블로그 세상이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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