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올리비아 리·세바스티앙 레피노아의 Love Kitchen

스타 셰프 커플 탄생

글·김성욱 자유기고가|사진·지호영 기자, 올리비아 리 제공

2014. 10. 15

고급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 영화 같은 사랑이 올가을 열매를 맺는다. 세계적인 식당 두바이 부르즈 알 아랍과 프랑스 르 메우리스를 거친 미녀 셰프 올리비아 리와 미슐랭 3스타 셰프 세바스티앙 레피노아의 로맨틱한 웨딩 스토리.

올리비아 리·세바스티앙 레피노아의 Love Kitchen
두바이의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 최초의 한국인 셰프이자 ‘나쁜 여자의 착한 요리’ 저자인 올리비아 리(32·본명 이영희)가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만났다. 올 초까지도 요리하는 외국 남자와는 절대 연애를 안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그녀를 사로잡은 남자는 프랑스인 요리사 세바스티앙 레피노아(40). 미슐랭 3스타 식당의 총괄 셰프로 출중한 실력을 지닌 데다 자상하기까지 한 그는 엉뚱하고 천방지축인 한국 여자를 만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의 결실을 이뤘다.

올리비아는 가족과 떨어져 일찍이 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인생을 함께할 반려자의 조건을 ‘자신과 같은 일을 하지 않는 한국 사람’으로 정했다. 이런 다짐은 올 초만 해도 유효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멀게 한 사랑은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올리비아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4 아시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에 한국 대표 셰프 중 한 사람으로 참가했다. 이 행사에 미슐랭 아시아 3위를 기록한 파인 다이닝 외식 기업 레자미(Les Amis)의 총괄 셰프로 있던 세바스티앙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행사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세바스티앙은 한국에서 온 잘 웃고 키 큰 여자 셰프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다.

“올리비아를 보자마자 반했어요. 또 만나고 싶어서 다음 날 와인을 마시자고 했죠. 다음 날 시상식 뒤풀이가 있었지만 상관없었어요. 그녀와 함께하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요.”

반면 올리비아는 프랑스 남자 세바스티앙이 그리 탐탁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세바스티앙의 식당에서는 두바이에서 그녀와 함께 일했던 친구가 디저트 셰프로 근무하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그 친구에게서 세바스티앙에 대해 미리 들을 수 있었는데, 그의 경력이 너무 화려해 오히려 반감이 들었다고 한다.



“경력만 보면 최고의 셰프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직접 그의 요리를 맛본 것이 아니다 보니 속으로 ‘그래서 뭐? 얼마나 대단한데?’라며 조금 건방지게 굴었던 것 같아요.”

올리비아를 마음에 둔 세바스티앙은 그녀와 지인들을 자신의 레스토랑으로 초대했다. 세바스티앙이 직접 만든 요리를 처음 맛본 올리비아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감자와 사워크림, 꽃처럼 장식된 캐비아 등 모든 요리가 흠잡을 데 없이 맛있었다. 게다가 각종 요리와 식재료에 대한 해박한 지식까지 갖춘 세바스티앙을 만나자 그녀의 마음속 빗장이 서서히 열렸다.

“제가 성격이 직설적이라 좋고 싫은 게 분명해요. 특히 요리에 대해선 더 그런 편이죠. 맛이 없으면 없다고 가차 없이 말해요. 가까운 사이라도 문제점을 잘 지적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세바스티앙의 요리는 거의 완벽했어요. 제가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유명한 요리사의 음식을 맛봤지만 세바스티앙이 그날 보여준 요리에 비할 바가 못 되더라고요. 제 친구의 칭찬이 빈말이 아니란 걸 느끼게 됐죠.”

그날 이후 올리비아는 세바스티앙을 전과 달리 호의적으로 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남자가 아닌 업계 선배로서 그의 재능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올리비아 리·세바스티앙 레피노아의 Love Kitchen

올리비아와 세바스티앙은 10월 4일 결혼식을 앞두고 한국식과 서양식 두 종류의 웨딩 사진을 찍었다. 한복을 입은 두 사람의 모습이 정겹다(오른쪽).

알수록 사랑스러운 여자

미슐랭 가이드는 뛰어난 식당에 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등급을 매긴다. 별 세 개면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레스토랑’, 별 두 개면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 만한 레스토랑’, 별 한 개면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바스티앙은 미슐랭 가이드가 인정하는 최고의 3스타 셰프. 프랑스에서 태어나 15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세기의 요리사로 칭송받는 조엘 로부숑과 17년 동안 함께 일하며 그가 운영하는 전 세계 여러 레스토랑에서 총괄 셰프로 있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요리를 맛본 그는 일본 음식에도 조예가 깊다. 첫 만남 이후 휴대전화 메신저로 서로에 대해 알아가던 올리비아와 세바스티앙은 4월 초 비슷한 시기에 일본 도쿄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일본 요리를 특히 잘하는 세바스티앙이 올리비아의 마음을 얻을 절호의 기회였다.

올리비아 리·세바스티앙 레피노아의 Love Kitchen

피부색과 국적은 달라도 요리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같은 셰프 커플은 “요리에 대한 즐거운 생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때까지 주로 미국과 중동, 유럽에서 생활한 올리비아는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 올리비아를 위해 세바스티앙은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1위’로 뽑힌 레스토랑과 유명한 식품관, 디저트 카페 등을 소개하며 아낌없이 시간을 썼다.

“사실 어떤 레스토랑은 명성에 비해 음식이 기대에 못 미치기도 했어요. 하지만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독특한 음식을 맛보고 그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죠.”

어느덧 올리비아에게 세바스티앙은 알아갈수록 배울 점이 많은 존경스러운 남자로, 세바스티앙에게 올리비아는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운 여자로 다가왔다.

“저는 자상하면서도 용기 있는 사람이 좋아요. 그런데 요즘 한국에는 그런 사람이 별로 없어요. 초식남만 넘치죠. 그런데 이 사람은 제가 까칠하게 굴어도 계속 다가왔어요. 또 3시간 넘게 줄을 서야 하는 수산시장 스시집 앞에서도 저를 위해 웃으면서 함께 기다려주더라고요.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저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모습도 정말 좋았어요.”

일본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한국으로 돌아온 올리비아는 세바스티앙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게 됐다. 하지만 그가 자꾸 보고 싶어질수록 세바스티앙의 국적과 직업이 마음에 걸렸다.

“제가 보기와 다르게 연애를 할 땐 좀 보수적인 편이에요. ‘연애=결혼’으로 생각하거든요. 머릿속에서 세바스티앙 생각이 떠나지 않았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겠더라고요.”

한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올리비아는 그가 보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싱가포르로 향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세바스티앙은 반갑게 맞아줬고, 일본에서처럼 싱가포르의 여러 레스토랑을 소개하며 좋은 마켓과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또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침이면 직접 식사를 준비하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간의 싱가포르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올리비아는 세바스티앙에게 먼저 “결혼하자”고 말했다. 성질 급한 한국 여자의 다짜고짜 청혼에 세바스티앙은 “쇼크”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결혼하기 전 동거를 몇 년씩 해요. 길게는 5~6년, 최소 2년은 만나야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데, 올리비아의 갑작스런 결혼 얘기에 사실 좀 당황했어요. 새로 시작하는 사업 때문에 사는 곳을 홍콩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그 일이 마무리되는 내년 초쯤에 하자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당장 결혼을 승낙하지 않으면 헤어지겠다고 말하는 통에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식장부터 알아봐야 했죠(웃음).”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