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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김성령의 우아한 카리스마

글·김유림 기자 | 사진·홍중식 이기욱 기자

2014. 06. 17

바야흐로 40대 여배우 전성시대다. 그중 김성령은 ‘진정한 전성기란 이런 것’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드라마와 영화, 연극 등 분야를 막론하고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김성령의 우아한 카리스마
언젠가 가수 김창완은 이런 말을 했다.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프로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김성령(47)은 진정한 프로에 속한다. 2년 전 방영된 드라마 ‘추적자’에서 팜파탈의 매력을 선보이며 데뷔 25년 만에 새삼 대중의 뇌리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그는 이후 ‘야왕’의 백도경, ‘상속자들’의 김탄 엄마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럭셔리한 캐릭터의 연속이라는 지적조차 그의 아름다운 외모 앞에서는 ‘딴죽’거리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20, 30대 여성들의 워너비로 떠오르며 또 다른 이슈를 만들어냈다.

최근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스크린 내 여배우 기근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당히 두 작품의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바로 ‘표적’과 ‘역린’이다. 공교롭게 두 영화가 동시에 상영 중이라 배우로서는 다소 난감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지금이 진정한 ‘김성령의 전성기’임을 대변해준다. 더욱이 영화 ‘표적’은 제67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이트(액션, 스릴러, 공포, SF 등의 장르를 자정에 보는 섹션) 스크리닝에 초청돼 5월 23일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선보였다. 이로써 김성령은 생애 첫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기쁨을 누렸다.

‘표적’에서 김성령은 기존의 우아하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또한 표정부터 몸짓, 말투까지 여형사 캐릭터로 사실감과 디테일을 더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액션 연기를 하는 동안 정말 재미있었다. 또 도전하고 싶다”며 상기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40대에 맞은 전성기, 30대를 열심히 산 결과

김성령의 우아한 카리스마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성령은 연극 도전에까지 나섰다. 5월15일 막을 올린 ‘미스 프랑스’로 6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것. 이 작품에서 그는 미스 프랑스 선발대회 조직위원장인 플레르와 쌍둥이 여동생 사만다, 플레르와 닮은 호텔 종업원 마르틴을 맡아 1인 3역을 연기한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마다하고 그가 연극 무대를 선택한 이유는 “강한 끌림 때문”이라고 한다.



“연극은 시간이 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진심으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그런 강렬함이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자 ‘섣부른 선택이었나’ 하고 살짝 후회가 될 정도로 어렵더라고요. 여자들이 첫째 아이를 낳을 때의 산고를 잊고 둘째, 셋째를 낳는 것처럼 저도 6년 전 연극을 했을 때 충분히 어려움을 겪었으면서도 막연하게 연극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어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한 번 더 이겨보자는 심정으로 무대에 오르려고 해요(웃음).”

더욱이 1인 3역의 망가지는 캐릭터를 다 소화하기는 쉽지 않을 터. 옷 갈아입는 시간조차 철저히 계산해야 하는데, 이를 두고 연극 제작자인 배우 조재현은 “옷 갈아입는 시간을 못 맞춰 미처 옷을 입지 못하고 무대에 나가야 흥행할 것”이라며 농담을 했다고 한다. 한편 김성령은 코믹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미디가 이렇게 어렵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관객을 웃게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더라고요. 하루 10시간씩 연습을 해도 부족함을 느껴요. 그런 면에서 연극은 분명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배우로서의 한계점을 뛰어넘는 작업인 것 같아요. 이왕 망가지기로 한 거, 최대한 멋지게 망가지고 싶어요(웃음).”

특히 스트립 댄서 출신으로 시니컬하고 시건방진 데다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사만다를 연기할 때 김성령의 과감한 변신을 엿볼 수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욕을 무척 싫어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분명 내 안에도 사만다와 비슷한 정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웃었다. 실제로 그는 연습 도중 뜬금없는 욕설 애드리브로 동료 배우들을 일제히 ‘얼음’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그가 ‘미스 프랑스’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김성령의 마지막 대사이기도 한 “아름다움은 박제돼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천하고 행동하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진정한 미라는 것. 김성령은 이 같은 메시지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실제로 그 역시 외면의 아름다움은 물론 내면의 미를 유지하기 위해 오랜 세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

“지금 이 나이가 돼 보니,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겠어요. 현재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미래가 좌우된다는 거예요. 솔직히 저는 20대 때는 건성건성 살았어요. 그랬더니 역시나 30대 때 별 볼일이 없더라고요(웃음). 그러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 열심히 사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후회 없는 시간들을 보냈는데, 결국 그 시간들이 밑거름이 돼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제2의 전성기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그동안의 노력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결실을 맺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큰 교훈도 얻었죠.”

지금 이 순간, 중년 여배우의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김성령. 그의 50대, 60대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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