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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wannabe star

쇼핑호스트 정윤정 이 여자가 사는 법

글ㆍ구희언 기자|사진ㆍ홍중식 기자

2013. 07. 29

분당 억 단위를 팔아치우는 ‘매진의 여왕’ 쇼핑호스트 정윤정. 하지만 그도 조명이 꺼지고 화장을 지우면 평범한 두 아이의 어머니로 돌아간다. 이 시대 워킹맘으로 사는 그의 이야기.

쇼핑호스트 정윤정 이 여자가 사는 법

화이트 블라우스. 블랙 옵티컬 프린트 스커트 조이너스. 시스루 소매 네온 컬러 트렌치 조보니스타by디누에. 블랙 네크리스, 진주 니트 레이어링 브레이슬릿 비아케이스튜디오. 블랙 레이스 오픈토 스트랩 슈즈 슈즈원.



돈을 아끼고 싶은가. 그렇다면 봐서는 안 될 프로그램이 있다. 스타 쇼핑호스트 정윤정(37)이 진행하는 GS샵 대표 프로그램 ‘쇼미 더 트렌드’ 이야기다. 자제력이 강하다고 자부하더라도 주의할 것. 그는 생각보다 더 우리를 쉽게 무장해제시킨다. 자연히 아내가 있는 남자들 사이에선 공공의 적으로 통할 수밖에. 실제로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토크쇼를 보듯 그의 프로그램을 즐기는 시청자가 많다. 1년에 혼자 1백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수면팩 1백40억원 판매, 원더브라 70억원 판매 등 최다 매진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2009년에는 매출액 1천5백50억원을 기록하며 GS샵 ‘Value No.1’상을 받았다.
그의 말에는 흡인력이 있다. 제품 설명을 구구절절 늘어놓기보다 뜬구름 잡듯 자신과 남편, 주변 사람들 이야기부터 꺼내는 방식은 그의 전매특허다.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어느 순간 주문전화를 하게 된다. 요즘에는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 KBS2 ‘가족의 품격-풀하우스’ 등 공중파 방송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 6월 8일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무한상사 특집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뒤 홈쇼핑에 출연해 ‘후라이 후라이’를 파는 정 과장(정준하)의 연기가 실감났던 것도 그가 쇼핑호스트로 나온 덕분이다.
분당 1억원어치를 팔아치우는 스타 쇼핑호스트의 진가를 발견한 건 6월 29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였다. 여덟 살과 네 살, 두 아이를 키우며 일도 가정도 놓치기 싫어하는 그의 모습은 이 시대 워킹맘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입담 좋은 스타 쇼핑호스트라는 간판에 가려진 그의 이면을 더 살피고 싶다는 호기심이 동했다.
정윤정이 처음부터 쇼핑호스트라는 직업만 보고 달린 건 아니다. 서울예술전문대학(현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를 나온 그는 2002년 GS샵 입사 전 KBS ‘농어촌 지금’(1997), EBS ‘지금은 정보시대’(1998), SBS ‘출발! 모닝와이드’(1999)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6년가량 방송 리포터로 활동했다. 그 덕에 12년 차 쇼핑호스트지만 늘 ‘사회생활 19년 차’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넣고 산다고 했다.
“스무 살 때 어머니께서 대학교 등록금을 내주시곤 ‘이제 나머지는 네가 벌어라’라고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용돈을 벌어서 썼기 때문에 생활력이 강했죠. 회사 임원들이 종종 ‘어떻게 하면 너처럼 되니’ 라고 묻는데,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쉽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려요. 그때는 목에 칼이 들어와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자타공인 쇼퍼홀릭인 그는 한 인터뷰에서 “최고가 되려면 많이 사봐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재테크를 따로 하지는 않지만, 물건을 하나 사면 외식 한 끼를 줄이는 원칙은 지킨다고. 결혼할 때도 웬만한 건 모아둔 돈으로 해결했다는 그는 “어릴 때부터 일한 게 몸에 배어 그런지 정신력에 굳은살이 박였다”고 했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게 약이 됐죠.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옷을 알아서 사 입어야 하니 발품을 엄청 팔았고, 물건 사는 ‘촉’도 발달하더라고요. 3만원짜리를 30만원짜리로 보이게 코디할 수 있는 쇼핑의 노하우를 터득했다고나 할까요. 백화점부터 동대문 상가, 온라인 쇼핑까지 안 사본 데가 없어요. 사실은 저야말로 홈쇼핑 원조 고객이에요. 방송에서 착용할 액세서리를 사러 갈 시간이 없으면 홈쇼핑에서 엄청나게 샀거든요(웃음).”

비호감 벗고 국민 쇼핑호스트가 되기까지
지금은 소개하는 상품마다 ‘대박’을 치고 ‘완판’시키는 그지만 ‘비호감’이던 시절도 있었다. 입사 초 괄괄한 목소리에 틀에 박힌 설명으로 ‘고객 안티 1위’였다는 그가 한판 뒤집기에 성공한 건 ‘아줌마’가 되고부터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힘들게 산다는 걸 느꼈죠. 아이 뒷바라지하랴, 집안일 하랴, 졸리고 피곤하고 자유시간도 없잖아요. 식당에 아이 데려온 어머니들이 여유 있게 식사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저도 둘째를 낳으면 두 배 힘들 줄 알았는데 열 배 힘들더라고요. 남편과 부모님께서 도와주는데도 힘들 정도면 다른 분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주부들이 행복해하는 방송을 하고 싶어 노력하기 시작했죠.”

쇼핑호스트 정윤정 이 여자가 사는 법

페플럼 데님 블라우스 조파이브by디누에. 비대칭 헴라인 랩스커트 발렌시아. 큐빅 네크리스 케이트아이린by디누에. 드롭 이어링 인핑크. 실버 스트랩 슈즈 나인웨스트. 플라워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의 온라인 카페인 ‘정쇼카페’도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현재 회원 수는 5만3천여 명에 달한다.
“블로그를 하고는 싶은데 컴맹이라 방법을 모르던 차에 남편이 카페를 만들어준 게 시작이었죠. 만들어주고 나서 관리는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독수리 타법이라 새벽 5시 전에 잠든 적이 없었어요. 제품이나 저에 대한 피드백도 빠르고, 소통이 활발한 곳이라 가장 소중하고 버릴 수 없는 곳이죠.”
만삭일 때도 패션 상품을 판매한 ‘악바리’답게 방송이 안 풀린 날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집에서 방송을 복기한다.
“쇼핑호스트는 체력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데 항간에 정윤정이 먹는 걸 팔면 대박 나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대요(웃음). 어머니 말로는 어릴 때부터 체력이 좋았다던데, 요즘에는 30분이라도 쪽잠을 자면서 체력을 보충하려고 노력해요. 따로 보약을 먹지는 않지만 로열젤리나 유산균 같은 건강보조식품은 꼭 챙기죠.”
많은 이들이 쇼핑호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오해하는 점이 바로 ‘인센티브’에 대한 부분이다. 저렇게 열심히 파는데 업체 측에서 ‘콩고물’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지만 쇼핑호스트 대부분이 그렇듯 분기별로 매출 성적을 평가해 회사에서 지급하는 포상금이 있을지언정 업체 쪽으로부터 따로 받는 돈은 단연코 없다.
“물건은 안 사셔도 돼요. 만약 목표치 달성을 못 하더라도 오늘 못 판 만큼 내일 팔자는 생각이에요. 물론 잘 팔리면 기분은 좋겠지만, 그보다는 제 방송을 보며 여자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수다 떨듯 방송 보면서 ‘맞아, 쟤는 저렇구나. 나도 그런데’ 공감도 하시고요.”
그는 “팔리지 않을 물건을 만들려는 생산자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쇼핑호스트를 넘어 소비자와 생산자의 ‘중개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주부로 살아보니 소비자 관점에서 어떤 물건이 시장에 있었으면 좋겠는지 잘 알겠더라고요. 한번은 제가 입고 싶은 옷, 빨아도 잘 줄어들지 않는 옷을 만들어보자고 업체 측에 원단을 가져다줬는데, 그 제품이 대박 나기도 했죠. 어떤 물건이든 만드는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길 바라면서 만들어요. 단지 그중에 대박 상품이 있고, 조금 덜 팔리는 상품이 있을 뿐이죠. 물건을 파는 게 일이라 그 차이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업체와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상품의 장단점은 뭔지, 왜 대중적이지 않은지’를 꼭 짚어요. 이제는 그 촉이 거의 90% 적중이라 업체 분들도 인정해주시더라고요. 요즘에는 물건을 가져오면 제 눈부터 먼저 보세요. 그걸 보면 답이 나오니까요(웃음).”
그는 “연예인도 이 직업을 전문직으로 봐줘서 든든하다”고 했다. 실제로 방송에 출연한 남자 연예인 중에는 아내가 그의 팬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얼마 전 ‘무한도전’에 출연한 걸 재밌게 봤다고 하자 “섭외가 들어왔을 때 망설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쇼핑호스트로서 연예인이나 방송인 마인드를 갖지 말자, 소화하지 못할 영역은 건드리지 말자는 주의예요. 섭외 들어왔을 때 계란 프라이를 팔아야 하는데 제가 식품을 팔아본 적이 없어서, 출연해도 괜찮을지 홍보팀에 물어보기도 했어요. 예전에 ‘자기야’ 섭외가 들어왔을 때만 해도 ‘어머, 나도 이제 유명해진 거야?’라며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토크에 임하는 연예인들 모습을 보며 방송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뭐든 경험해보고 판단하는 스타일인데 제가 갈 곳은 방송이나 예능이 아닌 쇼핑호스트의 길이라는 걸 확신했죠.”



쇼핑호스트 정윤정 이 여자가 사는 법


일도 가정도 놓치고 싶지 않아

쇼핑호스트 정윤정 이 여자가 사는 법

레오퍼드 원피스 라우렐. 골드 펌프스 박윤정. 블랙 이어링, 큐빅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예인 못지않게 화장할 일이 많은 그에게 피부 관리법을 물었다.
“샤워하고 나면 모공이 가장 많이 열려 있을 때라 세안하고 30초 안에 스킨케어를 꼭 해줘요. 샤워기로 지압도 하고요. 방송 화장은 잘 지워지지 않아서 클렌징에도 신경을 많이 쓰죠. 기초 제품은 많아야 세 개 정도 발라요. 아침에는 기초 제품을 많이 바르면 화장이 뜨는 느낌이라 단계를 많이 생략하고, 나이트케어에 집중해요.”
휴가 때는 여행으로 힐링한다고. 올여름에는 후배들과 유럽으로 떠날 예정이다. “스트레스 풀고 오라”며 아이를 맡기로 한 남편의 배려 덕에 가능한 일이다.
“부모님께서 여행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 전국 팔도 안 가본 곳이 없었어요. 방학 때 보충수업 대신 여행을 다녔죠. 리포터 하면서 전국을 일주한 것도 도움이 많이 됐고요. 저희가 맞벌이 부부라 아이를 데리고 많이 돌아다니지 못하니 대신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세요.”
아침방송 준비로 새벽에 출근해 늦은 밤 생방송을 마치고 새벽에 들어오는 그에게 아이 얼굴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 일도 가족도 놓치고 싶지 않은 워킹맘의 든든한 지원군은 아이를 봐주고 있는 친정 부모와 남편이다. 그는 “‘자기야’에 나가서 남편 흠을 잡아야 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며 웃었다.
“남편은 제가 이 일을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하지 않아요. 집에서 잠깐 자고 방송하러 나가야 할 때 편히 자라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줄 정도예요. 동네에선 가정적인 남자로 유명하죠(웃음). 12년 동안 살면서 저더러 ‘청소해라’ ‘밥 차려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아내의 일을 존중하니까 하기 어려운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배려해주더라고요. 아이들은 친정 부모님께서 봐주고 계시는데, 부모님과 남편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 정도까지 성공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그렇다면 정윤정은 어떤 내조를 할까. 그는 “질리지 않는 아내가 되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남편에게 해줄 소소한 이벤트를 많이 생각해요. 며칠간 회사 일로 바빠서 함께 식사할 시간이 없었다면 밖에 나가서 와인 한잔 하면서 대화도 나누고요. 대화를 많이 하니 예전보다 더 싸울 일이 없더라고요. 집 앞에 나갈 때도 지루하지 않게 예쁘게 차려입고, 싫증나지 않는 아내가 되려고 많이 노력하고 살아요. 제가 그렇게 러블리하지도 않고, 생전 다른 곳에서는 애교도 부리지 않지만 남편 앞에서만큼은 ‘여자’임을 놓치지 않으려 하죠.”
이런 부부의 교육관은 “아이가 놀 수 있을 때 마음껏 놀게 하자”라고.
“아이가 조금만 커도 부모랑 놀려고 하지 않거든요.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요. 아직 두 아이 모두 학원에 다니지 않는데, 방학 때 다니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물으니 없대요. 밖에서 뛰어노는 게 더 좋대요.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저희가 원하는 대로 키우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부모님도 저를 키우고 싶은 방향이 있었겠지만 제가 그대로 크지 않았던 것처럼요. 어릴 때만 해도 쇼핑호스트라는 직업이 있을지 예상을 못했는데, 20년 후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우리가 커온 방식으로 키우지 말자는 게 남편과 저의 교육 철학이에요.”
“내가 먼저 걸어가면 길이 된다.” 루쉰의 소설 ‘고향’ 끝 부분에 나오는 구절이다. 쇼핑호스트라는 새로운 직업군에서 진기록을 남긴 그의 다음 목표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8월에는 인생의 노하우를 담은 책을 낼 예정이다. 책의 제목을 고심 중이라는 그는 “맨땅에 헤딩해서 뭔가 이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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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정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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